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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읽는 힘 - 지적 교양을 위한 철학 안내서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홍성민 옮김 / 프런티어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올해 서양철학을 공부하려고 한다.
파편적으로 종종 했으나 이번에는 서양철학에 집중하여 ‘나만의 정리’를 할 계획이다.
올해 초부터 책을 읽어가며 철학의 세계로 들어가고 있다.
램프레히트의 <서양철학사>를 읽으려다 아직 내게 벅찬 느낌이라 전략을 바꿨다.
보다 쉽게 서술되고, 철학의 배경을 말해주는 책들을 먼저 찾아 읽고 있다.
그러던 중 <철학 읽는 힘>을 알게 됐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데카르트를 1분 안에 설명하고, 서양철학사를 3분 안에 설명할 수 있다니!
간단명료하게 정리해놓은 책이라 기대하며 이 책을 만났다.
우선 큰 틀을 잡을 수 있는 기회라 여기며..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원고지 10장 쓰는 법>을 통해 이미 만난 적 있다.
그 책을 다시 꺼내 저자의 필력을 살펴보았다.
역시 논지를 명확하게 제시하며, 글을 매끄럽게 잘 썼다. 깊이는 차치하고..
(글쓰기는 질보다 양이 우선이라며, 일단 원고지 10장을 채우라고,
그러다보면 문장력과 사고력이 증진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철학 읽는 힘>도 글이 간결하다. 잘 전해진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지금도 여전히 데카르트를 1분, 서양철학을 3분에 설명하는 건 자신 없다.
내가 이해를 충분히 못한 탓도 있지만 저자가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것도 있다.
이 책은 철학사/철학자들을 고르게 서술하고 있지 않다.
1산맥은 아리스토텔레스 제국이라고 칭하지만, 정작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아리스토텔레스로 대표되는 서양 사상/문명의 특징을 언급한다.
또 데카르트와 칸트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철학 사상보다 저자의 통찰력으로 그들 사유의 핵심을 짚는다.
데카르트의 ‘코기토’와 ‘좌표축’을 연결시키는데, 이건 저자의 말처럼, 철학 전문가가 아니니까 가능한 시도 아닐까 싶다.(108쪽)
(코기토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좌표축은 수학에서 나오는 xy축)
어딘가에 확실한 점, 원점을 찍으려하는 데카르트의 욕망을 지적한다.
칸트는 “할 수 없는 것은 단념하고, 할 수 있는 것을 좀 더 냉정하게 생각하자”며 ‘적극적인 단념’을 했다고 평한다. 부정적인 단념이 아니라 이기기 위한 단념이다.
여기서 하나 묻고 넘어가자.
철학을 왜 배우는가?
[누가 누가 무슨 무슨 말을 했고, 언제 언제 이러저러한 사유들이 있었다...]
이걸 외워서 어디에 써먹을까? 일상생활에 유용할까?
성적 받기 위한 시험 아니고서는 별 의미가 없을 거다.
차라리 어떤 방식으로 사유했는지, ‘철학하기’에 대해 배우는 게 더 중요할 거다.
이게 철학 공부의 이유이자 알짬이다.
여러 철학책을 봤는데, 칸트의 철학하기에 대해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은 아직 없었다.
이게 이 책의 장단점이다.
칸트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잘 모르더라도,
그의 사유 자세인 ‘적극적인 단념’에 대해 배운다면 어떠한가?
철학사/철학자를 일반적으로 서술하는 책이라면 문제지만,
저자는 ‘철학 읽는 힘’, 사유하는 방식과 사상에 대해 말하려 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이런 묘미가 있다.
저자도 맺음말에서 ‘나의 관심은 토막 상식보다 사고 스타일에 있다’고 한다.(261쪽)
철학 상식을 만나려면 다른 책을 찾는 게 좋을 것이다.
철학을 통한 사유 방식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한편 이 책에서 니체, 저자와 니체는 빼놓을 수 없다.
저자는 니체를 좋아하며, <곁에 두고 읽는 니체>라는 책도 펴냈다.
이 책의 니체 부분 만큼은 꼭 읽어보시길 권한다.
니체 철학의 매력을 듬뿍 느끼실 것이다.
처한 상황이 아무리 힘들고 싫어도 “그래, 다시 한 번” 하고 말할 수 있는 강함, 이것이 영겁회귀 사상이다.
강한 바람이 부는 곳에 홀로 서서, 아무런 보호를 받을 수 없을지라도
그 바람을 맞아 고독해지라! 기죽지 마라! 노예처럼 살지 마라! 초인이 되라!
정말 감동이다.
철학 공부, 여기서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덤으로 서양철학 공부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올해 내가 걷고 있는 길을 나눈다.
철학은 삶의 고민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렇기에 나는 철학자의 삶, 당시 시대 상황을 파악하며 철학자의 고민을 이해하고,
그 가운데서 나온 철학사상을 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입문용 도서로 탁월한 철학 소설인 <소피의 세계>가 많이 거론된다.
근데 워낙 명성을 좋게 들어서 그런지 막상 읽으면서는 별로였다.
나쁘다는 건 아니다. 내 기대가 너무 컸던 것 같다. 번역도 좀 딱딱했다.
(요즘 새로운 번역으로 개정판이 나왔다고 들었는데, 언젠가 그걸로 다시 보고 싶다)
내가 접한 책 중엔 안광복 선생의 <처음 읽는 서양철학사>가 첫 시작으로 좋았다.
저자도 말한다. ‘처음 읽는’ 입문용으로 집필했다고.
철학자의 삶을 짧게 서술해주는데, 전반적인 틀을 잡는데 유용했다.
같은 저자의 <역사, 철학을 만나다>도 이해하기 쉽고 간단하다.
(쉽고 간단한 것은 말 그대로 입문용이다. 더 깊은 차원으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
시대적 배경을 중심으로 철학 사상을 정리한 책으로 <문명이 낳은 철학, 철학이 만든 역사1>를 본다.
서술이 간결, 명료하다. 1권은 동양 사상과 서양의 근대까지 쓰였고, 2권에서 현대를 다룬다.
더불어서 <생각하고 토론하는 서양 철학 이야기>도 읽는다.
고대, 중세, 근대, 현대로 1~4권이 있는데 난 이 중 1,3권을 조금씩 봤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읽기에 괜찮다. 친구들은 특히 1권이 재밌었다고 한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이후 철학에 깊은 영향을 주었기에 잘 정리해둬야 한다.
중세, 근대 철학 읽다가 다시 앞으로 돌아가기 일쑤다.
(편집 구성이 <문명...>은 성인 대상, <생각하고...>는 청소년 대상)
동서양, 역사와 철학을 가로지르며 해박한 지식을 엮어놓는 필자/역자로 남경태 선생이 있다.
<누구나 한번쯤 철학을 생각한다>는 언젠가 살펴보려 한다.
(그의 이른 죽음이 아쉽고 안타깝다)
공부 모임에서 이진경 선생의 <철학과 굴뚝청소부>를 읽기로 했다.
근현대 철학의 문제설정들을 정리하기에 좋다.
한편 그가 철학입문용으로 쓴 책이 있으니 <히치하이커의 철학여행>이다.
<철학의 모험>의 개정판인데 거의 새로 썼다고 한다.
그러니까 오히려 <철학의 모험>도 한 번 보고픈 마음이 든다.
<히치하이커..>는 개념을 가급적 언급하지 않고, 상황을 제시하여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
‘철학하기’를 유도하는 책이다.
개념 정리는 <철굴>, 스스로 철학하기는 <히치하이커>를 선택하면 된다.
예전에 이정우 선생의 <사건의 철학>, <주체란 무엇인가>를 감탄하며 읽었다.
그리하여 <세계철학사>와 그가 번역한 <이성의 꿈>도 구입해놓았다. 짬짬이 읽는 중.
추후에는 철학 주제별 입문 도서인 <개념 뿌리들>도 이어갈 계획.
인물별 대결구도로 구성한 강신주 선생의 <철학 vs 철학>은 되새김용으로 본다.
독특한 철학사 책이다. 강렬함이 있다.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을 꺼내보기 좋다. 구입할 가치가 있다.
도서관에 보니 강영안 선생의 <강 교수의 철학이야기>가 있어 꺼내봤다.
저자는 쉽게 쓰려고 애썼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그리 어렵지 않게 읽힌다.
그러면서도 저자의 내공이 자연스레 묻어난다. 말은 친절하고, 내용은 깊다.
데카르트 ~ 칸트까지 9명 다룬다.
‘읽을 거리’에 더불어 읽을 만한 책들을 자세히 소개시켜 준다.
출간된 지 15년 됐는데, 최근 연구 반영된 개정판이 나오면 좋겠다.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쓴 책이란 걸 참고하고 읽으시길..
한편 몇 년 전에 <라이프니츠는 왜 스피노자를 몰래 만났나>를 구입해두었다.
아직도 잠자는 중이다. 책 소개를 살펴보니 둘의 만남을 토대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전개한다고 한다.
나처럼 삶과 배경을 먼저 알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도 괜찮을 것 같다.
최근 심강현 선생의 <욕망하는 힘, 스피노자 인문학>도 함께 읽고 있다.
저자는 의사이자 아마추어 철학 애호가다.
철학에 관심 두고 꾸준히 읽고 정리하여 낸 책인데, 공감이 잘 된다.
저자의 <시작하는 철학여행자를 위한 안내서>도 괜찮을 거라 예상된다.
그림이나 표로 설명한 책도 한 두 권 보려 한다.
<철학도해사전>, <철학의 책> 등이 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