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가난이 온다 - 뒤에 남겨진 / 우리들을 위한 / 철학 수업
김만권 지음 / 혜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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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를 전혀 몰랐다. 이 책을 보게 된 건 목차나 출판사도 아니고, 오로지 추천인 때문이었다.

정준희. 바로 이 사람 때문에 이 책을 고민의 여지 없이 고를 수 있었다.

재작년 조국 사태가 터졌을 때, 나는 그 사건만 집중해서 살펴보고 정치에 대한 관심을 줄이려 했다. 그런데 그건 사실 아직도 매듭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을 만큼 엄청난 사건이다. 수많은 기사와 논쟁 그리고 분열까지. 그 가운데 정준희 교수는 '저널리즘 토크쇼 j'에 나와 깔끔하고 명쾌하게 정리해줬던 사람이다. 짧지 않게, 적지 않게 지켜보고 수긍했기에, 그를 믿고 본다. 내게는 검증된 스승이다.   


책을 보고 난 후 소감은 '와 이렇게 꼼꼼한 자료를 바탕으로, 이렇게 깊이 있는 글을, 게다가 가능한 쉽게 풀어서 쓰기까지 한 이런 책을, 과연 누가 또 쓸 수 있을까?' 싶은 마음이다. 책 자체가 내가 좋아하는 주제는 아니었다. 나와 거리는 있지만, 그럼에도 이런 책을 읽고, 또 이런 저자가 있다는 걸 발견한 게 더 유익이었다.


저자를 무작정 믿고 보지 않아도 된다. 그저 보기만 하면 저자는 철학자 답게 논거를 풍성하게 제시하고, 하나씩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자연스레 생각해보게 되고 고민하게 된다. 생각해보지 않고 고민해보지 않았으나 그래야 할 필요가 있는 것들에게로 사려 깊게 데려가준다. 이보다 더 쉽게 풀어쓸 수 없을 만큼!


저자는 정치철학을 한다는데, 그게 무엇인지 이 책에서 세련되게 보여준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정치인들과 그런 정치가 아니라 정치의 사전적 의미, 즉 어떻게 하면 우리가 조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를 탐구한다. 저자가 그동안 다른 책들도 펴냈는데, 그 책들 중 관심사를 따라 보고픈 마음이 든다. 소중한 작가를 발견했다. (책보다도 작가를 추천한다 ^^)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말들만 무성할 뿐 아직 감이 오지 않는다. 저자는 이를 제2 기계 시대라 부른다. 그러면서 제1 기계 시대에 대해 설명하며 제2 기계 시대의 상황을 내다본다. 플랫폼 노동으로 대변되는 새로운 흐름을 잘 정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가 어떤 논의와 준비를 해야할지 진득하게 풀어준다.


기본소득이 왜 필요한지, 논쟁이 많다. 근데 제대로 논쟁하려면 이 책 보고 하자. 이 사회가 어떻게 급변하고 있는지를 파악하지 못한 채 하는 논쟁은 소모적이다. 이 책 한 권이면 충분히 밑밥이 깔린다. 이 정도는 알고 논쟁하자.


저자는 노동을 버리자는 게 전혀 아니다. 인간과 기계가 조화로운 파트너쉽을 맺고, 인간은 자율적인 노동에 관심 갖는 게 어떠냐는 말이다. 물론 저자는 이를 강하게 주장하진 않는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우리가 인식하지 못 하고 있는 세상, 앞으로 펼쳐지는 새로운 세상이 있음을 보여주며 함께 사유하도록 이끌어준다.


이런 글을 쓰려면 엄청난 노력과 내공이 필요하다. 현실 사회에 대한 발빠르고 폭넓은 이해가 필요하고, 역사적으로도 살펴보고, 철학적으로도 깊이 파고들고 있다. 책은 존댓말로 쓰여져 있는데 상당히 쉽게 서술되어 있다. 와우, 이런 책을 만난 줄이야. 저자가 진정 반갑다. 이런 지식인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더욱 활발하게 활동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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