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의 시대 - 세대론과 색깔론에 가려진 한국 사회의 성장기
김시우 외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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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흥미롭게, 소설처럼 빠져 들어 읽은 책이다. 이 책은 추천사가 인상적이다. 책 광고에서는 여러 명이 한 두 줄씩 말한 것처럼 나오는데, 실제 책에서는 분량이 꽤 된다. 10쪽이 넘었던 듯? 특히 김경수 도지사가 몇 쪽에 걸쳐 길게 소회를 밝히는데, 이렇게 긴 추천사가 또 있을지 모르겠다. 프레시안에서 즐겨봤던 이관후 연구위원은 물러나고 싶었는데 드디어 새로운 이들이 와서 맘 편히 퇴장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은 독보적인 책이며 엄청 판매될 거라고 예언한다.

 

저자들은 1980년대 세대다. 30대에서 40대 초반. 1960년대생들, 소위 ‘86세대’는 이만한 나이에 국회의원이나 청와대(참여정부) 근무한 사람들이 꽤 있다. 하지만 1980년대 세대에서는 훨씬 드문 일이다. 노무현 정부 때 했던 이들이 문재인 정부에서 약간 높은 직책으로 다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세대 정체가 그만큼 심하다는 걸 말해준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세대교체가 잘 되지 않는다. 서울시장 경선을 보라. 10년 전 인물이 대부분이다. 물론 여기저기서 애는 쓰고 있겠지만 새로운 주체+담론들이 솟아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은 기대할만하다. 바로 그 새로운 담론을 꺼내들고 찾아온 주체들의 책이다. 이들의 제안은 재밌고 솔깃하게 된다. 한 번 보시라. 과연 얼마나 반향을 일으킬진 모르겠는데, 개인적인 느낌은 이를 기점으로 이제 여기저기서 새로운 주체+담론들이 기지개켜며 나오면 좋겠다. 어쩌면 쉽지 않을 수 있을 수도 있는데, 이만큼 집단으로 유의미한 글을 써내는 이들이 흔하게 나오진 않을 듯 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보자. ‘북한의 친미국가화’ 이런 주장은, 기성 세대들은 잘 못한다. 사상 논쟁? 그런 거 하든 말든, 지금 현실을 제대로 분석하고 전망하자. 이러한 틀에서 보면 민주화도 산업화도, 부정할 수 없고, 그걸 토대로 새로운 세상을 더 적극적으로 펼쳐가야 한다. 식민잔재, 토착왜구 청산은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지만, 예전의 방식과는 다르게 가야한다.

 

‘통일’에 대한 접근법이 그렇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니까 통일하자? 그런 것도 아니다. 우선 한반도 2국가 평화체제를 이뤄 살다가 우리 세대가 아닌 다음 세대, 혹은 다다음 세대에서 통일할 수도 있는 거다. ‘에이 그런 말하면 친북좌파 빨갱이 소리들어’ 이게 점차 옛말이 되어간다. 그걸 확 느끼게 하는 이들의 주장이 등장했다. 반가워!

 

젊은 세대가 통일을 싫어한다고? 질문을 달리 해보자. 만약 북한이 붕괴됐다고 치자. 그럼 그 땅을 누가 이어가야 하나?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 그래 중국이라고 해보자. 그럼 중국 국경이 지금의 휴전선이라고 한다면, 그걸 좋게 생각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당연히, 최소한, 우리 국경은 압록강-두만강 경계라고 생각할 거다. 비용 문제로 통일을 따질 때가 아니다. 그냥 사이 좋게 현실적으로 서로 잘 먹고 잘 살자. 길게 보자.

 

과거의 논리는 그게 어떠하든 지금은 빛바래졌다. 시대가 적잖게 흘렀다. 오늘날 현실에 맞는 진단과 그에 맞는 해법이 필요한 거 아닌가? 틀에 갇히지 않고, 그러면서도 과거의 흐름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해석하며 달라진 한국의 국력에 맞게 신선한 주장을 한다. 그러니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책에 6명의 저자 사진과 작가 노트가 있다. 사실 그 기운은 내겐 별로다. 좀 무섭다. ㅋ;; 딱 1명, 이 사람은 좀 편하게 느껴진 사람이 있는데, 그가 유튜브에 대해 한 말이 마음에 남아 맴돈다. 쌍방향 소통하며 관계를 맺어간다는 특이성인데, 이 때문에 원래 목적인 ‘정보’ 자체는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된다. 내가 참여한다는 느낌, 관계성을 갖는 데서 유튜브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점이다. 유튜브 흥행에 대해 여러 이론이 있을 수 있지만, 무척 공감됐다. 나 역시 이들이 반가운 이유는 이들과 어떻게든 소통하며 관계 맺으며 지낼 수 있을 거라는 점 때문에 그렇기도 하다. 아직 이들의 유튜브를 보진 못했는데, 곧 가서 구독해야겠다. 이 책 널리 읽히길, 1980년대 세대 등, 새로운 주체+담론들이 우후죽순 떠오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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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보이는 한자 - 삶을 본뜬 글자 이야기
장인용 지음, 오승민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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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책읽기를 어찌나 좋아하는지 하루에도 수십 번 책을 본다. 같은 책도 여러 번씩 읽는다. 그 중에서도 자동차, 소방차, 중장비 등을 너무 좋아해서 그걸 놀이주제로 삼기도 한다. 지나치게 편중되는 느낌이 들어 좀 색다른 책을 보고 싶었다. 이왕이면 반복해서 봐도 좋을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알게 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표지에서부터 딱 느껴지는 게 그림과 설명이 곁들여져서, 한자가 만들어지는 원리에 대해서 설명한 책 같았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학습할 수 있을 것 같아 딱 좋을 것 같았다. 책 구성은 당연히 그러한데, 예상과는 크게 다른 부분이 있었다.


설명하는 한자가 다 쉬운 한자라고 예상했던 것이다. 물론 쉬운 한자에서 출발하는데, 잘 모르는 한자들이 많다. 그런 점에서는 청소년 뿐 아니라 어른들이 봐도 만만한 책이 아니다. 하긴, 나이 먹는다고 한자를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건 아니지 않나. 아이 뿐 아니라 어른도 새롭게 이해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일부 나온 한자들의 예를 들면, '해를 삶의 기준으로 삼다'에서는 해 일 日을 중심으로 설명하며 아침 단 旦, 이를 조 早, 창성할 창 昌, 어두울 혼 昏, 옳을 시 是, 낮 주 晝, 이렇게 이어진다.  그렇게 어렵고 낯선 한자는 아니지만 잘 알고 있던 한자들은 아니다. 워낙 한자를 안 쓰는 세대라서 그런가? 혹 아무리 한자 모양을 잘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 모양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매우 드물 거다. 


한자를 중심으로 보면 생각보다 어렵다고 느낄 수 있지만, 내용 흐름으로 보면 오히려 이게 더 자연스러운 구성이다. 삶이 닮겨있는 것들을 설명해가는 과정 중에 하나씩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자의 어렵고 쉬움, 낯섬과 익숙함과 상관없이, 삶을 설명하기에 적합한 단어들을 선정한 것은, 그만큼 이 책을 통해 삶을 다양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자를 무작정 외우고, 시험보고 했던 지난 날의 기억 때문일까? 흠, 씁쓸하다. 이 책은 한자의 모양과 함께 그 글자에 담긴 관점과 이유를 설명해준다. 이걸 교재로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우리의 한자 교육은 이러한 틀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한자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삶에 대해 가르치려 하는데 그 교재가 필요하다면 이 책을 쓸 수도 있겠다.


한자 뿐 아니라 한글도 그 원리를 쉽게 설명하는 책은 없을까? 단어를 설명하는 책도 좋다. 정신이란 뜻을 담은 '얼', 그게 '얼굴'에 담기고, '어린이', '어른' '어르신'으로 이어지는 점들도 설명하고, '얼 빠졌다' '어리석다-얼이 썩다' 등을 설명하는 책. 한글도 한자만큼은 아니겠으나 그림을 곁들여 설명할 수도 있을 것 같고.. 


당시 삶에서 '전쟁'이 빈번했기에, 그런 그림과 설명이 나온다. 아이가 자꾸 그 그림을 보자고 해서 그게 좀 신경 쓰이긴 했지만, 그걸 뭐라 탓할 수는 없다. 저자의 이번 집필 작업은 아주 소중하고 의미 있다.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겠는데, 이런 게 바로 인문학이란 생각이 든다. 알찬 집필이 이어지길 바라고, 이 책이 널리 읽히면 좋겠다. 번역되어 다른 나라들로 전해져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자 세계관을 이해하기에 무척 유용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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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도 상속 증여 절세 컨설팅
김연주.임준찬 지음 / 삼일인포마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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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상가가 하나 있다. 이걸 어찌 해야 하나 싶어 고민했다. 동생에게 증여할까, 나중에 양도할까. 세금에 대해 잘 이해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이 책을 알게 되어 읽게 됐다.

 

부동산이 있으면 어찌 됐든 세금을 내야한다. 그런데 양도? 거기에다 상속? 증여는 또 뭐야! 하며 복잡해하기 마련이다. 누구나 바라는 건 절세, 즉 불필요한 세금을 줄이고 싶은 거다. 돈 적게 내기.

 

각각에 대해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사실 양도-상속-증여는 따로따로가 아니라 하나의 구조틀에서 이해해야 할 사안이다. 연계될 수밖에 없지만 일반인에게는 문턱이 높아서 사안을 잘 알기 어렵다. 심지어는 세무사들 중에서도 관련 전문가가 따로 있을 형편이다.

 

그 주요 이유 중 하나는 치솟는 부동산 가격과 그에 따라 새로 생겨나는 법률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 세금 정책을 바꾸고 만들어내기 때문에, 몇 년전 법률 상식은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세무사들조차 세부 영역으로 들어가면 해당 전문 세무사를 찾아가라고 말할 정도가 됐다.

 

이 책은 최근 신설, 개정된 법률을 정리하고, 그에 따른 저자의 해설을 덧붙인다. 최근 3년 간의 변화에 대해 조목조목 자세하게 잘 모아두었다. 이를 모두가 찾아볼 일은 아니다. 자기에게 필요한 방안을 선택하면 된다. 그러다가 다른 조건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이어지는지 그 틀을 이해할 수 있는 착한 책이다. 인터넷에 많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한 곳에 잘 모아두었기에 가치가 있다.

 

이걸 다 볼 필요도 없고, 다 이해할 수 없다. 세무사도 다 모르는데, 우리가 왜 다 알아야 하는가. 그럴 필요가 없다. 결국은, 세무 관련한 걸을 세무사에게 문의하고 맡기게 될 가능성이 많다.

 

그럼에도 누구를 찾아가서 뭘 어떻게 말해야하지 싶은 점은 여전하다. 그럴 때 이 책을 보면 저자들이 반복해서 고객들에게 말했던 바가 잘 정리되어 있으니 유용한 참고가 된다.

 

또 가장 든든하고 좋은 점은, 우리 세금 문제를 맡길만한 사람들을 만났다는 거다. 이 저자들이 있기에, 적어도 막막함은 사라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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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법적 불공정사회 - 세상은 왜 공정해질 수 없는가? 법은 어떻게 우리 사회 불공정을 보호하는가?
우리사회정의 엮음 / 독서일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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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태생적 토대는 폭력! 이 말은 책 목차 중 하나이다. 이 책을 읽는 맥락에서 급소를 누른 느낌이다. 읽기 전에도, 후에도 두고두고 마음에서 울려오는 한마디다.

 

우리 사회는 정말 ‘법’이 중요시된다. 예전에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요즘은 워낙 ‘법’대로 하자는 게 많아서 그런 것 같다. 특히 정치 영역에서 ‘법’을 엄청나게 언급하고, 그에 따라 언론에서도 집중적으로 쏟아냈다.

 

조국 사태를 떠올려보라. 역대급으로 우리 사회의 시선을 집중시킨 그 사건의 기저에는 ‘법’이 있다. 법무부 장관, 법을 다루는 검찰과 관련한 개혁, 법을 지켰느냐 어겼느냐 등등..

 

사실 국회의원 선거도 법과 관련된 거다. 의원들이 하는 일이 ‘입법’이니까. 법을 만드는 것, 집행하는 것 등에 관심이 매우 뜨겁게 달아오른 상태다.

 

이 책을 읽으면 좋을 독자는 ‘사회에서 너무 법법 거리는데, 이거 괜찮은 거야? 좀 답답한데,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지?’ 하는 마음이 드는 사람들이다.

 

정의, 이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반명제-안티테제인 ‘부정의’를 살펴보고, 법에 대해서도 철학적으로 성찰한다.

 

3부 해법에서는 불교, 기독교, 묵자의 이야기와 갈등해결을 위한 절차-소통에 대해 말한다. 초점을 어디에 맞출 것이냐에 따라 당연히 평가도 달라질텐데, 이 책이 만들어진 배경-12명의 각계 전문가들이 모인 ‘우리 사회정의’ 모임-을 보면 딱 요 정도 책이 만들어지게 된다.

 

철학자, 교수들이 현 사회를 날카롭게 분석한다. ‘갑을 사회’라는 개념은 생각 못해봤는데, 세상을 더 넓게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오늘날 비판적 지식인다운 글이다.

 

인상적인 언급은 ‘은행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니까 이들에게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아이를 한 명 더 낳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이건 사실 노동운동가 김혜진의 <비정규 사회>에서 인용한 거다. 역시 현장에 울림이 있다. 그럼 지식인은? 그런 걸 모아 메타적인 차원에서 종합하여 비판적 성찰하는 것. 이 맥락에서 책은 충분한 값어치를 한다. 좋다!

 

불교나 기독교 이야기는 그럴 듯 한데 솔직히 생기 없다. 아직 밭에 묻혀있을 뿐 싹 트지는 못한 씨앗은 묵자-교상리에서 발견했다.

 

중국의 고전해설가 이중천은 ‘춘추전국시대 혼란의 근원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한 것은 묵자였고, 유일하게 대안을 제시한 것은 한비자’라고 했다. 이게 아주 중요한 말이다. 왜? 오늘날 현실도 마찬가지니까 그렇다. 유일한 대안으로 여겨진 한비자의 법, 그게 당시 뿐 아니라 오늘에도 선택된 방안 아닌가?

 

묵자에겐 정확한 분석에 걸맞는 합당한 선택이 있었다. 그의 방법론은 ‘사랑을 바탕으로 한 나눔과 베품’이다. 에휴, 하는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결코 도달할 수 없는 바 아닌가?

 

그런데 이게 예수의 방법론이기도 하고, 유가의 순자와도 통한다. 고대에만 통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똑!같!이! 해당하는 대안이다.

 

이걸 말이 되냐고? 되는 조건이 있다. 바로 마을이다. 마을공동체를 이루면 너무 어렵지 않게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다. 뜬금없는 마을공동체일까? 오늘날 핵심 문제는 마을-이웃간의 관계성이 해체되고, 개체로 파편화되어 살아간다는 거다. 그런 관계가 없으니 '갑을 관계' 혹은 '상품화된 관계'가 대체하는 거다. 

 

앞에서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바뀌면 아이를 1명 더 낳는다고 했다. 아이를 키울 때 마을이 있다면 어떨까? 아이를 함께 돌보고 키우는 관계가 있다면 어떨 것 같냐는 물음이다.

 

마을을 법과 연결시켜 대비해본다면..

법 없이도 서로 잘 지내는 관계, 법 없으면 불안해하는 관계.

이 차이의 중요 조건으로 마을을 꼽을 수 있다. 전자를 두고 마을이라 말할 수 있고, 후자를 두고 마을이라는 관계성이 메말라버린 채 법으로 유지되는 사회다.

 

왜 유일한 대안을 ‘법’이라 말하는지 알겠다. 그건 고대부터 그랬다.

그 대안이 실현되고 있음에도 왜 여전히 혼란스러운지도 알겠다.

그건 사랑을 주고 받는 관계, 나누고 베풀 수 있는 마을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공동체, 혹은 마을을 이뤄 살았던 묵자, 예수는 사랑을 말하고, 그를 바탕으로 한 하나님나라(예수) 혹은 안생생 사회(묵자)를 이 땅에서 선취할 수 있었던 거다.

 

그러나... 현실은 마지막 갈등에서 나오듯 이런 논의가 불가능하고, 원만한 절차를 거쳐 갈등해결하는 정도가 최선 아닐까. 지식인들의 비판을 아주 조금이나마 등떠밀려 수용해서 정치가 조금 달라지는 정도가 고작 아닐까.

 

우선 묵자처럼 살아보면 되는데, 그럴 리가 없는 우리 사회, 지식인, 이 모임의 현실 아닌가? 이제 시대가 달라졌다. 말로 어쩌고저쩌고 분석하고 대안을 말하는 게 통하지 않는다. 삶을 실제로 살고, 자신들이 직접 그 기쁨을 누리고, 그걸 대안으로 보여주는 게 아름다운 일이다.

 

지식인들도, 이 모임에서도 다들 나름대로 애쓰고 있는데, 가장 불가능한 것 같은, 이상적으로만 보이는 사랑의 관계가 어쩌면 가장 현실적이고 가까운 해법 아닐까 싶다. 그걸 오히려 저자+독자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나는 그러한 관계를 맺고 있고, 더 온전히 맺어가려고 하는데, 이게 얼마나 고맙고 소중한 선물인지 새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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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대안의 사회 2 - 4차 산업혁명과 간헐적 팬데믹 시대 4차 산업혁명과 대안의 사회 2
이도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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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사회하면 막연하다. 이에 대해 가상현실, 초현실사회 등으로 구체화하여 차곡차곡 글을 이어간다. 현황 설명 및 장단점 정리가 명료하게 잘 되어 있다. 이것만 보고도 상당 부분 파악할 수 있다. 약간 기계적인 면이 있다고 느껴지기도 하나, 어쨌든 양면을 동시에 말하기에 균형 있게 수용할 수 있다.

 

주목되는 건 4장이다. 저자는 불교 관련한 활동도 활발히 하는데, 불교 뿐 아니라 기독교와 실존주의 등 생명과 죽음에 대해서 성실하게 정리해놓고 있다. 충분하다고 느끼진 않을 수 있어도, 적어도 다각도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애썼고 고맙다.

 

연기라는 건 단순히 관계성, 상호의존성을 넘어 역동적 생성을 뜻한다. 결과가 원인이 되기도 하고, 끊임없이 이어지고 새로운 현상을 창조해낸다. 이러한 동양적 사유 혹은 종교적 사유가 그의 저술에 배제되지 않고, 주요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게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왜냐고? 서양학자들은 종교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크다.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아니라 본인들의 문화와 전통 가운데서 부정적인 입장을 갖는다. 저자가 말하는 ‘화쟁’적 사유가 잘 되지 않는다. 그에 반해 저자는 동서양을 아우르고, 종교 역시 필요한대로 활용한다. 이 점이 서양 및 주류 책들과 변별점이라고 본다.

 

저자가 비록 프리초프 카프라에 대해 사이비 과학이라 비판하지만, 저자도 인정하는 카프라의 업적은 ‘동양사상’과 ‘현대물리학’의 연관성을 밝힌 점이다. 동양사상은 오히려 현대과학이 발달할수록 더 인정받는다. <화엄경>에서 ‘한 티끌 속에 이 세상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예전에는 황당무게한 말로 보았다. 하지만 지금은 손톱보다 작은 칩에 백과사전 수천 권 분량의 정보가 들어가지 않는가. 앞으로는 더할 것이다.

 

대안으로 각 분야에서 의미있는 제안을 많이 하고 있다. 긍정적으로 읽었지만, 책 제목처럼 ‘4차산업’과 ‘대안’이라는 맥락에서 새롭게 제안하고픈 게 있다.

 

구술시대, 문자시대를 넘어 지금은 영상시대 아닌가? 그렇다고 대안을 영상으로 말하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책에서 서술하는 방식은 주로 문자시대에 통용되는 방식이다. 지금은 세상이 혁명, 즉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는 때다. 그렇다면 그에 맞게 제시되면 어떨까.

 

예를 들어 ‘눈부처 공동체’ 중요하고 실현되길 바란다. 하지만 한동안 우리는 겨우 그런 논의 수준에 맴돌고 있는 게 사실이다. 관념과 개념에만 머문다는 것이다. 즉, 그렇게 대안을 일구어가는 실질적인 공동체를 만들고, 소개하고, 활성화해야 한다.

 

마을공화국, 좋다. 근데 그걸 말로만 할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조직하고 부대껴야한다. 실제 삶에서 움트지 않고, 논의에만 머무는 게 문자시대의 한계다. 이제는 이를 뛰어 넘어야 한다. 대안이 말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우리 삶이 되어야 하고, 삶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을 토대로 대안이 구성되어야 한다. 말 뿐인 대안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다.

 

이것을 어떻게 해갈 것인가. 이건 우리의 몫이다. 그런데 분명 이 책은 이러한 대안이 왜 필요한지, 우리가 지금 어떤 흐름 가운데 놓여 있는지 잘 정리하여 설명하는 책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허술할 수도 있으나 생기 있고 아름다운 대안 운동들이 활발히 이어지면 좋겠다. 그런 걸 묶어내는 후속 작업이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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