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분 마음챙김 - 세계적 명상스승 아잔 브람의 365일 행복 명상록
아잔 브람 지음, 여현 옮김, 각산 감수 / 느낌(느낌출판)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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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좀 아쉽다. 내 개인 취향에 맞진 않는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하루 1분'의 분량은 작다. 그렇기에 깊은 걸 기대하기 힘들다. 물론 말 한마디에서도 울림이 있고, 깨달음이 있는 법이고, 실제 이 책에서도 그러한 보석들이 당연히 많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을 갖는 것은 그림 구성도 좀 그렇고, 내 기대가 컸던 점도 크게 작용할 것이다.


이 책은 각 장마다 그림과 한글, 영어가 함께 들어 있다. 나는 영어를 상당히 꺼리는 편인데, 그래도 이런 책에서의 영어는 필요하다고 느낀다. 영어 번역이 없었다면 훨씬 홀쭉한 느낌을 가졌을 거다. 하지만 영어가 있기에, 한글로도 보고 영어로도 한 번 색다르게 다시 읽을 수 있다. 영어를 잘 못해도 상관없다. 나도 못 한다. 앞에 한글이 나와 있기에 대략 해석은 뻔하다. 그냥 단어 한 두 개 눈에 더 스치는 거다. 이게 이 책의 매력이다.


콕 짚어 말하자면, 110일에 나오는 내용,

조금 읽고, 조금 먹고, 조금 자고, 조금 말하는 것이...당신이 휴식하는 방법입니다.

이 말은 말 자체에서 끝나지 않는다.

영어로 하면 R(읽고), E(먹고), S(자고), T(말하는 것)... REST(휴식)이다.


이걸 읽기 전까지는 우리나라에서 편집한 책인가 싶었다. 책 앞뒤를 봐도 원서에 대해 적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보면서, 이게 외국에서 나온 책인데 우리말로 번역한 건가 싶었다. 내가 저자의 다른 책들을 다 몰라서 그런데, 다른 책에 표현된 말일 수도 있기도 하다. 아무튼 이 부분도 약간 아쉬운 부분이다. 저작권이 각산 스님에게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이런 부분이 요즘 시대에 맞게,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나면 좋겠다. (굳이 그럴 필요도 있나 싶기도 한데, 아쉬운 부분이긴 하기에...)


개인적으로 이 책은, 이미 저자의 책을 읽어보고 신뢰가 쌓인 이들이 슬쩍슬쩍 꺼내보는 책으로 활용하면 좋겠다. 이보다도 스님의 동물 시리즈,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시끄러운 원숭이 잠재우기>, <성난 물소 놓아주기> 등을 먼저 깊이 읽는 게 좋고, 그 다음 짧은 명상록으로 이 책을 활용한다면 더욱 좋을 거다.


덤. 역시 그림은... 도움 되기도 하지만 방해도 된다. 이 책에서는 일장이단이 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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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난이 온다 - 뒤에 남겨진 / 우리들을 위한 / 철학 수업
김만권 지음 / 혜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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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를 전혀 몰랐다. 이 책을 보게 된 건 목차나 출판사도 아니고, 오로지 추천인 때문이었다.

정준희. 바로 이 사람 때문에 이 책을 고민의 여지 없이 고를 수 있었다.

재작년 조국 사태가 터졌을 때, 나는 그 사건만 집중해서 살펴보고 정치에 대한 관심을 줄이려 했다. 그런데 그건 사실 아직도 매듭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을 만큼 엄청난 사건이다. 수많은 기사와 논쟁 그리고 분열까지. 그 가운데 정준희 교수는 '저널리즘 토크쇼 j'에 나와 깔끔하고 명쾌하게 정리해줬던 사람이다. 짧지 않게, 적지 않게 지켜보고 수긍했기에, 그를 믿고 본다. 내게는 검증된 스승이다.   


책을 보고 난 후 소감은 '와 이렇게 꼼꼼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렇게 깊이 있는 글을, 게다가 가능한 쉽게 풀어서 쓰기까지 한 이런 책을, 과연 누가 또 쓸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다. 책 자체가 내가 좋아하는 주제는 아니었다. 나와 거리는 있지만, 그럼에도 이런 책을 읽고, 또 이런 저자가 있다는 걸 발견한 게 더 유익이었다.


저자를 무작정 믿고 보지 않아도 된다. 그저 보기만 하면 저자는 철학자 답게 논거를 풍성하게 제시하고, 하나씩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자연스레 생각해보게 되고 고민하게 된다. 생각해보지 않고 고민해보지 않았으나 그래야 할 필요가 있는 것들에게로 사려 깊게 데려가준다. 이보다 더 쉽게 풀어쓸 수 없을 만큼!


저자는 정치철학을 한다는데, 그게 무엇인지 이 책에서 세련되게 보여준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정치인들과 그런 정치가 아니라 정치의 사전적 의미, 즉 어떻게 하면 우리가 조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를 탐구한다. 저자가 그동안 다른 책들도 펴냈는데, 그 책들 중 관심사를 따라 보고픈 마음이 든다. 소중한 작가를 발견했다. (책보다도 작가를 추천한다 ^^)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말들만 무성할 뿐 아직 감이 오지 않는다. 저자는 이를 제2 기계 시대라 부른다. 그러면서 제1 기계 시대에 대해 설명하며 제2 기계 시대의 상황을 내다본다. 플랫폼 노동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흐름을 잘 정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가 어떤 논의와 준비를 해야할지 진득하게 풀어준다.


기본소득이 왜 필요한지, 논쟁이 많다. 근데 제대로 논쟁하려면 이 책 보고 하자. 이 사회가 어떻게 급변하고 있는지를 파악하지 못한 채 하는 논쟁은 소모적이다.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히 밑밥이 깔린다. 이 정도는 알고 논쟁하자.


저자는 노동을 버리자는 게 전혀 아니다. 인간과 기계가 조화로운 파트너쉽을 맺고, 인간은 자율적인 노동에 관심 갖는 게 어떠냐는 말이다. 물론 저자는 이를 강하게 주장하진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우리가 인식하지 못 하고 있는 세상, 앞으로 펼쳐지는 새로운 세상이 있음을 보여주며 함께 사유하도록 이끌어준다.


이런 글을 쓰려면 엄청난 노력과 내공이 필요하다. 현실 사회에 대한 발빠르고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고, 역사적으로도 살펴보고, 철학적으로도 깊이 파고들고 있다. 책은 존댓말로 쓰여져 있는데 상당히 쉽게 서술되어 있다. 와우, 이런 책을 만난 줄이야. 저자가 진정 반갑다. 이런 지식인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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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의 힘 - 처음 학교가 마지막 학교를 결정한다 EBS CLASS ⓔ
김경란 지음 / EBS BOOKS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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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이제 5살이다. 코로나와 가치관 등으로 인해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있다. 요즘 춥기도 해서 주로 아이와 함께 집에 있다가 가끔 마을에 사는 이웃들을 만난다.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보면 또래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아무래도 부모와 만날 때와 또래랑 만날 때, 아이가 맞이하는 상황은 매우 다르다.

 

부모는 아이의 정황에 맞게 대응하곤 한다. 그런데 또래는 자기 입장에서 바라보는 게 더 많다. 어떤 물건을 갖고 놀고 싶을 때, 서로 합의해야 한다. 혹은 자기 물건을 만지지 말라고 한다. 어른과 있다면 이런 상황은 거의 벌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빈번하다.

 

이러한 과정 중에 아이들끼리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어쩌다가는 울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문제인가? 아니다. 그건 아주 중요한 사회화 과정이자 바로 삶 자체다. 부모가 제공하는 것과는 또 다른 상황이고, 이러한 상황을 잘 겪어나가는 게 성장이다.

 

유치원의 힘 또한 여기에 있다. 신호등과 횡단보도 규칙을 배우면 그건 지적인 부분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그걸 적용하는 과정에서는 대화가 이뤄지며 사회화를 경험한다. 또래 가운데서 그러한 것을 겪을 때, 교사가 안정적이고 조화롭게 지켜봐준다. 그러니 얼마나 든든한가.

 

이래서 우리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는 거다. 책에서는 특히 중요한 시기가 만3~5세라고 하는데, 이는 바로 유치원 연령이다. 근데 이게 정말 사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적어도 유치원 교사를 하는 사람, 아이를 그 연령대에 둔 부모들은 그렇다고 생각해야 한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는 말이 진리니까 우리는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어떻게 아이를 키워야 할까? 이 책을 보면 중요한 단초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다만 유치원 자체가 정말 꼭 필요한 건지는 모르겠다. 유치원이라는 공간에서 강조하는 것에 전부 동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식 교육을 통해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좀 더 재미있게 놀아야 한다고 본다. 느릴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다.

 

이게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고, 오히려 더 다양해서 좋다는 인식이 가능해야 한다. 이게 우리 유치원에서 흔하게 가능할까? 이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없다. 이러한 점은 당장 해소되기 어려운 논쟁점이다. 그러한 아쉬움들은 있지만, 유치원의 특성과 그러한 자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 유익했던 점들을 바탕으로 아이를 더 잘 만나갈 자신감이 생겼다.

 

덤) EBS BOOKS에서 기획물로 연이어 책이 나온다. 전에 <치유하는 인간>을 무척 흥미롭게 읽어서 이 책 역시 기대했으나 퍽 다른 느낌이었다. 믿고 보는 시리즈는 아니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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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배근 대한민국 대전환 100년의 조건 - 디지털 생태계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과 기본권에 대하여
최배근 지음 / 월요일의꿈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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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에 주유소에 가서 ‘**페이로 결제하려 했다. 주인은 우린 그런 거 없다. 그런 거 하려면 다른 데 가라고 하더라. 그러려니 했다. 그제 그 주유소에 갔다. 혹시나 싶어 물어봤는데 사람들이 하도 뭐라 해서 설치했다고 한다.

 

이런 게 세상의 변화다. 카드가 등장했을 때도 놀라웠겠지만, 이제는 카드도 필요없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결제한다. 오히려 스마트폰으로 결제되지 않는 곳에는 사람들이 가지 않는다. 이러한 변화는 첨단기술의 발전 + 코로나로 인한 지원금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20~30년만 돌아봐도 인터넷, 스마트폰은 일상적이지 않았다. 지금은 그것 없이 어떻게 세상이 돌아갈지 모르겠다. 그동안의 변화는 다들 느끼는 바이지만, 그 속도와 폭이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앞으로는 더욱 더 놀라운 현상들이 많아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오늘날 코로나19는 그 자체가 일종의 백신이다. 우리는 엄청난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데, 우선 코로나로 간단하게(?) 준비하는 거다. 코로나가 간단한 거라고? 이 책을 보라. 다양하고 구체적으로 우리 사회와 문명에 대해 훑고 있다. 산업 문명이 저물어 가고 디지털 문명으로 대체되어 가고 있는 이 때, 코로나는 엄청난 재앙이 아니라 훌륭한 백신 역할을 하는 거다.

 

저자는 새로운 처음형 충격에 대해 말하는데, 이는 예측이 불가능하거나 예측한다 하더라도 단기간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예전부터 그 조짐이 있다. 저자는 크게 3가지 문제를 풀어야 한다면서 이 책을 집필했는데 그것은 알파고로 알려진 인공지능(AI)의 문제, 기후 변화 문제, 남북한의 통합 문제다.

 

기존 산업화 모델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벌써부터 자동차 노조에서는 반발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 등이 기존 일자리를 많이 대체할 것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생태계라는 말이 낯설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다 데이터에 상당히 의존하고 살아간다. ‘기후변화 문제가 야기할 새로운 금융위기이게 무슨 말인가? 기후변화가 금융위기에 영향을 미친다고? 이제는 그런 세상이다. 우리 초점을 새로고침(F5) 해야 할 시기다.

 

기본소득논쟁이 정치권에서 한참 벌어지고 있다. 사실 우리 전통적 인식으로는 일 안 하고 돈 받는 것에 부정적이다. 그렇지만 그런 가운데 청년들의 일자리가 10~20만개 줄어들고 있다. 청년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저출산으로 이어지고 우리 사회가 존재하기 어려워진다.

 

예전과 무대가 많이 달라졌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우리가 변화를 경험하는 건 단순히 스마트폰과 유튜브 뿐만이 아니다. 우리의 일자리에도 막대한 영향을 받는다. 기본소득, 기본대출 등의 논의를 이상적인 얘기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대전환의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 이건 분명하다. 다만 그걸 느낄 수도 있고, 못 느낄 수도 있을 뿐.

 

이 책은 경제 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고민과 전망을 담아낸 책이다. 경제학자 답게 수치를 기반으로 꼼꼼하게 따져나간다. ‘에이 설마, 이렇게 되겠어? 좀 지나친 거 같은데?’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보라. 이런 논의가 우리 사회에서 더욱 확산되어야 한다.

 

코로나 방역을 떠올려보라. 지금은 좀 무뎌진 감이 있지만, 초기 우리 대응은 성공적이었다. 그건 어느 나라에서 있던 걸 베껴온 게 아니다. 우리가 우리 식대로 최선을 다한 것이다. 그랬더니 나름의 성과를 거둔 것이다.

 

이제 다른 나라가 어쩌고 할 일이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우리에 맞게 치열하게 고민하고 내다보며 혁신해야가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지도자도 읽어야 하지만, 대중이 함께 읽고 생각해야 한다. 우리 삶의 방향을 건설적으로 논의해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경제 인식 뿐 아니라 역사,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에 공감한다. 새로운 집이 지어져 있지 않기에 헌 집을 떠날 수 없다. 새로운 집이 있어야 적폐청산하는 것도 자연스러워진다. 새로운 시대에 대한 사유를 더 깊고 풍성하게 해야 역사도 바로 할 수 있다. 미래와 과거는 연결된다. 사람사는 세상을 넘어, 생명이 조화롭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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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신장애 아들을 둔 아버지입니다 -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20년간의 처절한 삶의 기록
설운영 지음 / 센세이션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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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이라는 말을 종종 들었는데, 그게 뭔지 잘 몰랐다. 이 책을 보니 그건 예전에 ‘정신분열증’으로 불렸던 증상에 대한 새로운 이름이다. ‘조’율되지 않은 ‘현’악기는 소리가 매끄럽지 않다. 그런 의미로 조현병이란 이름을 지었다고 하는데 괜찮은 것 같다.

 

이 책은 조현병 아들을 둔 아버지의 20년 간호-재활 극복기이다. 단숨에 읽을 수 있는 책인데, 그건 많지 않은 분량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 손을 떼기 어려운 이야기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앞부분은 어려운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중간에 멈출 수 없다. 정신병원의 육중한 철문처럼 어둡고 침울한 기운에 짓눌리게 된다. 조현병을 겪는 이와 그 가족에게는 그 고통이 너무나도 크다. 자기 자신이나 가족을 죽이려 하기도 한다. 그게 우리에게도 피할 수 없이 전해진다.

 

반드시 뒷부분을 읽어가며 희망의 빛을 만나야 한다. 그래야 마음이 좀 편해질 수 있다. 물론 우리 사회의 답답한 현실을 떠올리면 다시 답답해지긴 하지만..

 

읽어보니 조현병의 치유 방안은 크게 3가지다. 노동, 마을, 자연. 이 세 가지가 있으면 조현병을 극복해나갈 수 있다. 기본적으로 약을 말하기도 하지만 그건 빼자. 약이 있어도 이 세 가지가 없으면 회복되기 어렵고, 약이 없어도 이 세 가지가 있으면 조현병에 걸리지 않을 수 있으니까.

노동은 땀 흘리기다. 몸 써서 일하는 것이 좋은데, 농사 같은 게 참 좋다. 자연에서 땀 흘리며 이웃과 함께 노동한다면 더욱 좋고. 저자의 아들은 헬스를 했는데 이 역시 좋은 선택이다.

 

마을은 이웃, 사회적 시선과도 같다. 핀란드에서는 정신질환이 발견되면 가족과 친척, 이웃을 다 불러서 함께 상황을 논의한다. 이게 바로 마을공동체다. 부럽다. 우리 사회는 안타깝게도 이러한 관계망이 깨져 있다.

 

사회적 시선이 아주 중요한데, 약 먹고 회복했어도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자신감 잃고 다시 도지게 된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바라보기 때문에 어디가서 그 상황을 말할 수도 없다.

 

책에서는 헬스장 관장이 아들을 품어준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따뜻한 마음에 감동받아 눈물이 났다. 그런 존재가 꼭 필요하다. 그런 사랑이 있기 때문에 아들이 회복될 수 있었다.

 

자연은 생태적 감수성의 회복이다. 사람들만 북적이는 세상과 다르다.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저자도 아들과 함께 자연의 생명들에게 먹이를 주면서 차츰 회복해갔다. 자연은 위대하다. 치유의 힘이 있다.

 

문제는 이러한 것과 다 멀어진 우리 사회라는 점이다. 옆집에 사는 이가 누군지도 모르고, 대화도 하지 않는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으로 소통하며, 직접 얼굴 마주하는 게 줄어들었다. 노동을 해도 땀 흘리는 게 없다. 생태적 환경이나 농촌과도 거리가 멀다.

 

이러한 상황이니 조현병은 점차 더 늘어날 것이다. 병은 개인에게 발생하는 것이지만 그 원인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에 있다. 그렇기에 조현병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다. 이 문제를 함께 풀지 못하면 우리 사회 전체가 조현병을 겪는다.

 

이 책은 그 어둡고 괴로운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는 아버지의 글이다. 내공이 얕지 않다. 학자가 아니고 학위가 없어도 상관없다. 짧게 인용되어도 그 말에 묵직한 힘이 있다. 관념으로만 깔짝거리는 게 아니라 삶의 구원을 위해 몸부림친 공부이기에 그렇다.

 

특히 치유공동체를 만들어 학교를 이끌어 가시는데 무척 아름답고 바람직하다. 사실 저자 입장에서는 이럴 수밖에 없는, 자연스런 귀결이었을지 모른다. 온 시간과 돈, 에너지를 여기에 집중해야 했으니까. 지금도 끝없는 고통과 두려움 속에서 울부짖는 이들이 있다는 걸 절절히 아시니까.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이들 있다면, 어떻게든 이 책이 연결되길 간절히 바란다.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거다. 작고 얇지만 그 어느 것보다 강력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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