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 불평등 어떻게 해결할까? - 굶는 자와 남는 식량, 스마트 농업이 그리는 해법 10대가 꼭 읽어야 할 사회·과학교양 5
김택원 지음 / 동아엠앤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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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들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밥 안 먹고 살 수 있는 사람 있나? 당연히 없다. 그런 면에서 식량과 관련된 사안은 우리 삶에 밀접하고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그에 비해 우리는 식량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잘 모르고 있는 중요한 내용을 차분히 설명해준다는 점에서 읽어볼 가치가 있다.

최근 들어 인터넷, 전자기기 등을 비롯하여 첨단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달하고 있다. 그런데 식량 문제는 어떠한가? 이 책 한 권이면 주요 흐름을 꿰뚫을 수 있다. 10대를 초점으로 맞춘 책이지만, 그렇게 한정될 수 없는 알찬 책이다. 식량을 비롯하여 산업 전반에 대해 안목을 갖고픈 사람은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요즘 대선을 앞두고 다양한 정책들이 나오는데, 농촌농업에 대한 이야기는 들을 수 없어 아쉽다. 이게 우리의 불안한 현실이자 미래다. 어찌됐든 식량 안보를 든든하게 해야 한다. 미국이 아주아주 많이 수출하는 게 무언가? 전자제품? 농축산물의 비중이 상당하다.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일 수록 자국 농업 경제를 중요시 한다. 우리는 이 책을 읽고, 우리 사회의 상식을 한 단계 높여야 한다.  


한편 요즘은 기후위기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매우 심각한 일인데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다. 그런데 이 책은 한 발 더 들어간 입장에서 색다른 관점을 소개한다. 기후위기가 식량에 미치는 영향은? 보통은 부정적으로 말한다. 하지만 그게 꼭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 역사적으로도 그래왔다는 걸 밝혀줘서 흥미로웠다. 상식 차원에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만하다.


이 책은 논점을 상당히 균형 있게 다루려고 애쓴다. GMO의 경우, 찬성과 반대 입장을 충분히 다루고 있다. 최근 추세는 안정적으로 바라본다고 하면서도, 그럼에도 '부수적인 피해'가 있을 수 있는 점을 잊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GMO를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국 사회는 GMO에 대해 관대한 입장이 많기 때문에, 저자의 의견도 반갑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나의 사안에 대해 다양한 관점과 그 이유를 설명하는 점이 인상적이었고, 그 외에도 참 탄탄한 논리를 바탕으로 글 쓰는 게 느껴졌다.

스마트팜에 대해서도, 꼭 장미빛 미래로만 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참 다행이었다. 특히 노령화된 우리나라 농업 현실에서의 거리감도 말해준다. 첨단기술이 농업에 적용될 수 있고, 적용되면 좋지만 얻는 만큼 잃는 것도 있다. 꼭 생산을 많이해야만 좋은 게 아니다. 화학비료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게 있다. 여러 정보들을 읽기 쉽고 이해하기 좋게 차곡차곡 제공해주는 게 이 책의 매력이다.


도서관에서 저자 특강을 할 때가 있는데, 나는 이 분을 추천하고 싶다. 우리가 관심 가져야하지만, 사실 잘 모르고 있는 부분, 책의 부제처럼 '10대가 꼭 읽어야 할 사회과학 교양'시리즈인데, 정말로 손색 없이 알찬 책이다.


농촌이 주는 전인적 의미 - 땀과 노동, 영성의 회복 등이 더불어 다뤄져야 한다. 취업 여부 못지 않게 이러한 맥락에 관심 갖고, 이 사안을 진지하게 풀어갈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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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프로필 도전 1일차입니다 냥이문고 4
스텔라 지음 / 행성B(행성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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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택배로 책이 도착했다. 엄마에게 줄 책인데, 아이는 자기 책이라고 그런다. 무슨 말인가 하고 살펴보니 책 표지가 고양이다. 그래서 아이는 자기 책이라고 생각했다. "엄마 고양이 책이야" 아직 너가 글을 읽을 줄 몰라 그렇지, 그건 사실 엄마에게 줄 책이라고 속으로만 말했다.


나는 뒤적거리다가 조금 놀랐다. 바디프로필에 관련된 책이니까 그에 관련한 내용과 함께 사진이 등장하며 이런저런 구성이 되어 있을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책에는 단 한 장의 사진도 없었다. 사실 아내에게 이 책을 권하면서, 자극제가 되길 바랬던 게 크다. 글 뿐 아니라 사진으로도. 그런데 전혀 예상이 빗나갔다.


온라인 책 소개에서는 1장이긴 했지만 사진이 있었다. 그런 식으로 더 들어가 있을 줄 알았는데, 실제 책에서는 단 1장도 없다. 책을 구입하실 분들은 이 점을 꼭 알고 구입하시길 바란다. 그런 면에서 아마 오프라인 매장에서 책을 보고 고를 수 있었다면, 이 책을 사들고 오진 않았을 거다. 특히 바쁜 상황이라면 그냥 휙 덮고 지나쳐버렸을 거다.


'이거 뭐지, 완전 내 기대와 다르네' 하며 책을 읽어나가면 저자의 쫀쫀한 글맛에 푹 빠져든다. 저자는 사실 몸보다도 글쓰기를 주로 단련하는 분이다. 물론 지금은 두 가지 다 하는 상황이지만, 무게중심은 글쓰기에 있다.


하도 궁금해서 블로그와 인스타그램도 가봤다. (하지도 않는 인스타그램, 이 분 덕분에 들어갔다) 블로그를 보면... 정말 이 분이 어느 정도로 글쓰기를 열심히 하는지 잘 느낄 수 있다. 아내에게 운동/바디프로필에 대한 자극보다 글쓰기의 자극이 될 거라 느낀다. 특히 함께 하는 글쓰기도 많이 하시기 때문에 운동 자극제라기보다는 글쓰기 자극제로써 훌륭하다.


글을 중심으로 접근한다면, 글쎄 이만한 바디프로필 관련 책이 또 있을까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 아이 넷을 키우며 살아간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박수쳐드릴 일이다. 그런데 글쓰기에 이어 운동까지. 정말 멋있다. 그 멋을 참 잘 풀어써준다. 이게 당장 주제가 바디프로필이라 그랬지만, 다른 주제에서도 분명 터뜨리실 거라 예상한다. 그래서 출판사에서도 이 책을 거절하지 못하고, 바디프로필 사진 한 장 없는 책이지만 낼 수 있었던 거다. (책 제목대로 따지면, 1일차니까 아직 사진이 없는 게 맞긴 하다 ㅋ)


이 출판사가 나름 괜찮은 책을 내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더 책을 선택했던 면도 있다. 사진이 없을 땐 별로라고 느꼈는데, 글 읽으면서는 글만 읽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할만큼 쫄깃했다. 그리고 나처럼 사진이 필요한 사람은 굳이 인스타그램을 찾아가보시라. 그러면 몇 장 볼 수 있다. 와 정말 열심히 하셨구나 하는 게 팍 느껴진다. 아이 넷의 엄마라고?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리스펙!


초보가 왕초보에게 권하는 이 책, 정말 맞다. 그런데 저자는 글쓰기는 초보가 아니다. 그러니까 책도 낸 거지만, 글쓰기에 진심인 저자다. 앞으로 어떤 인연이 이어질지 모르겠는데, 소중한 저자다. 왕성하게 글써내고, 글쓰기 모임도 잘 되길 바라고, 다른 책이 또 출간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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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카를 찾아서
미치 앨봄 지음, 박산호 옮김 / 살림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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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괜찮은 책이 있으면 선물하기 위해 여러 권 구매하곤 한다. 그 중 하나가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다. 지금은 새로운 표지의 책이 출간되었고, 너무 오래 보관해둬서 선물하기가 약간 애매하지만, 아직도 한 5~6권은 남아있는 듯 하다. 그 정도로 저자의 전작은 내게 감명 깊었다.


이 책은 그와 좋은 짝이 된다. 모리는 나이 많은 선생님이었다면, 치카는 어린 아이다. 모리와 치카, 둘은 분명 많이 다른 맥락이지만 삶과 죽음이라는 측면에서는 동일하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을 읽은 독자라면, <치카를 찾아서> 역시 놓치지 말라고 전해주고 싶다. 반대로 <치카를 찾아서>를 읽고 감동을 받았다면,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도 꼭 읽어보라고 권한다.


그렇지만 처음에 이 책을 읽어나가는 건 쉽지 않았다. 내가 저자에 대한 신뢰가 상당했기에, 앞부분을 버티며 읽어나갈 수 있었다. 뭔 말을 하는 거지... 싶으면서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마치 소설 앞부분 읽을 때 방황하는 것처럼. 소설처럼 어느 정도 넘어서면 이야기가 머리 속에 자리 잡게 된다. 그때부터는 쭉 빨려 들어가며 읽게 된다. 특히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 언급되는 부분이 있는데, 그 전후로 하여 몰입도가 확 살아났다.   


권하기는 차라리 책 소개를 자세히 보라고 하고 싶다. 대강의 얼개를 감 잡은 후에 이 책을 읽어나가는 게 도움된다. 내용을 대충 알아도, 어차피 보면 느낌이 다르다. 운동경기 결과를 알아도, 그 경기가 흥미로우면 즐겁게 집중할 수 있는 것처럼 오히려 먼저 파악하길 권한다. 안 그러면 나처럼 초반에 답답함을 느낄 수 있고, 혹시 도서관에서 빌린 사람이라면 더 넘기지 않고 덮어버릴 수도 있다.  


나는 책에 밑줄은 자주 그어도, 필사는 거의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책은 필사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문장이 있다.

'네가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은 시간이란다. 그건 되찾을 수 없기 때문이야. 뭔가를 돌려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주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지. 난 그걸 너에게서 배웠다'

이 말은 책에 나오는 내용의 요약이기도 하다. 아이 없이 살다가 아이들을 만나게 되고, 뇌에 질병이 생긴 치카와 함께 경험한 이야기를 담았다. 진솔하게 풀어가는 이야기를 차분하게 따라가다보면 우리 마음도 정화된다.


아이가 있는 분들도 꼭 읽어보시고, 저자처럼 아이가 없는, 이모삼촌으로만 존재하는 이들이라면 더더욱 꼭 읽어보시고, 죽음과 가까이 있는 분들이라면 읽어보면서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를 가져보시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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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꼰대 정치에 이의 있습니다 - 보수와 진보를 넘나드는 새파란 두 청년의 뼈 때리는 정치 토크
지유성.최정현 지음 / 지와수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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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상당히 기대하며 펼쳐보았다. 놀라운 부분도 있었고,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결론은 '딱 스무살스러운 책'이라는 점이다. 스무살에 대해선 가볍게만 보는 건 결코 아니다. 열정이 있고, 번뜩이는 부분이 분명 있다. 그건 시간이 지난다고 더 생겨나진 않는다. 그 예리함은 어쩌면 그 시절이 가장 빛날 수 있다. 하지만 원숙함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좀 더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뒷면도 생각해보는 여유 같은 것들.


긍정적인 것부터 평가하자면, 하나의 주제를 갖고 나름 집중하여 토론한다. 사실 생각해보라. 한국 사람들이 가장 열심히 머리 굴릴 때가 언제인가? 가장 많은 책상에 앉아 있는 시절은? 수험생 시절인데, 스무살 때가 그렇다. 앉아서 공부만 할 수 있는 그 시기에, 해당 주제를 파고들면 상당히 깊게 파고 들 수 있다. 물론 박사과정에서 깊은 공부하는 것과 차이가 있지만, 이 정도로 공부하면 어지간히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거다.


이는 책을 읽으면 잘 드러난다. 국토/부동산, 경제/복지, 기업/노동, 교육/사회, 정치/사법, 대한민국의 미래 등의 챕터에서 '어 생각보다 더 깊게 들어가네' 싶은 부분들이 대부분이었다. 다양한 분야를 짧게 언급하는 비평 책보다 훨씬 파고드는 부분이 있었다. 둘 다 자료를 토대로 토론한다는 점에서 풍성해지는 점을 느꼈다.


또한 한 명이 쭉 말하는 게 아니라 둘이서 주고 받으며 글을 이어가니까 반론에 반론이 바로 나온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서로 다른 생각을 한 번에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나름 열심히 잘 정리해주었고, 이 청년들의 미래가 궁금하고 기대된다. 이 작업이 정점이 되지 않고, 출발점이 되면 좋겠다. 이를 바탕으로 더 높고 깊게, 멀리 넓게 나아가게 되길!


그런 응원의 마음으로 단점을 적어본다. 개념에 갇히는 걸 넘어서야 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녹색성장을 주장했다. 오바마보다도 더 빨리. 그 개념 자체는 좋은 말이다. 기후위기 시대에서 중요한 말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이 무엇이었나? 4대강 사업이다. 그걸 녹색성장이라고 불렀던 거다. 이름에 속지 말아야 한다. 당시엔 어렸으니 잘 몰랐을 수 있다. 정치인들의 기만적 술수를.


두 명이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 그게 둘 다 별로인 정보들을 갖고 말할 때 답답함이 느껴졌다. 재정 준칙? 그건 기재부의 논리다. 아무리 진보 정권의 기재부여도, 기재부 자체는 보수적이다. 그런 기득권의 논리를 이 책의 진보 영역의 저자가 말하는 건 아쉽다. 좀 더 폭넓게 공부하여 안목을 넓혔으면 좋겠다. 진보를 대표할 수 있으려면, 얼마나 더 철저하게 파악하고 혁신적이어야 하는지 잘 배우면 좋겠다.  


보수 영역의 저자는, 어찌 그리 보수 언론의 논리를 그대로 담고 있는지 신기했다. 나름 합리적으로 사유하려 하지만, 그 논리의 토대는 다 보수 언론의 프레임이다. 그래 좋다. 그걸 주로 봐 와서 그렇다고 볼 수 있다. 편견 없이 역사를 제대로 다시 보고, 깊이 있게 세상을 다시 바라보길 바란다. 보수의 가치와 우려는 존중할 수 있지만, 그들의 논리는 허접한 게 참 많다. 그걸 제대로 갈파하지 못하는 진보 저자가 아쉬웠다. 하지만 괜찮다. 스무살이니까. 이런 패기로 더 가열차게 공부해나가길.


이 책으로 공부를 깊이 있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차라리 해당 분야의 전문 서적을 읽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경제도 그렇고, 교육과 평화의 영역도. 하지만 우리 청년들 일반의 생각이라고 접하기엔 참 좋다. 기성세대와 다른 점들이 분명 눈에 띈다. 이러한 장점을 잘 수렴하여 서로 조화를 이루면 좋겠다. 선배 정치인들이 잘 이끌어주면, 멋진 정치/정책/행정을 펼치는 이들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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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움 쫌 아는 10대 - 데카르트 vs 레비나스 : 내가 먼저일까 친구가 먼저일까 철학 쫌 아는 십대 1
이재환 지음, 방상호 그림 / 풀빛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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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하는 게 쉬운가? 편하게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나를 내가 소개하는 것인데도, 쉽지 않다. 내가 누구길래, 나는 나를 잘 알고 있는 걸까?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걸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표지에 '데카르트 vs 레비나스'가 되어 있어서 이들을 중심으로 책을 설명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들은 주인공이 아니다. 상담 선생님이 학생들과 대화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여러 사례들이 등장하는데 그때 주요하게 언급되는 인물들이다.


데카르트와 레비나스 전반적인 사상에 대해 언급되는 게 아니다. '생각하는 나'와 '환대-타자와의 관계성 가운데 나'를 중심으로 언급한다. 레비나스에 대해서 이름 말고 거의 몰랐는데, 책 읽으면서는 전체성의 철학-타자성의 철학, 등 들어본 개념들과 연결된다는 걸 알게 됐다. (서양에서는 주로 '타자'라는 표현을 쓰는 듯 하고, 동양에서는 '관계'라는 표현을 쓰는 듯 하다. 재밌는 건 이역시 서양은 자아를 기준점으로 본다는 점이다. 자기와 대비된 타자 아닌가. 그에 반해 관계는 누구에게나 그저 관계다. 그런 점에서 '무한성'을 말하는 레비나스는 한 발 더 나아간 사람이기는 하다.)


사상을 완전히 요리해서 새로 내놓는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다. 철학에 대해 아예 몰라도 상관없다. 읽기 좋다. 사실 철학이라는 건 어렵고 딱딱한 학문이 아니라 생각하고 질문하는 활동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철학적 활동을 아주 잘 이끌어준다. 내가 누구인지, 나를 어떻게 소개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쉽게 하기 때문이다.


어렵지 않기에 금방 읽을 수 있다. 책 읽는데 들어간 시간보다, 책을 읽고 나누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릴 수 있다. 혼자 글도 써보고, 다른 이들과 대화도 해보며 정말 나는 누구인지, 전체성과 타자성(무한성)을 대조적으로 생각해보며 사유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이 책이 존재하고, 철학이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한편 아브라함이 나오는데, 이는 아마도 레비나스가 아브라함을 언급했기 때문이겠지만, 저자의 공부 맥락에서도 잘 연결되는 듯 하다. 저자는 학부에서 종교학과를 졸업했다. 그 후 철학을 전공하는데, 종교와 철학의 연결이 중요하다고 본다. 사실 예전에는 둘은 하나였다. 그러다 점차 분화되어 지금은 상당히 멀어졌다. 그런데 통합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게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진경 같은 탁월한, 요리에 능한 철학자들도 가끔 아쉬운 게 종교에 대한 부분이다. 너무 근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아닌가 싶은 점이다. 저자에게선 좀 다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물론 아까 말한대로 레비나스의 인용이었기에 옮겨온 정도에 머물 수도 있지만, 통합적으로 사유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 점을 적절히 잘 조화시켜야 '동학'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철학적으로만 볼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종교적 영역에만 놔둘 것도 아니다. 청소년 눈높이에서 글을 잘 풀어가는 저자를 만나 반갑고, 앞으로도 저자의 다른 책들을 보며 좀 더 깊고 넓은 관점을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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