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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보이는 한자 - 삶을 본뜬 글자 이야기
장인용 지음, 오승민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20년 12월
평점 :
아이가 책읽기를 어찌나 좋아하는지 하루에도 수십 번 책을 본다. 같은 책도 여러 번씩 읽는다. 그 중에서도 자동차, 소방차, 중장비 등을 너무 좋아해서 그걸 놀이주제로 삼기도 한다. 지나치게 편중되는 느낌이 들어 좀 색다른 책을 보고 싶었다. 이왕이면 반복해서 봐도 좋을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알게 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표지에서부터 딱 느껴지는 게 그림과 설명이 곁들여져서, 한자가 만들어지는 원리에 대해서 설명한 책 같았다. 어렵지 않으면서도 학습할 수 있을 것 같아 딱 좋을 것 같았다. 책 구성은 당연히 그러한데, 예상과는 크게 다른 부분이 있었다.
설명하는 한자가 다 쉬운 한자라고 예상했던 것이다. 물론 쉬운 한자에서 출발하는데, 잘 모르는 한자들이 많다. 그런 점에서는 청소년 뿐 아니라 어른들이 봐도 만만한 책이 아니다. 하긴, 나이 먹는다고 한자를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건 아니지 않나. 아이 뿐 아니라 어른도 새롭게 이해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일부 나온 한자들의 예를 들면, '해를 삶의 기준으로 삼다'에서는 해 일 日을 중심으로 설명하며 아침 단 旦, 이를 조 早, 창성할 창 昌, 어두울 혼 昏, 옳을 시 是, 낮 주 晝, 이렇게 이어진다. 그렇게 어렵고 낯선 한자는 아니지만 잘 알고 있던 한자들은 아니다. 워낙 한자를 안 쓰는 세대라서 그런가? 혹 아무리 한자 모양을 잘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 모양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매우 드물 거다.
한자를 중심으로 보면 생각보다 어렵다고 느낄 수 있지만, 내용 흐름으로 보면 오히려 이게 더 자연스러운 구성이다. 삶이 닮겨있는 것들을 설명해가는 과정 중에 하나씩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자의 어렵고 쉬움, 낯섬과 익숙함과 상관없이, 삶을 설명하기에 적합한 단어들을 선정한 것은, 그만큼 이 책을 통해 삶을 다양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한자를 무작정 외우고, 시험보고 했던 지난 날의 기억 때문일까? 흠, 씁쓸하다. 이 책은 한자의 모양과 함께 그 글자에 담긴 관점과 이유를 설명해준다. 이걸 교재로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우리의 한자 교육은 이러한 틀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한자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삶에 대해 가르치려 하는데 그 교재가 필요하다면 이 책을 쓸 수도 있겠다.
한자 뿐 아니라 한글도 그 원리를 쉽게 설명하는 책은 없을까? 단어를 설명하는 책도 좋다. 정신이란 뜻을 담은 '얼', 그게 '얼굴'에 담기고, '어린이', '어른' '어르신'으로 이어지는 점들도 설명하고, '얼 빠졌다' '어리석다-얼이 썩다' 등을 설명하는 책. 한글도 한자만큼은 아니겠으나 그림을 곁들여 설명할 수도 있을 것 같고..
당시 삶에서 '전쟁'이 빈번했기에, 그런 그림과 설명이 나온다. 아이가 자꾸 그 그림을 보자고 해서 그게 좀 신경 쓰이긴 했지만, 그걸 뭐라 탓할 수는 없다. 저자의 이번 집필 작업은 아주 소중하고 의미 있다.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겠는데, 이런 게 바로 인문학이란 생각이 든다. 알찬 집필이 이어지길 바라고, 이 책이 널리 읽히면 좋겠다. 번역되어 다른 나라들로 전해져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자 세계관을 이해하기에 무척 유용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