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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움 쫌 아는 10대 - 데카르트 vs 레비나스 : 내가 먼저일까 친구가 먼저일까 ㅣ 철학 쫌 아는 십대 1
이재환 지음, 방상호 그림 / 풀빛 / 2021년 8월
평점 :
자기소개하는 게 쉬운가? 편하게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렵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나를 내가 소개하는 것인데도, 쉽지 않다. 내가 누구길래, 나는 나를 잘 알고 있는 걸까?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 걸까?
이 책은 이러한 질문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표지에 '데카르트 vs 레비나스'가 되어 있어서 이들을 중심으로 책을 설명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들은 주인공이 아니다. 상담 선생님이 학생들과 대화하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여러 사례들이 등장하는데 그때 주요하게 언급되는 인물들이다.
데카르트와 레비나스 전반적인 사상에 대해 언급되는 게 아니다. '생각하는 나'와 '환대-타자와의 관계성 가운데 나'를 중심으로 언급한다. 레비나스에 대해서 이름 말고 거의 몰랐는데, 책 읽으면서는 전체성의 철학-타자성의 철학, 등 들어본 개념들과 연결된다는 걸 알게 됐다. (서양에서는 주로 '타자'라는 표현을 쓰는 듯 하고, 동양에서는 '관계'라는 표현을 쓰는 듯 하다. 재밌는 건 이역시 서양은 자아를 기준점으로 본다는 점이다. 자기와 대비된 타자 아닌가. 그에 반해 관계는 누구에게나 그저 관계다. 그런 점에서 '무한성'을 말하는 레비나스는 한 발 더 나아간 사람이기는 하다.)
사상을 완전히 요리해서 새로 내놓는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다. 철학에 대해 아예 몰라도 상관없다. 읽기 좋다. 사실 철학이라는 건 어렵고 딱딱한 학문이 아니라 생각하고 질문하는 활동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철학적 활동을 아주 잘 이끌어준다. 내가 누구인지, 나를 어떻게 소개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누구나 쉽게 하기 때문이다.
어렵지 않기에 금방 읽을 수 있다. 책 읽는데 들어간 시간보다, 책을 읽고 나누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릴 수 있다. 혼자 글도 써보고, 다른 이들과 대화도 해보며 정말 나는 누구인지, 전체성과 타자성(무한성)을 대조적으로 생각해보며 사유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이 책이 존재하고, 철학이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한편 아브라함이 나오는데, 이는 아마도 레비나스가 아브라함을 언급했기 때문이겠지만, 저자의 공부 맥락에서도 잘 연결되는 듯 하다. 저자는 학부에서 종교학과를 졸업했다. 그 후 철학을 전공하는데, 종교와 철학의 연결이 중요하다고 본다. 사실 예전에는 둘은 하나였다. 그러다 점차 분화되어 지금은 상당히 멀어졌다. 그런데 통합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게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진경 같은 탁월한, 요리에 능한 철학자들도 가끔 아쉬운 게 종교에 대한 부분이다. 너무 근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게 아닌가 싶은 점이다. 저자에게선 좀 다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물론 아까 말한대로 레비나스의 인용이었기에 옮겨온 정도에 머물 수도 있지만, 통합적으로 사유할 수도 있다고 본다.
이 점을 적절히 잘 조화시켜야 '동학'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철학적으로만 볼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종교적 영역에만 놔둘 것도 아니다. 청소년 눈높이에서 글을 잘 풀어가는 저자를 만나 반갑고, 앞으로도 저자의 다른 책들을 보며 좀 더 깊고 넓은 관점을 갖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