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의 말에는 생존의 힘이 있다 - 인생의 벽에 부딪혔을 때 니체와 칸트는 어떻게 대처할까? 한 줄 클래식 2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황소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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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표지를 보면 제목과 함께 ‘인생의 벽에 부딪혔을 때 니체와 칸트는 어떻게 대처할까?’ 라는 말이 쓰여 있다.

 

결론적으로 니체와 칸트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했는지를 파악하는 건 이 책의 목적이 아니다. 물론 저자가 그들이 고민한 흔적들을 소개한다. 그 이유는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잘 잡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책을 읽어보면 니체와 칸트는 어떻게 했는지는 기억에 남지 않아도, 적어도 나는 어떻게 해야겠다는 걸 알게 된다. 스스로 생각해가게 되는데, 저자는 바로 그걸 철학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말을 이렇게 바꿔 해볼 수 있다. '인생의 벽에 부딪혔을 때, 당신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철학은 철학자들의 말만 읽는 것도 아니고, 철학사를 외우는 것도 아니다. 왜 그런지 사유할 수 있는 힘이고, 자기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는 힘이다. 명사로써의 철학이 아니라 동사로써의 철학하기를 돕는 책이다.

 

생각을 더욱 깊이 하고 싶다면 글로 쓰면서 생각하라고 권한다. 글을 쓰며 새롭게 탄생한 표현에서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일기를 쓰면서 자신의 감정이 정리되기도 하는 걸 떠올려 보면 충분히 공감이 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책의 몇몇 부분은 동의하지 않을 수 있다. 반론을 펼칠 수도 있다. 그 자체가 이미 생각하고 있다는 거다. 글을 쓰며 생각이 깊어지듯, 책을 보면서도 생각이 깊어질 수 있다.

 

책에 나오는 내용으로 살펴보자.

‘배가 바다를 거침없이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적당한 짐이 필요하듯이, 인생을 항해하는 사람에게도 일정량의 불안과 고통이 필요하지 않을까?’

쇼펜하우어의 <자살에 대하여> 중에 나오는 말인데, 인간이 교만하지 않고, 싫증나지도 않게 하는 고통에 대해 다시, 새롭게 생각해보게 하는 말이다.

 

뒤이어 니체의 말도 힘을 준다.

‘증오, 질투, 아침, 불신, 냉담, 탐욕, 폭력, 불이익, 장애! 이는 인생에서 고뇌의 씨앗이지만 이런 악이나 독 없이 과연 인간이 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까?’

되도록 고통을 피하고 싶지만, 이 글을 읽고 나니 고통을 통해 얻는 유익과 고통의 필요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된다.

 

이 외에도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은 열미면 열, 자신의 꿈에 적극적으로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 등 정신이 번쩍 드는 말들도 던져주고, 구원 받는다는 것을 생각이나 가치관을 바꿔서 삶에 변화가 생기는 것을 말하는 부분도 흥미롭게 읽힌다.

 

 

글꼭지가 10~14쪽 정도로 그리 길지 않다. 하나 둘씩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번역도 좋다. 글이 끝나고 시작할 때마다 나오는 그림과 철학자들의 짧은 말들도 유심히 지켜보게 된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철학서적이면서도 생각과 삶에는 묵직한 변화를 일으키는 책이다. 철학이 필요하지만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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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Story - 행동의 방향을 바꾸는 강력한 심리 처방
티모시 윌슨 지음, 강유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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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부제는 "행동의 방향을 바꾸는 강력한 심리 처방"이다.

행동을 바꾸고 싶다면 '스토리'를 이용해야 한다는 게 이 책의 핵심이다.

 

대학에서 D학점을 받은 학생은 두 가지로 반응할 수 있다.

'나는 똑똑하지 않은가봐' 하며 공부를 포기하는 것과

'다른 방식으로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며 학업을 즐겁게 이뤄가는 것.

 

생각의 방향을 스토리 편집을 통해 건강한 방향으로 바꾸면, 행동과 결과도 달라진다.

 

 

나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대학 입학하여 떨리는 마음으로 들어간 첫 수업. 그 과목에서 F를 받았다.

주변 친구들은 F를 받아서 어떻게 하냐며 우려 섞인 걱정을 늘어 놓았지만, 나는 상관없었다.

F라는 게 기분 나쁘지 않았다.

 

담당 교수님은 가능성이 있는데, 열심히 안 하는 학생에게 F를 주고 다시 한 번 수업을 듣게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후로 정말 더 열심히 공부했고, 다시 수강하며 많은 걸 배웠다.

적당한 학점이라면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수도 있었을텐데...

 

같은 사건이라도 이처럼 해석의 차이가 삶의 차이를 불러 온다.

 

 

상식으로 알고 있지만, 잘 실천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과식하지 않는 게 좋다, 채식이 건강에 좋다는 거다.

해야지 하면서도 못 하고, 달라지지 않는다. 몰라서 못한다기보다 알아도 잘 안 된다.

 

이럴 땐 스토리를 편집을 하여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정보의 나열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야기 흐름을 만드는 거다.

과식을 하면 영양소가 독소로 바뀌게 되고, 유해 미생물이 좋아한다는 스토리,

채식을 하면 유익 미생물이 좋아하여 건강하게 된다는 스토리가 있으면 삶이 달라지는데 큰 영향을 끼친다.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구성해내면 분명 삶은 따라 간다.

 

 

책을 읽으며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고,

주변에서 적절하게 조언, 격려해주는 것의 필요성들을 더욱 느꼈다.

이러한 스토리가 심어졌으니 조금은 내 삶이 달라질 것 같다.

단순한 심리학 책이 아니다. 다양한 사례만큼이나 우리에게도 구체적인 변화까지 불러 올 수 있는 강력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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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권하다 - 삶을 사랑하는 기술
줄스 에반스 지음, 서영조 옮김 / 더퀘스트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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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권하다>는 철학책일까? 제목에서 살짝 느껴지는 것처럼 '철학을 권하는 책'으로 생각하는 게 적절할 것 같다. 저자도 스스로를 철학자가 아니라 저널리스트라고 말한다. 그럼 철학책이 아닐까? 철학을 소재로, 철학을 활용하여 우리 삶을 건강하게 만들자고 주장한다.

 

저자는 공황장애를 겪다가 심리학, 특히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극복해냈다. 인지행동치료에서 고대 철학의 영감을 발견하고, 철학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저널리스트 답게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고대 철학의 사유와 옹기종기 배치한다. 그렇기에 책이 주는 느낌은 '철학치료'다. 

 

철학을 의술로도 비유한다. 영혼을 위한 의술, 철학. 그러나 결코 철학은 영혼에만 머물지 않는다. 신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저자는 '철학은 정신적, 육체적 노동이다'고 한다. 철학은 관념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거다.

 

사실 고대 철학자들이 살았던 철학이 그렇다. 몸, 생활과 분리될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심리, 윤리, 정치, 우주도 아우르는 총체적인 삶의 방식이었다. 

 

시간이 흘러 학문이 되어 대학 안에 갇힌 후부터 철학은 생기를 점차 잃어갔다. 저자는 이를 두고 '대학의 철학'이라 부른다. 오늘날 학문적인 철학을 뜻한다. 반면 저자가 하고 있고, 주창하는 철학은 '거리의 철학'이다. 삶을 위한, 삶에서 필요한 철학이다.

 

책의 원제는

Philosophy For Life

And Other Dangerous Situations 이다.

 

삶을 위한 철학

그리고 위기 상황

 

한국어판 책 표지에는 '삶, 그리고 위태로운 순간들을 위한 철학'이라 쓰여 있다.

 

포로생활, 정신적 질병, 깨어진 가정 등 어려움에 처했을 때, 바로 철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유하는 힘을 통해 감정을 다스릴 수 있고, 통제할 수 있는 일과 통제할 수 없는 일을 분별해낸다.

 

철학은 꾸준히 수련해야 한다. 배우는 걸 넘어서서 익히는 거다. 습관을 바꾸기도 하고, 만들어내기도 한다. 의식 차원에서 그치지 않고, 무의식의 차원까지도 건드린다. 그래야 삶이 바뀌고, 그게 철학이다. (저자는 금언을 외우거나 일기를 쓰는 것 등 구체적인 실천 방안도 제안한다.)

 

 

저자는 온라인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한다. 나는 영어도 안 되고, 트위터도 안 해서 뜻이 없지만, 어쨌든 저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연락하면 분명 그도 즐거워 할 거다.

 

한편 이 책을 읽으며 스토아 철학을 다루는 책, <사건의 철학>이 떠올랐다. 철학 아카데미의 이정우 선생이 쓴 책인데, 스토아 철학을 다르게 접근하며 철학적 깊이가 있는 탁월한 작품이다. 혹 이 책을 통해 스토아 철학에 관심 갖게 된 사람들에게 함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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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숲, 길을 열다 네이버 캐스트 철학의 숲
박일호 외 지음 / 풀빛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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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책, 철학 입문 책은 수없이 많다. 그런데 또 나왔다. 이 책은 어떤 특이성을 갖고 있길래 출간된 것일까? 이 책의 장점은 무엇일까? 우리가 어떤 점에서 읽을 필요가 있을까?

 

네이버 캐스트 '철학의 숲'에 연재된 것을 묶어낸 책이다. <철학의 숲, 길을 열다>는 <철학의 숲, 길을 묻다>의 후속작이다. 전작은 고대부터 근대 초기의 철학자들이 등장하고, 이번에는 근대 후기부터 현대 철학자들의 이야기가 소개된다.

 

근대 초기와 근대 후기로 나누는 기준은 철학이 모든 학문을 아우르는 역할을 했을 때인지, 개별 학문으로 분화된 시기인지다. 이 점이 매우 중요하다. 책에 등장하는 철학자들이 정해지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근대 후기부터 현대를 다루는 철학책들이 꽤 있다. 이 책은 등장하는 인물들이 여느 책들과는 좀 다르다. 책에 나오는 철학자 이름부터 말해보자.

 

찰스 샌더스 퍼스. 철학 공부 좀 해본 사람이면 들어는 봤을 거다. 기호학의 창시자.

고틀로프 프레게. 들어본 것 같기도 한데 잘은 모르겠다.

라위천 브라우어, 월러드 콰인. 정말 처음 들어본다. 혹시 아는 사람 계세요?

애덤 스미스, 찰스 다윈, 막스 베버, 아인슈타인도 약간의 의문이 들긴 한다. 이들이 철학자인가? 

 

경제학, 사회학, 현대물리학에서 소개되는 인물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다. 모르는 사람이 있다는 얘길 하는 이유는 이 책이 쉬운 책, 입문책인데도 유명하지 않은 철학자를 넣었기 때문에, 그 점에 주목하자는 거다.

 

비록 유명하진 않아도, 나름의 문제 의식을 갖고 사유를 전개한 사람이면 여기에 나온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저자들이다. 과학철학, 논리학 등을 전공한 사람을 비롯하여 네 명이 함께 쓰다보니 이전에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등장한다. 다른 책들에선 쉽게 보지 못하는, 이 책의 특이성이다. 

 

<~열다>를 보니 저자들의 서술 방식과 문제 의식이 마음에 든다. <~묻다>도 찾아 읽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한편 <~열다>를 잇는 후속작이 나오길 기대한다. 바로 동양사상에 대한 책이다. 서양철학과는 다른 맛이 있을텐데, 그 맛도 경험해보고픈 욕심이 생긴다.

 

21명의 사람들이 나오는데 중간중간 사진도 들어 있고 글도 쉽게 잘 써주셨다. 철학을 공부하고 싶긴 하나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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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나무가 사라진 후에야 - 북미 최후의 인디언이 천 년을 넘어 전한 마지막 지혜
위베르 망시옹.스테파니 벨랑제 지음, 권지현 옮김 / 흐름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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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일본 가서 놀란 게 있다.

차를 타고 차도로 진입하려 기다리고 있는데, 인도를 지나는 자전거가 우리 때문에 멈춰섰다.

나 같으면, 혹은 한국에서는 그런 상황에서 자전거가 차 앞으로든 뒤로든 지나간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자전거가 움직였다. 의아했다. 

 

옆에 있던 분이 한국에서나 그렇게 빨리 가려 하고, 여기서는 다 저렇다고 하신다. 심지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라고 하셨다.

충격이었다. 나는 다들 나처럼 생각하며 살 줄 알았는데, 그건 내가 아는 곳만 그럴 뿐이었던 거다. 

 

나와 한국을 세계라는 넓은 틀에서 다시 보았다.

객관적으로 보니 '빨리빨리' 문화는 아주 일부였다.

 

그 후로 낯선 세계, 다른 문화를 만나는 게 소중해졌다.

무심결에 익숙한대로 살아가는 내 모습을 잘 생각해 볼 기회를 얻으니까. 

 

 

이 책도 그러한 기대를 갖고 읽었다.  

저자 중 한 명인 위베르 망시옹은 프랑스 사람인지, 캐나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그가 살아온 문화나 우리가 살고 있는 문화나 크게 다르지 않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면서 상품을 구매하고, 컴퓨터와 전기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문명에서 산다는 점이 그렇다.

 

그렇게 살지 않는 사람들, 크리족 사람들 이야기가 여기 있다.

그들의 주거 공간, 양육, 사냥 등의 생활은 낯설다. 건강과 죽음에 대한 생각들도 그렇다.

 

개인주의 문화가 아닌 공동체 문화라서 그런 부분이 많은 것 같다.

사냥을 했을 때, 다 가져 가지 않고 일부만 가져 간다. 사냥에 실패한 사람에게도 고기를 나눠준다.

집으로 돌아갔을 땐 구분이 되지 않는 거다.

 

또 소유의 개념 자체가 다르다.

예를 들어 음식은 배고픈 사람의 것이다. 먹을 것이 있을 땐 반드시 다른 사람과 나누어 먹는다.

 

사냥은 육체의 허기나 즐거움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생명을 잇고 나누는 경건한 행위다. 종교적이라고 할 수도 있다.

 

동물을 죽이고, 그걸 먹어야 목숨을 이어가는 크리족에게는 죽음이 생명으로 이어진다는 게 삶의 일부로 여겨진다. 

책을 보고 배우는 게 아니라 삶 속에서 자연스레 배우는 거다.

 

돌과 나무에 깃든 정령을 숭배하는 것을 미개하다고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고, 그래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차분히 들여다보면 우습게 볼 게 전혀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문명이 건강한가? 생명을 상품으로 바꾸는 순간, 우린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

 

다른 세계관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정신없는 현대 문명에 현기증을 느끼는 사람도 한 번 여유를 갖고 책장을 넘기면 좋을 것이다.

 

달콤하지 않아서 많이 팔리지 않을 수 있는 책이지만, 참 소중한 책이다.

이런 책을 번역하여 출간하고, 특히 재생종이로 인쇄해준 출판사 사람들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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