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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엄마의 느림여행 - 아이와 함께 가는 옛건축 기행
최경숙 지음 / 맛있는책 / 2014년 4월
평점 :
대학원 준비를 하던 중 농촌에 내려와 일손을 도왔다. 건축을 함께 했는데, 하다 보니 지금까지 계속 하고 있다. 대학원 진학 및 대학 졸업은 접었다.
그렇게 건축에 손을 댄 지 만 3년 반이 지났다. 서당 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나도 3년이 넘었다. 그러면 얼마나 할 수 있는가? 시간에 비해 별로 익히지 못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건축 도서를 집어 들었다. 현장에서 일은 했지만, 머리 속에 그림은 명확하지 않기에 정리할 겸 읽기 시작했다. 한옥을 짓는 일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용어를 비롯하여 기본 바탕이 되는 점들이 많아 전통건축 책을 보기 시작했다.
막상 관심을 갖고 보니 재미가 있었다. 예전에는 뭐 이리 복잡하게 만들었을까 하며,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하나하나 보이기 시작했다. 구조에 대한 이해도 되고, 멋과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새삼스레 보게 됐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직접 가보고 싶어졌다. 근처의 절에 가보고 싶었다. 당장 여건이 허락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 책 <건축가 엄마의 느림여행>을 만났다. 반가웠다. 뜻밖에 안내해주는 분을 만났으니.
평소 가보고 싶던 곳이 있다. 전라남도와 안동. 역시나 소개되었다. 현지에 가면 소개글이 있겠지만 미리 보는 느낌이다. 작지만 여러 모습의 칼라사진이 실려서 좋다. 물론 직접 보는 것만 못 하겠지만 그래도 약간의 감이 온다. 도토리를 주웠다거나 호객하는 사람들을 만난 일, 방문했는데 주인댁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는 등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역설적으로, 사진으로도 보고 이야기도 들으니 ‘여긴 이렇구나. 그냥 사진과 글로만 보고 안 가봐도 되겠네’ 하는 마음도 드는 곳도 있다. 저자가 이 말을 들으면 얼마나 황당할까 싶지만, 그래도 솔직히 드는 심정이다. 물론 충주 미륵대원지 등 전혀 몰랐던 곳을 새롭게 알게 되어 좋았고, 지나가는 길에 들려보고 싶은 곳이 많아진 게 더 크긴 하다.
우리 전통건축은 불교와 관련이 깊다. 그런데 저자는 기독교인임에도 불교에 대해 상당히 열려진 자세를 갖고 있다. 우상이라고 배척하기보다 문화와 예술로, 삶의 터전으로 건축을 이해하는 관점이 좋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책에 강원도 지역은 없는 거다. 왜 그랬을까. 가볼 곳이 없어서였을까, 가보지 못해서였을까. 강원도에 사는 사람으로서 약간 아쉽긴 하다. 혹시 후속 책이 나오려나? 그럴 수도 있겠다.
아는 만큼 본다고 하는데, 그 말은 모르면 봐도 모른다는 거다.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알게 되었으니 조금 더 보이리라. 계속 발품을 팔아가며 점점 보는 안목이 길러지면 좋겠다. 그리하여 결국은 나도 저자처럼 여행 다니고 기록을 잘 남겨보고 싶다. 특히 강원도 여행을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