한스푼 - 차 한 잔 한숨 한 스푼, 술 한 잔 눈물 한 스푼
고충녕 지음 / 어문학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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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11월, 강원도 홍천으로 귀촌했다. 친구들이 오랜 기간 적당한 귀촌 부지를 알아보았고, 그해 여름부터 하나둘씩 정착하게 되었다.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처음엔 강원도라는 말 자체부터 어색했다. 도시에서 살다가 시골로 가니 생활 양식도 조금씩 달라지게 되었다.

 

화목보일러로 난방을 한다. 나무를 불로 때워 생기는 열로 물을 데우는 거다. 뒷산에서 나무를 해다가 불 피우는 게 겨울의 주로 할 일이다. 화장실 대신 생태 뒷간이라 하여 똥과 오줌을 모아 퇴비로 이용한다. 밖에 있다보니 멀기도 하고, 추운 날씨엔 추워서 이용하기 쉽지 않고, 요즘 같은 여름엔 파리의 근원이자 냄새도 난다. 하지만 쓰다보면 양변기보다 편하다. 무엇보다 똥, 오줌을 버리는 게 아니라 퇴비로 쓸 수 있어 좋다.

 

시골생활을 하다보니 자연의 은총을 깊이 깨닫게 되었다. 나무도 그렇고, 똥 오줌도 그렇고 우리가 살아가며 이렇게 저렇게 자연에 영향을 주고 받는다. 사람은 자연 없이 살아갈 수가 없다. 한 번 생각해보자. 물 없이, 햇빛 없이 사람이 살 수 있는가? 나무와 석유도 그렇고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부담감이 몰려 왔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자연을 착취하고만 있고, 도움을 주는 건 없다는 것 같은 마음에서다. 권정생 선생님의 <하느님의 눈물>에 나오는 똘이 토끼처럼,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이 고민은 잘 마무리 되었다기보다 시간이 흘러 잊었다고 하는 편이 더 맞다. 굳이 정리하자면 ‘고마운 마음을 갖고 되도록 적게 쓰자’이고. 여하튼 이러한 생각들이 있기에 이 책 <한 스푼>에도 손길이 갔다.

 

저자는 강원도 양양에 산다는데, 홍천과 붙어 있을 뿐 아니라 내가 사는 곳이 양양 가는 길목이라 괜히 친근하게 느껴졌다. 내용도 많이 공감이 되었다. 알밤을 주우면서도 다람쥐의 먹을거리를 생각하고, 자동차 운전을 하다가 길 위를 지나는 개구리를 피해가는 모습들이 그렇다.

 

글 꼭지 분량이 6쪽 정도라 하루에 한 두 꼭지 읽기에 좋다. 찬찬히 저자의 시골살이, 그로 인한 경험과 생각들을 읽어보면 자연스레 차분해진다. 군데군데 삽입된 사진도 함께 볼만하다. 사람 뿐 아니라 동물, 식물의 생명에도 관심있기에 불편함이 덜 하다. 출판사 홈페이지에 가면 새 소리 등의 음향파일도 들을 수 있다던데 한 번 가봐야겠다.

 

처음 시골에 왔을 땐 ‘뭐 먹고 살까?’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도시에서 사는 걸 생각하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싶다. 도시 매연은 정말 숨 쉴 수 없게 만든다. 삶의 여건은 시골이 훨씬 좋다. 이 책을 읽으면 그 맛을 느낄 수 있을 거다. 생명이 삭막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시골에서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사람들 모두 한 번씩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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