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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
오쿠다 히데오 지음, 정숙경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남성들의 속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의 모음집이라고나 할까? 솔직히 이해는 가지만, 공감은 가지 않은 부분들도 조금은 있었다. 하지만 조금은 아버지를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많은 남성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기분도 든다. 늘 밖에서 생활하셔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없었기에, 어머니보다는 조금은 서먹한 기분이 드는 아버지가 갑자기 떠올랐고, 조금은 그분을 이해하려고 했던 내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담겨있는 이야기 가운데, <댄스>가 가장 공감이 갔었다. 기성세대를 대표하는 아버지와 자유와 독립심을 대표하고 있는 아들. 아버지는 아들의 꿈인 댄서가 못마땅하다. 사회는 그렇게 만만한 곳도, 꿈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도 존재하고, 할 수 없이 자신을 굽혀야할 때가 있다는 것도 이미 경험하신 분이기에, 그런 아들의 꿈이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아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있던 아버지가, 아들이 다니고 싶어 하는 댄스 스쿨을 살펴보면서, 열심히 땀 흘리고 있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젊었을 적 간직했었던 꿈의 한 조각을 기억해내게 된다. 그리고 직장에서 융통성 없게 자신의 소신대로 행동하는 한 동기와의 대화와 사원 체육대회의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아들의 꿈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아들과 둘만의 대화를 나누게 된다. 아들의 꿈을 인정하기는 하지만, 대학은 나와야 한다고, 세상은 그렇게 만만한 곳이 아니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하게 된다.
“젊은이들이 흘리는 땀을 보며, 묘한 그리움을 느꼈다.
문득 ‘청춘’이라는 말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냈다.“
아버지와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어본 경험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늘 어머니와 이야기했을 뿐, 그만큼 아버지와 만날 시간이 적을 수밖에 없었기에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해만 쌓였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기성세대를 대표하시던 분들도, 예전에는 감성이 풍부하고, 낭만적이며, 꿈을 간직한 “청춘”이라는 시기를 지녔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늘 이해하지 못한다고 불만을 토하기만 했지, 한번도 아버지의 입장에 대해서 고민해보지 못했었던 것 같다. 아버지의 삶 또한 어쩌면 젊은 시절의 꿈과 상관없이 삶을 살아가고, 한 가족을 책임짐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주어진 상황일 수도 있는데, 나로 인해 그 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도 모르는데, 늘 이해하지 못한다고 비난만 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도 꿈과 낭만과 자유를 이해하지만 삶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아시기에 충고를 하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담겨있는 이야기들... 주변에 있을지도 모르는 남성들의 이야기. 모두 공감이 가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들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살아볼 수 없는 남성들의 속내를 조금은 들여다본 것 같아서, 조금은 그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분명 존재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달리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