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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 아는 만큼 자유로워진다
이무석 지음 / 두란노 / 2014년 3월
평점 :
보통 ‘신앙’에 대해 떠올리면, 하나님과 관계를 생각한다. 신에 대한 믿음과 고백이 신앙의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하나님과의 관계 뿐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단순히 윤리적인 차원이 아니다. 하나님에 대한 사랑이 사람에게 드러나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서 하나님을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가 드러난다. 사람과의 관계도 신앙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은 우리가 하나님만 섬기길 바라시지 않는다. 부모를, 자녀를, 심지어는 원수도 사랑하길 바라신다. 5초에 1명씩 굶어 죽어가고 있는 생명에 대해서도 깨어있기를 바라신다.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통해 제자로 인정받을 거라고 하신다. 사람에 대한 이해, 관계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이유다.
<성격, 아는 만큼 자유로워진다>는 40년 넘게 정신분석의 길을 걸어온 의사 선생님의 글이다. 문체가 존댓말과 구어체로 되어 있다. 바로 앞에서 강의를 듣는 기분이 든다. 이드, 자아, 초자아를 비롯하여 방어기제, 성격장애 등 정신분석학의 개념들이 많이 나온다. 서술이 간결하고 명료하여 낯선 개념들이 별로 어렵지 않게 들린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한결 이해가 잘 된다. 그러면서도 깊이가 얉지 않다. 오랜 기간 연구한 공력이 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312쪽의 책을 지난 5일 동안 푹 잠겨서 읽었다. 나를 발견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시간이었다. ‘아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었구나’ 싶었다. 이론과 딱 들어맞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고 바라보는 시야가 한층 넓어졌다. ‘도대체 왜 저러지? 이해가 안 되네’ 하며 단정짓고 체념하지 않게 된다.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성격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성격이 무엇인지, 성격의 구조와 발달과정을 설명한다. 16가지의 방어기제를 통해 흥미롭게 성격에 대해 알게 된다.
2부는 다양한 성격장애를 소개한다. 책 뒷 표지에 보면 “영적 성장을 방해하는 성격, 그 걸림돌을 제거하기”라고 쓰여 있는데, 딱 이 말이 적용되는 부분이다. 어떤 장애가 어떤 문제를 야기하는지 잘 말해준다.
3부는 책에 나오는 이론들로 성경 인물들을 해석한다. 성격을 주의 깊게 살피며 읽으니 새롭게 보이는 점들이 많았다. 특히 로마서 7장에 나오는 바울의 고백을 설명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284~289쪽)
바울은 바리새인이자 율법주의자였다. 그는 율법을 완벽하게 지킬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좌절한다. 그러나 죄책감에 시달리지 않는다. 절망에 빠진 바울은 새로운 초자아, 예수님을 만난다.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고, 자신과 화해한다. 자신이 약하기에 주님의 능력이 더욱 드러난다는 고백도 한다. 죄책감에서 해방되고, 자존감도 높아졌다. 율법의 가혹한 초자아를 버리고, 은혜의 너그러운 초자아를 만났다. 이 책을 통해 바울의 감격이 더 생생하게 느껴졌다.
요즘 기독교에서는 심리학과 상담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래도 프로이트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저자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을 그대로 계승하며 기독교적 적용을 한다. 충돌하지 않고 조화롭다. 기독교인이 이렇게 긍정적으로 정리하는 건 드물 것이다. 성격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지만, 정신분석학의 기본 개념들도 잘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프로이트는 주로 환자들을 대상으로 사례를 축적했다. 극단적인 경우가 많아 처음엔 별로라고 느껴졌다. 시간이 흐르니 오히려 적나라하게 걸림돌을 보여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 없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다들 크고 작은 장애를 품고 살아간다. 이 책을 통해 답답해하기보다 이해할 수 있게 되어서 좋다. 자신과 이웃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니 신앙하는 삶에도 좋은 변화가 생길 것 같다. 드러나는 현상 뿐 아니라 이면을 헤아리면서 보다 깊은 관계를 맺어가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