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읽는 힘 - 지적 교양을 위한 철학 안내서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홍성민 옮김 / 프런티어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올해 서양철학을 공부하려고 한다.

파편적으로 종종 했으나 이번에는 서양철학에 집중하여 ‘나만의 정리’를 할 계획이다.

 

올해 초부터 책을 읽어가며 철학의 세계로 들어가고 있다.

램프레히트의 <서양철학사>를 읽으려다 아직 내게 벅찬 느낌이라 전략을 바꿨다.

보다 쉽게 서술되고, 철학의 배경을 말해주는 책들을 먼저 찾아 읽고 있다.

 

 

그러던 중 <철학 읽는 힘>을 알게 됐다.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데카르트를 1분 안에 설명하고, 서양철학사를 3분 안에 설명할 수 있다니!

간단명료하게 정리해놓은 책이라 기대하며 이 책을 만났다.

우선 큰 틀을 잡을 수 있는 기회라 여기며..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원고지 10장 쓰는 법>을 통해 이미 만난 적 있다.

그 책을 다시 꺼내 저자의 필력을 살펴보았다.

역시 논지를 명확하게 제시하며, 글을 매끄럽게 잘 썼다. 깊이는 차치하고..

(글쓰기는 질보다 양이 우선이라며, 일단 원고지 10장을 채우라고,

그러다보면 문장력과 사고력이 증진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철학 읽는 힘>도 글이 간결하다. 잘 전해진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지금도 여전히 데카르트를 1분, 서양철학을 3분에 설명하는 건 자신 없다.

내가 이해를 충분히 못한 탓도 있지만 저자가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것도 있다.

 

 

이 책은 철학사/철학자들을 고르게 서술하고 있지 않다.

1산맥은 아리스토텔레스 제국이라고 칭하지만, 정작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아리스토텔레스로 대표되는 서양 사상/문명의 특징을 언급한다.

 

또 데카르트와 칸트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철학 사상보다 저자의 통찰력으로 그들 사유의 핵심을 짚는다.

 

데카르트의 ‘코기토’와 ‘좌표축’을 연결시키는데, 이건 저자의 말처럼, 철학 전문가가 아니니까 가능한 시도 아닐까 싶다.(108쪽)

(코기토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좌표축은 수학에서 나오는 xy축)

 

어딘가에 확실한 점, 원점을 찍으려하는 데카르트의 욕망을 지적한다.

칸트는 “할 수 없는 것은 단념하고, 할 수 있는 것을 좀 더 냉정하게 생각하자”며 ‘적극적인 단념’을 했다고 평한다. 부정적인 단념이 아니라 이기기 위한 단념이다.

 

 

여기서 하나 묻고 넘어가자.

철학을 왜 배우는가?

 

[누가 누가 무슨 무슨 말을 했고, 언제 언제 이러저러한 사유들이 있었다...]

 

이걸 외워서 어디에 써먹을까? 일상생활에 유용할까?

성적 받기 위한 시험 아니고서는 별 의미가 없을 거다.

 

차라리 어떤 방식으로 사유했는지, ‘철학하기’에 대해 배우는 게 더 중요할 거다.

이게 철학 공부의 이유이자 알짬이다.

 

여러 철학책을 봤는데, 칸트의 철학하기에 대해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은 아직 없었다.

이게 이 책의 장단점이다.

 

칸트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잘 모르더라도,

그의 사유 자세인 ‘적극적인 단념’에 대해 배운다면 어떠한가?

 

철학사/철학자를 일반적으로 서술하는 책이라면 문제지만,

저자는 ‘철학 읽는 힘’, 사유하는 방식과 사상에 대해 말하려 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이런 묘미가 있다.

 

저자도 맺음말에서 ‘나의 관심은 토막 상식보다 사고 스타일에 있다’고 한다.(261쪽)

철학 상식을 만나려면 다른 책을 찾는 게 좋을 것이다.

철학을 통한 사유 방식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한편 이 책에서 니체, 저자와 니체는 빼놓을 수 없다.

저자는 니체를 좋아하며, <곁에 두고 읽는 니체>라는 책도 펴냈다.

이 책의 니체 부분 만큼은 꼭 읽어보시길 권한다.

니체 철학의 매력을 듬뿍 느끼실 것이다.

 

처한 상황이 아무리 힘들고 싫어도 “그래, 다시 한 번” 하고 말할 수 있는 강함, 이것이 영겁회귀 사상이다.

강한 바람이 부는 곳에 홀로 서서, 아무런 보호를 받을 수 없을지라도

그 바람을 맞아 고독해지라! 기죽지 마라! 노예처럼 살지 마라! 초인이 되라!

정말 감동이다.

 

 

철학 공부, 여기서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덤으로 서양철학 공부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올해 내가 걷고 있는 길을 나눈다.

철학은 삶의 고민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나왔다.

그렇기에 나는 철학자의 삶, 당시 시대 상황을 파악하며 철학자의 고민을 이해하고,

그 가운데서 나온 철학사상을 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입문용 도서로 탁월한 철학 소설인 <소피의 세계>가 많이 거론된다.

근데 워낙 명성을 좋게 들어서 그런지 막상 읽으면서는 별로였다.

나쁘다는 건 아니다. 내 기대가 너무 컸던 것 같다. 번역도 좀 딱딱했다.

(요즘 새로운 번역으로 개정판이 나왔다고 들었는데, 언젠가 그걸로 다시 보고 싶다)

 

내가 접한 책 중엔 안광복 선생의 <처음 읽는 서양철학사>가 첫 시작으로 좋았다.

저자도 말한다. ‘처음 읽는’ 입문용으로 집필했다고.

철학자의 삶을 짧게 서술해주는데, 전반적인 틀을 잡는데 유용했다.

 

같은 저자의 <역사, 철학을 만나다>도 이해하기 쉽고 간단하다.

(쉽고 간단한 것은 말 그대로 입문용이다. 더 깊은 차원으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

 

시대적 배경을 중심으로 철학 사상을 정리한 책으로 <문명이 낳은 철학, 철학이 만든 역사1>를 본다.

서술이 간결, 명료하다. 1권은 동양 사상과 서양의 근대까지 쓰였고, 2권에서 현대를 다룬다.

 

더불어서 <생각하고 토론하는 서양 철학 이야기>도 읽는다.

고대, 중세, 근대, 현대로 1~4권이 있는데 난 이 중 1,3권을 조금씩 봤다.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읽기에 괜찮다. 친구들은 특히 1권이 재밌었다고 한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이후 철학에 깊은 영향을 주었기에 잘 정리해둬야 한다.

중세, 근대 철학 읽다가 다시 앞으로 돌아가기 일쑤다.

 

(편집 구성이 <문명...>은 성인 대상, <생각하고...>는 청소년 대상)

 

동서양, 역사와 철학을 가로지르며 해박한 지식을 엮어놓는 필자/역자로 남경태 선생이 있다.

<누구나 한번쯤 철학을 생각한다>는 언젠가 살펴보려 한다.

(그의 이른 죽음이 아쉽고 안타깝다)

 

공부 모임에서 이진경 선생의 <철학과 굴뚝청소부>를 읽기로 했다.

근현대 철학의 문제설정들을 정리하기에 좋다.

 

한편 그가 철학입문용으로 쓴 책이 있으니 <히치하이커의 철학여행>이다.

<철학의 모험>의 개정판인데 거의 새로 썼다고 한다.

그러니까 오히려 <철학의 모험>도 한 번 보고픈 마음이 든다.

 

<히치하이커..>는 개념을 가급적 언급하지 않고, 상황을 제시하여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

‘철학하기’를 유도하는 책이다.

개념 정리는 <철굴>, 스스로 철학하기는 <히치하이커>를 선택하면 된다.

예전에 이정우 선생의 <사건의 철학>, <주체란 무엇인가>를 감탄하며 읽었다.

그리하여 <세계철학사>와 그가 번역한 <이성의 꿈>도 구입해놓았다. 짬짬이 읽는 중.

추후에는 철학 주제별 입문 도서인 <개념 뿌리들>도 이어갈 계획.

 

인물별 대결구도로 구성한 강신주 선생의 <철학 vs 철학>은 되새김용으로 본다.

독특한 철학사 책이다. 강렬함이 있다.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을 꺼내보기 좋다. 구입할 가치가 있다.

 

도서관에 보니 강영안 선생의 <강 교수의 철학이야기>가 있어 꺼내봤다.

저자는 쉽게 쓰려고 애썼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그리 어렵지 않게 읽힌다.

그러면서도 저자의 내공이 자연스레 묻어난다. 말은 친절하고, 내용은 깊다.

데카르트 ~ 칸트까지 9명 다룬다.

‘읽을 거리’에 더불어 읽을 만한 책들을 자세히 소개시켜 준다.

출간된 지 15년 됐는데, 최근 연구 반영된 개정판이 나오면 좋겠다.

기독교인을 대상으로 쓴 책이란 걸 참고하고 읽으시길..

한편 몇 년 전에 <라이프니츠는 왜 스피노자를 몰래 만났나>를 구입해두었다.

아직도 잠자는 중이다. 책 소개를 살펴보니 둘의 만남을 토대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전개한다고 한다.

나처럼 삶과 배경을 먼저 알고 싶은 분이라면, 이 책도 괜찮을 것 같다.

 

최근 심강현 선생의 <욕망하는 힘, 스피노자 인문학>도 함께 읽고 있다.

저자는 의사이자 아마추어 철학 애호가다.

철학에 관심 두고 꾸준히 읽고 정리하여 낸 책인데, 공감이 잘 된다.

저자의 <시작하는 철학여행자를 위한 안내서>도 괜찮을 거라 예상된다.

 

그림이나 표로 설명한 책도 한 두 권 보려 한다.

<철학도해사전>, <철학의 책> 등이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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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공부 - 완벽하지 않은 스무 살을 위한
후지하라 가즈히로 지음, 임해성 옮김 / 21세기북스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어제 받았다. 받자마자 한 번 훑어보고, 오늘 아침 2번 읽고 서평 쓴다.

책의 두께는 얇지 않으나 종이가 살짝 두텁고, 글 간격이 넓어서 금방 읽는다.

 

내용도 어렵지 않다. 어찌 보면 다 아는 내용이다. 새롭지 않다.

그러나 그런 ‘뻔한’ 내용을 일관되게 잘 정리해놓고 있다.

아는 것과 익히는 것은 다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바를 이미 알고 있어도, 내 삶에 응용하는 건 잘 못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책을 두 번째 읽을 때는 수첩에 정리하며 읽었다.

내 것으로 소화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기록하며 저자의 말을 나의 말로 바꾸어봤다.

 

책에서는 ‘1교시 손발을 써서 생각하라’를 ‘자기 스스로 생각하는 힘’으로,

‘2교시 모두의 힘을 빌려라’를 ‘더불어 함께 하라’,

‘3교시 자신의 답을 의심하라’를 ‘나의 답, 가설을 의심하라’,

‘4교시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라’를 ‘직접 실감해보라’,

‘5교시 답을 모두와 공유하라’를 ‘상대와 마음을 나누고, 마음을 얻으라’로 바꾸었다.

 

말을 바꾼 건 억지로 한 게 아니다.

그저 그 부분을 읽고, 내게 와 닿은 걸 중심으로 한 마디로 정리한 결과다.

그러고나서보니 바로 이게 책에서 말하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다.

 

이런 과정은 힘이 든다. 시간이 든다.

이걸 하기 때문에 다른 걸 못 한다. (아내와의 대화, 인터넷 서핑, 영화보기 등)

 

그런데 여기에 시간을 들임으로써 얻게 되는 게 있다.

‘의심하기’도 마찬가지다.

상식에 질문하면 피곤해진다. 어차피 같은 결론에 도달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 얻는 게 있다.

사고력이 증진된다.

또 하나, 심리적 유연성이 길러진다. ‘나만 옳다’가 아니라 ‘나도 틀릴 수 있다’는 여유를 갖게 된다.

 

5가지 방법론을 앞으로도 음미하면서, 삶에서 잘 펼쳐내고 싶다.

 

 

번역도 잘 되어 있어 부드럽게 읽힌다.

 

책에서 ‘혼자서는 못 산다. 협업해야 한다’고 반복하여 말하는데,

저자가 일본 사람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일본의 전반적인 문화는 홀로 생활하기를 즐겨한다.

식당에도 혼자 가는 사람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을 하는 게 재미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정답주의/안일주의에 활력을 불어넣는 교육혁신가가 된 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마지막 5교시 프레젠테이션 부분을 나는 ‘마음 나누고, 마음 얻으라’라고 정리했다.

내가 설명하는 이유, 설명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결국 상대가 이해하고, 상대의 마음을 얻고, 상대를 동료로 만들기 위해서 아닌가?

 

나 중심적 삶에서 타인과 함께 하는 공동체적 삶으로 전환하는 방법이 여기에 있다.

 

이 책은 ‘읽어보기’보다 ‘새겨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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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시간에 쫓기는가 - 삶을 변화시킬 새로운 시간의 심리학
필립 짐바르도.존 보이드 지음, 오정아 옮김 / 프런티어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결론부터 말한다.

내게 아주 유익한 책이었다. 나에 대한 이해와 타인에 대한 이해를 한층 넓혀줬다.

다른 사람들의 서평을 보면 그다지 별로였나 보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별로라고 해서 별로라는 게 아니라 자기가 얻은 유익을 별로 언급하지 않아서 그렇다.

 

이 정도로 쓰면 이 책을 읽고픈 마음이 생기실지 모르겠다.

 

책 소개는 출판사 서평을 통해서도 많이 되었으니,

좋게 읽은 사람으로서의 특징을 적어야겠다. (그래야 ‘시간’에 도움이 되시겠죠? ^^)

 

아, 그리고 이 책은 시간 관리에 대해 조언하는 책이 아니다.

제한된 시간을 짜임새 있게 활용하는 책들은 시중에 많이 있다.

그걸 원하는 분들은 다른 책을 보시라.

이 책은 ‘시간 관리’ 이전에, 시간에 대한 태도를 성찰하게 하는 책이다.(387,388쪽)

 

 

저자는 1939년에 5살이라고 한다. 책이 2008년에 출간됐으니 74세에 출간된 책이다.

30년 연구한 결과를 응축시켜 만들어낸 책이다.

 

최근에 읽은 <관계 수업>, <몸은 기억한다>를 떠올리게 한다.

모두 70대 의사들의 내공과 연륜이 오롯이 담긴 알찬 책들이다.

 

저자들은 글을 흥미롭고 맛깔나게 쓴다. 별로 지루하지 않다.

다만 후반부로 가며 힘이 달리는 느낌이 있긴 하다.

예를 들어 시간관을 바꾸는 방안을 제시하는데 약한 느낌이다.

물론 자기 자신이 어떠한 시간 태도를 지니고 있는지 파악했다면,

이미 이 책은 성공한 것이자, 변화의 씨앗을 심은 것이다.

 

저자들이 말하는 ‘시간관’이란 시간에 대한 태도를 뜻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인간 이해의 새로운 지평을 알게 됐다.

기질, 성격처럼 시간을 대하는 태도도 인간을 새롭고, 넓고 깊게 이해하게 해준다.

 

책에서는 모두 7가지 시간관을 말한다.

1) 과거 긍정 2) 과거 부정 3) 현재 쾌락 4) 현재 숙명 5) 미래 지향 6) 초월적 미래

7) 전체론적 현재

 

이 중 앞의 6가지를 길게 설명하고, 마지막 전체론적 현재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언급한다.

 

84~85쪽에 짐바르도 시간관 검사(ZTPI)가 있고, 뒤에 설명이 이어진다.

(특히 과거 긍정은 꼭 설명을 봐야 오해가 없다. 나는 오해가 있었다. 126쪽을 보시라)

 

 

아내는 책은 읽지 않고, 검사만 해봤다.

우리 둘 다 초월적 미래가 가장 높게 나왔다.

그 다음으로는 나는 현재 쾌락, 아내는 미래 지향이었다.

그래서 우리 둘이 갈등이 있었던 것이다!

 

현재 쾌락은 지금을 즐긴다. 내일은 없다.

반면 미래 지향은 내일을 위해 오늘 절제한다.

 

우리 둘의 갈등을 ‘성격 차이’ 혹은 ‘궁합’(사주명리학적 맥락)이 아니라

‘시간관’으로 해석하게 된 점이 이 책을 읽고 배운 것이다.

 

내가 왜 이런 행동을 하고,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아내는, 동료는 왜 그렇고,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이 대략 감이 온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인간 통찰을 깊이 해주는 책이다.

 

 

한편 나는 이 책에서는 별로 다루지 않은 ‘전체론적 현재’에 관심이 많다. (8, 83, 151쪽을 살펴보라)

특히 얼마 전 ‘마음챙김’ 명상을 접하고 난 뒤 더욱 그렇다.

저자도 불교와 명상의 중심되는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마음챙김 명상은 불교의 위빠사나 명상 수련을 존 카밧진이라는 의사가 미국에서 대중화, 일반화 시킨 치료법이다)

 

하지만 기독교의 맥락에서도 잘 통한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천국은, 죽어서만 가는 게 아니다.

이 땅에서도 이루어진다. 이미 시작되었고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게 하나님나라다.

 

그러나 많은 형식적인 기독교, 소위 개독교나 ‘예수천당 불신지옥’을 외치는 사람들은

이 땅에서 이루어지는 천국에 대해 잘 못 가르친다.

영생, 영원한 생명은 시간의 양을 뜻한다기 보다 질적인 면을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있을 때의 그 아늑하고 감미로운 느낌,

혹은 짜증나고 혐오스러운 순간의 절망적인 경험,

이것을 두고 천국과 지옥을 맛본다고 할 수 있다.

꼭 죽어서만 가는 게 아니다. 여기서도 경험한다.

 

현재와 미래를 잇대어 사는 영원/영생 개념을 간과하는 기독교,

죽어서 가는 천국, 내세만을 강조하는 기독교는 ‘전체론적 현재’와 맞지 않지만,

원래 예수의 가르침과 참된 기독교 정신은 잘 통한다고 생각한다.

(내세를 강조하는 동시에 이 땅에서의 입신양명도 축복이라 여긴다.

내가 말하는 건 이러한 인간적 욕망의 성취라기보다 십자가와 부활의 길을 걷는 삶이다.)

 

종교서적이 아닌데 종교 이야기를 많이 해서 약간 신경 쓰인다.

하지만 초월적 미래 시간관을 가진 사람이 건강하고,

특히 전체론적 현재는 가장 탁월한 시간관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관심 있는 분들은 이 부분을 주목하리라 생각한다.

 

저자들은 적절히 시간관이 혼합되는 게 좋다고 본다.

과거 긍정이 주를 이루고, 현재 쾌락과 미래 지향이 조금씩 섞이고,

현재 숙명과 과거 부정은 멀리하는 시간관..

 

적절하게 혼합된 시간관은 전체론적 현재 시간관과 잘 연결된다고 보고,

종교 영향을 많이 받는 초월적 미래 시간관과 더불어 설명하느라 그런 점을 양해바란다.

 

저자들은 전체론적 현재에 관해 에크하르트 톨레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를 언급했다.

 

이 책에 ‘시간’을 들이면,

시간에 대한 태도들에 대해 이해하게 되고,

자신과 타인이 어떤 시간관을 갖고 있는지 돌아보며, 새롭게 이해하는 관점을 얻게 될 것이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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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만나는 몸 공부 - 노장사상으로 배우고 황제에게 듣는 몸의 원리
차경남 지음 / 글라이더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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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몸 수련을 가장 중요한 목표로 잡았다.

작년부터 시작한 태극권을 꾸준하고, 집중해서 해가려고 한다.

그렇게 하여 알아보다보니 ‘호흡’이란 주제로 관심이 이어졌다.

 

이 책을 만나게 된 것도 ‘호흡’ 때문이다. 12강 중 2강에서 호흡을 다룬다.

기, 음양, 오행, 상생과 상극, 칠정과 정기신 등을 다루는데 이 중 호흡이 2강이다.

기(氣) 다음이고 음양보다 앞선다. 그만큼 호흡을 중요하게 다룬다.

 

왜 호흡이 중요한가?

물과 밥은 안 먹어도 며칠 살 수 있다.

하지만 호흡은 5분만 하지 않으면 죽는다. 생명의 기본 활동이다.

기(氣)가 사람의 근본인데, 맑은 기가 들어오고 탁한 기가 나가는 게 호흡이다.

 

이토록 호흡이 중요하건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못된 호흡(흉식/얉은 호흡)을 하고 있다.

호흡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복식 호흡을 통해 숨을 깊게 쉬어야 한다. 특히 내쉬는 걸 오래하는 장출식을 해야 한다.

 

이 외에 이 책을 통해 중요하게 느낀 두 가지는 ‘침’과 ‘오행의 상징성’이다.

입 안에 있는 침은 매우 중요하다. 뱉을 게 아니라 고이 모셔야 할 소중한 존재다.

 

오행(五行)이란 ‘우주가 움직이는 다섯 가지 운동방식’이다.(131쪽)

목, 화, 토, 금, 수, 즉 나무, 불, 흙, 쇠, 물은 오행이 아니다. 이것들은 오재(五材)다.

오행은 상징이고, 구체적 사물이 아니다.

그래서 기(氣)를 붙여서 목기, 화기, 토기, 금기, 수기로 이해해야 한다.

 

이 책은 동양사상, 특히 황제내경을 쉽게 풀이하여 준다.

저자는 황제내경이 노자의 철학을 의학적으로 풀어낸 책이라고 한다.

중간에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인 맥락을 그리기에 적절한 입문서다.

 

서양 사상과 비교하여 다룬다.

(서양) 해부학과 (동양) 한의학의 차이는 죽은 걸 다루느냐, 살아있는 걸 다루느냐라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

또 서양의학은 부분만 보지만, (분리된 부분체의 집합)

동양의학은 전체를 본다. (통합된 유기적 전체)

 

서양의학은 구강건조증이 생기면 그것만 본다. 이비인후과에서.

이후에 안구건조증이 생기면 그때 안과에 가서 그것만 치료한다.

하지만 동양의학은 건조증이 생겨나는 근본 원인을 살핀다. 이게 큰 차이다.

 

동양에서는 2000년 전에 깨달은 것들을, 서양에서는 불과 얼마 전에 인식하게 된 것들이 많다.

동양 사상의 뿌리 깊은 전통과 탁월한 지혜에 자부심을 갖고, 서양 사상의 한계를 들여다보면서도,

동시에 서양의 장점도 간단하게나마 기술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스피노자, 아인슈타인, 양자역학 등의 이야기가 나오지만 그 외에 서양 전통 사상의 장점도 같이 언급되면 더 좋겠다)

 

 

저자 소개를 보니 하남에서 고전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강의록을 바탕으로 책을 엮어 내는 것 같다. 술술 잘 읽혀서 좋다.

강연이 계속 이어진다면, 또 다른 책이 이어서 나올 것 같다.

다음 책도 기대된다.

 

한편 이 책은 몸 수련에 중점을 둔 책이 아니다.

그건 내가 찾고 적용해야 할 몫이다.

다음엔 실제적인 몸 수련에 대해서도 책이 나오면 좋겠다.

 

책 후반부에서 ‘3일 배운 것을 3년 익혀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여기서 배운 것들을 몸에 익도록 잘 실천해봐야겠다.

 

마지막으로 저자에게 한 가지 질문이 생긴다.

동서양을 넘나들며 사상을 통합하는 ‘켄 윌버’를 어떻게 바라볼까 하는 점이다.

이 책도 양자 역학 등 비교적 최근 사상(20세기)을 다루고 있다.

저자의 참고문헌을 보니 최근 책들도 상당히 있다.

저자가 지금도 성실히 공부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그러니 궁금하고, 기대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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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기억한다 - 트라우마가 남긴 흔적들
베셀 반 데어 콜크 지음, 제효영 옮김, 김현수 감수 / 을유문화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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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인상적인 추천사 때문이다.

‘걸작’, ‘역작’, ‘바이블’, ‘놀라운 책’, ‘위대한 업적’,

‘이 특별한 책은... 고전이 될 것이다’, ‘큰 변화를 가져올 만한 책’

‘트라우마와 관련된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등등..

 

작년에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할 길>을 읽은 후, 많은 책을 볼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책을 반복해서 읽는 게 더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서 책을 읽는다면 두고두고 볼만한 묵직한 책을 보고 싶었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의 추천을 보며, 보통 책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어떨까 하며 읽어보니 정말 그렇다.

 

 

저자는 1970년대부터, 30년 이상 트라우마를 연구했고,

그 결실이 이 책에 오롯이 담겨 있다.

경험과 고민, 지식과 마음이 한데 어우러진 알찬 꾸러미다.

 

검색해보니 저자 ‘베셀 반 데어 콜크’는 1943년에 태어났다.

이 책이 2014년에 나왔으니 72세에 쓴 책이다.

70세 넘은 의사가 책을 낸다고 하면, ‘새로운 내용이 얼마나 들어가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들며 최신 정보는 별로 담아내지 않았을 거라 예측한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저자가 얼마나 유연하고,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요법과 정보들을 취합하고 응용하여 트라우마 연구를 진전시키는지 귀감이 된다.

‘연구는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 싶은 마음이 일게 되는데, 그게 70 넘은 노인에게서 느낄 줄이야..

 

저자의 연구 결과도 물론 훌륭하지만, 자세가 남다르다.

그 점이 인상적이라 여기에 옮긴다.

“내 남은 삶은 트라우마의 수수께끼를 푸는 데 바칠 것임을 예감했다.”(35쪽)

“밤이건 주말이건 그 병동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던 나는 잠깐씩 들르는 의사들이 결코볼 수 없는 일들을 보게 되었다.”(57쪽)

“환자의 삶의 생태에 관심을 거의 기울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58쪽)

“나는 스캔 결과를 냉장고 문에 테이프로 붙여 놓고 이후 몇 달 동안 매일 저녁마다 가만히 관찰했다.”(85쪽)

“이 책은... 30여 년간 연구한 결실이다”(565쪽)

 

적당히 대충하는 자세가 아니라 환자의 아픔에 대해 공감하며 함께 애쓴 자세이며 삶이다.

정성스러운 삶에서 이렇게 탁월한 책이 만들어진 것이다.

 

 

5부는 회복에 관한 내용인데, 마음챙김 명상, 안구 운동 요법(EMDR), 요가, 뉴로피드백, 연극 치료 등 매우 다양한 방법들을 탄력적으로 수용한다.

 

그 이유는 저자가 트라우마에는 유일한 치료법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334쪽)

트라우마의 증상도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과거의 힘든 순간을 떠올렸을 때, 당시로 돌아간 듯 굉장히 괴로워하는 사람도 있고,

반면 멍해지면서 가만히 멈춰버리는 사람도 있다.

 

공통점은 현재를 잘 살아내지 못하는 점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시도될 수밖에 없다.

 

 

2001년 9.11 사건으로 정신적 외상을 겪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여러 기관들이 모여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았다고 한다.

전문가 위원회는 정신분석과 인지행동치료, 이 두 가지만을 권고했다.

하지만 실제로 효과를 거둔 것은 침술, 마사지, 요가, 안구 운동 등이라고 한다.(364쪽)

 

정신분석에서는 과거로 돌아가 그 기억을 끄집어내고, 거기에 머물라고 한다.

처음에는 힘들지만 자꾸 반복하면 나아진다고 본다.

이는 요즘 관심 갖고 보는 김형경 작가의 책에서도 접하는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이야기한다고 해서 다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지행동치료도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여러 가지를 상황에 맞게 적용하고, 특히 ‘몸’의 감각을 되살려야 한다고 한다.

9.11 사건 피해자들도 ‘말’보다 ‘몸’ 요법으로 회복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더불어 ‘환경’, ‘관계’도 중요하게 여긴다.

아니, 결국은 환경이 핵심이다.

한 마디로 감히 말하면,

‘자기가 있는 상태, 환경을 편안하게 느끼는가? 그렇다면 트라우마는 극복됐다’

 

편안하게 느낄 수 없어서 문제가 되고, 어떻게 하면 편안하게 느끼도록 도울지를 찾아나선 게 저자다.

좀 엉성한 치료법이라도 신뢰하고 사랑하는 ‘관계’가 있다면, 트라우마는 회복될 수 있다.

따뜻한 관계망은 트라우마가 재생되기 어렵고, 회복되기에 좋은 조건이 된다.

 

물론 정신분석의 입장에서 글을 쓰는 김형경 작가도 ‘몸’ 쓰는 것과 ‘관계’를 강조한다. (<좋은 이별> 160쪽.)

말만으로 다 될 수 있다고 보진 않는다. 우울증 극복하려면 몸을 써야 한다!

몸 안 쓰면 회복 안 된다고 할 수는 없지만, 몸 쓰면 확실히 진전된다.

 

더불어 콜크도 ‘말’을 중요하게 여긴다. 결코 무시하지 않는다.

이는 14장 ‘언어, 기적이자 고통’에서 헬렌 켈러의 예를 들며 자세히 말해준다.

하지만 한계가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약물’에 대해서도 말해보자.

지금 미국의 주류 의학계는 ‘약물’을 선호한다. 지난 10년간 미국 국방부, 보훈부가 약물에 들인 돈이 45억 달러라고 한다.

군인 뿐 아니라 어린이, 우울증 환자들에게도 사용될 걸 고려하면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저자는 약물로 트라우마를 약화시킬 수는 있으나 치유할 수는 없다고 본다.(354쪽)

그러면서도 필요한 경우엔 약물을 처방한다. 여기서도 저자의 유연한 태도를 볼 수 있다.

 

 

이 책은 읽는데 오래 걸리는 책이다. 시간을 재보니 평균 1쪽 읽는데 2분 걸린다.

완독하려면 20시간을 들여야 하는 책이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다.

‘뇌’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됐다.

편도체, 전두엽 등 어떤 기능을 하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잘 정리됐다.

 

인상적인 건 ‘다미주 신경 이론’이다.(134쪽)

뇌, 폐, 심장, 위, 장 등이 연결된다는 말이다.

이를 발표한 건 1994년 스티븐 포지스인데, 영감을 얻은 건 ‘진화론’으로 유명한 찰스 다윈에게서다.

<인간과 동물의 감정표현>(1872년), 국내에서도 번역되었다.

‘역겹다’, ‘토할 것 같다’, ‘소름 끼친다’, ‘목이 메인다’ 등의 관용어는 신체 반응을 표현한 것이다.

 

어렵게 볼 것 없다.

‘기분 나쁠 때 밥 먹지 마라, 체한다’ 어른들의 지혜가 과학적으로 밝혀진 거다.

저자는 서구 과학의 기반에 있으면서 동양적 지혜와 수련을 접한 결실을 묶어낸 거다.

 

그러니 전통적인 지혜를 충분히 고려하는 사람이 보기에 이 책은 낯선 내용이 아니다.

 

동양적 전통에서는 몸과 마음을 따로 보지 않는다.

수신, 의념 등 함께 갈고 닦는다.

몸 따로, 마음 따로 봤던 서구 사고 방식이

결국 마음챙김 명상 등 몸과 마음의 통합, ‘뫔’으로 보게 된다는 것이 최근 연구의 결실이다.

이걸 과학적으로 밝혀주는 게 ‘뇌’ 연구 결과이고.

 

감수자인 김현수님은 “트라우마를 다루는 것은 환자와 함께 견디고 안전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사람, 대상, 환경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는 저자의 말을 인용하며,

세월호, 위안부, 국정 교과서 등 이 시대 우리가 경험하는 사회적 트라우마의 현실과 이 책을 연결시킨다.

 

트라우마는 극소수의 사람들만 겪는 게 아니다.

친일과 분단, 전쟁을 겪은 우리에게는 모두 무의식적인 트라우마가 있다.

 

‘말’만으로 안 되고, ‘몸’과 ‘관계’도 써야 하는 것처럼

우리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여러 가지 방안을 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 이 책이 하나의 좋은 방편이 된다.

더불어 타락한 종교도 회복해야 한다.

경건하고 거룩한 영성을 일깨워주면 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거다.

 

 

아, 이 서평도 엄청 길어졌다.

한 번 보시길 권한다. 꽤 시간 걸릴 걸 감안하시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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