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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과 대안의 사회 2 - 4차 산업혁명과 간헐적 팬데믹 시대 ㅣ 4차 산업혁명과 대안의 사회 2
이도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12월
평점 :
디지털 사회하면 막연하다. 이에 대해 가상현실, 초현실사회 등으로 구체화하여 차곡차곡 글을 이어간다. 현황 설명 및 장단점 정리가 명료하게 잘 되어 있다. 이것만 보고도 상당 부분 파악할 수 있다. 약간 기계적인 면이 있다고 느껴지기도 하나, 어쨌든 양면을 동시에 말하기에 균형 있게 수용할 수 있다.
주목되는 건 4장이다. 저자는 불교 관련한 활동도 활발히 하는데, 불교 뿐 아니라 기독교와 실존주의 등 생명과 죽음에 대해서 성실하게 정리해놓고 있다. 충분하다고 느끼진 않을 수 있어도, 적어도 다각도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애썼고 고맙다.
연기라는 건 단순히 관계성, 상호의존성을 넘어 역동적 생성을 뜻한다. 결과가 원인이 되기도 하고, 끊임없이 이어지고 새로운 현상을 창조해낸다. 이러한 동양적 사유 혹은 종교적 사유가 그의 저술에 배제되지 않고, 주요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게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
왜냐고? 서양학자들은 종교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히 크다. 있는 그대로 보는 게 아니라 본인들의 문화와 전통 가운데서 부정적인 입장을 갖는다. 저자가 말하는 ‘화쟁’적 사유가 잘 되지 않는다. 그에 반해 저자는 동서양을 아우르고, 종교 역시 필요한대로 활용한다. 이 점이 서양 및 주류 책들과 변별점이라고 본다.
저자가 비록 프리초프 카프라에 대해 사이비 과학이라 비판하지만, 저자도 인정하는 카프라의 업적은 ‘동양사상’과 ‘현대물리학’의 연관성을 밝힌 점이다. 동양사상은 오히려 현대과학이 발달할수록 더 인정받는다. <화엄경>에서 ‘한 티끌 속에 이 세상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예전에는 황당무게한 말로 보았다. 하지만 지금은 손톱보다 작은 칩에 백과사전 수천 권 분량의 정보가 들어가지 않는가. 앞으로는 더할 것이다.
대안으로 각 분야에서 의미있는 제안을 많이 하고 있다. 긍정적으로 읽었지만, 책 제목처럼 ‘4차산업’과 ‘대안’이라는 맥락에서 새롭게 제안하고픈 게 있다.
구술시대, 문자시대를 넘어 지금은 영상시대 아닌가? 그렇다고 대안을 영상으로 말하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책에서 서술하는 방식은 주로 문자시대에 통용되는 방식이다. 지금은 세상이 혁명, 즉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는 때다. 그렇다면 그에 맞게 제시되면 어떨까.
예를 들어 ‘눈부처 공동체’ 중요하고 실현되길 바란다. 하지만 한동안 우리는 겨우 그런 논의 수준에 맴돌고 있는 게 사실이다. 관념과 개념에만 머문다는 것이다. 즉, 그렇게 대안을 일구어가는 실질적인 공동체를 만들고, 소개하고, 활성화해야 한다.
마을공화국, 좋다. 근데 그걸 말로만 할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조직하고 부대껴야한다. 실제 삶에서 움트지 않고, 논의에만 머무는 게 문자시대의 한계다. 이제는 이를 뛰어 넘어야 한다. 대안이 말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우리 삶이 되어야 하고, 삶에서 이루어지는 것들을 토대로 대안이 구성되어야 한다. 말 뿐인 대안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다.
이것을 어떻게 해갈 것인가. 이건 우리의 몫이다. 그런데 분명 이 책은 이러한 대안이 왜 필요한지, 우리가 지금 어떤 흐름 가운데 놓여 있는지 잘 정리하여 설명하는 책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허술할 수도 있으나 생기 있고 아름다운 대안 운동들이 활발히 이어지면 좋겠다. 그런 걸 묶어내는 후속 작업이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