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세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3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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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에 이어 <앙앙>에서 하루키가 연재했던 글들을 모아 책으로 낸 책이다. 하루키의 책 제목은 하루키만큼 멋지다. 작가 본인이 직접 고르시는 것이겠지? 그의 에세이는 쉽다. 아무데나 펼쳐 읽어도 된다. 재밌다. 독특하다. 금방 읽는다. 다시 읽어도 새롭다. 몇 번 반복해서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하루키식 말투를 구사하게 된다. 그게 이 작가의 능력이다.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싫어하고, 채소를 좋아하고, 철인 3종 경기에 참여하며, 음악을 사랑하고, 요리하기를 즐기고, 매일 매일 규칙적으로 사는 작가. 단순하고 소박한 하루키님. 너무 귀여우세요.

 

# 다만 '그래, 이것도 써야지' 하고 새로운 토픽이 떠오르는 것은 어째선지 꼭 잠들기 직전일 때가 많아서, 그것이 내게는 약간 문제다. 물론 생각났을 때 바로 메모해두면 좋겠지만, 졸리기도 하고(졸리지 않은 밤은 내게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만큼이나 드물다), 베갯머리에 필기구 같은 건 두지 않기 때문에, 아, 됐어, 하고 그대로 잠들어 버린다. 12

 

# 내가 몇 건의 재판을 보고 개인적으로 절실하게 느낀 점은 '무슨 일이 있어도 형사재판에 회부되는 사태만은 피해야지'하는 것이었다. 40

 

#나는 취향상 요즘 유행하는 바퀴달린 소형 슈트케이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무겁고 덜그럭덜그럭 시끄럽다. 비포장길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고 고장도 잦다. 그보다는 내 힘으로 들고 나를 수 있는 끈 달린 간단한 가방을 선호한다.여행을 수없이 하다보면 약간의 철학이 생겨나는데, '편리한 것은 반드시 어딘가에서 불편해진다'라는 것도 그중 하나다. 75

 

# 기야마 쇼헤이의 <가을>(쇼와 8년)이라는 짧은 시가 있다.

 

새 나막신을 샀다며

친구가 불쑥 찾아왔다

나는 마침 면도를 다 끝낸 참이었다

두 사람은 교외로

가을을 툭툭 차며 걸어갔다 120

 

#나이를 먹어서 젊을 때보다 편해졌구나 하는 일이 찾아보면 의외로 많다. 예를 들어 '상처를 잘 입지 않게 된 것'도 그중 하나다. 누군가에게 뭔가 심한 말을 듣거나 뭔가 심한 일을 당해도, 젊을 때처럼 그게 가슴에 콕 박혀 밤잠을 설치는 일은 적어졌다. '뭐, 할 수 없지'라고 체념하고는 낮부터 쿨쿨 자버린다. 낮부터 자버리는 사람은 나뿐일지도 모르지만. 144

 

# 소설가에게 또 창작하는 사람들에게 기본이 낙관적이라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닌가, 늘 생각한다.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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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지도 - 진중권의 철학 에세이
진중권 지음 / 천년의상상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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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네 21>에 1년간 연재했던 에세이를 묶은 것이다. 글이 대중매체를 향하다보니 그의 다른 책에 비해 비교적 쉽게 읽힌다. 이 책은 미학에 관한 담론에 있어 중요한 철학자 8명을 선택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탄탄한 논리, 정확한 근거, 조롱과 비아냥, 풍자를 뒤섞은 경쾌하면서도 신랄한 그의 문장은-Yes24 책 소개> 이곳에서도 빛을 발한다. 목차만 보아도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5부 ‘정체성’ 7부 ‘미의 정치성’을 재미있게 읽었다. 작가의 사상에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글이 지적 욕구를 충분히 채워주기 때문에 자꾸 보게 된다.

 

1부 삶을 예술로, 존재의 미학

01 델포이의 신탁 - 너 자신을 배려하라

02 창조적 개새끼 - 촌스러움을 경멸하라

03 냉담한 멋쟁이 - 나는 내 자신으로 만족한다

04 도시의 만보객 - 뜨거운 참여와 차가운 관찰

 

2부 미디어

05 커뮤니케이션의 편향 - 매체가 문명을 결정한다

06 토탈 신파 - 감정과잉의 오류

07 언어의 착취 - 자본주의 시장 속의 언어

08 희망버스 - 네트워크를 물질화하라

 

3부 현실과 허구

09 뮈토스와 로고스 - 과학 이후의 이야기

10 트루맛 쇼 - 사실은 만들어진다

11 재판이냐 개판이냐 - 몽타주의 마술

 

4부 사실과 믿음

12 데카르트의 고독 - 모든 것을 의심하라

13 눈에 뵈는 아무 증거 없어도 - 신앙주의에 관하여

14 오컴의 면도날 - 진리는 단순하다

15 고르기아스와 소크라테스 - 수사와 진리의 싸움

16 수사학의 전쟁- 보수와 진보의 수사학

 

5부 정체성

17 그분이 나를 부른다 - 호명이라는 강박

18 위대한 계시 - 성녀와 마녀 사이에서

19 전향의 정치학 - 디지털 시대의 볼셰비키들

20 부역자 - 어설픈 이념의 낙인

21 공약의 부담 - 말에 따르는 책임

 

6부 익숙한 낯섦

22 시적 순간 - 낯설게 하기

23 십자가에 못 박힌 욕망 - 삶의 충동과 죽음의 충동

24 총을 든 베르세르커 - 질주하는 광기

25 냉장고 속의 독재자 - 정치로서 사체 공시

 

7부 미의 정치성

26 미적 자본 - 아름다움 앞에서 법률은 효력을 잃는다

27 거울과 선풍기 - 거울의 영원함을 위하여

29 메스를 든 피디아스 - 개성적 아름다움의 파괴

29 신체는 전쟁터 - 미용성형의 정치학

 

8부 존재에서 생성으로

30 발롯 체험 - 기관 없는 신체의 창조적 역행

31 냄새 나는 그림 - 후각적 공감각에 관하여

32 감각의 히스테리 - 말미잘의 촉수처럼 민감한

33 얼굴은 풍경이다 - 고흐의 자화상

 

9부 예술의 진리

34 견자의 편지 - 선포로서의 진리

35 그리드 - 우주의 자궁

36 파편의 미학 - 터치(touch)는 감동(touch)이다

37 아레스토 모멘툼! - 순간아, 멈추어라

38 차이와 반복 - 반복가능성에 관하여

39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 비독서의 미덕

 

10부 디지털 테크놀로지

40 실물 크기의 지도 - 지도와 제국주의

41 디지털의 바틀비 - 컴퓨터 그래픽의 정치학

42 기술적 영상 - 문자와 숫자로 그린 그림들

43 기계와 생명 - 칸딘스키와 유사생명

 

# 흥미롭게도 고대 그리스에서 문자의 도입은 상당히 늦었다. 소크라테스는 글을 쓰지 않았다. 그의 제자 플라톤은 글을 썼지만, 그의 글은 대화체로 되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오늘날처럼 문어체로 된 글이 등장한다. '말'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가벼운 매체가 아니다

육중한 기념비만큼이나 발화되는 시간과 장소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구술문화는 시간편향을 갖는다 52

 

# 일본의 동북지방에서 지진으로 쓰나미가 발생했을 때,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의 침착한 대응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요인은 일본 특유의 유미주의 문화로 보인다. 독일의 고전주의에서 감정을 표출할 때조차조 위대한 고요함을 요구하였듯이, 일본의 사무라이 미학은 무사들에게 죽음의 공포를 초월하여 그 어떤 고통의 상황에서도 평정을 유지할 것을 요구한다. 62

 

# 예술가들은 자유로운 영혼이어야 한다. 어설픈 이념으로 그들을 괴롭히지 말라. 183

 

# 현대인은 아에 신체 위에 영원한 이미지를 실현한다. 화장한 얼굴에서 메이크업의 두께는 초박막, 즉 현실과 상상을 가르는 얇은 막이다. 240

 

#하지만 칸트의 말대로 미는 개념이 아니기에 '일반적'인 것이 아니다. 가령 큰 눈도 어떤 얼굴에서는 흉하게 보이고, 작은 눈도 어떤 얼굴에서는 매력적으로 보인다.

아름다움, 특히 얼굴의 아름다움은 일반화하기 힘든 지극히 '개별적' 현상이다. 하지만 얼굴을 이른바 미의 '일반적 규칙'에 가깝게 가져갈 때, 개별적 특성(일탈)은 간단히 제거되고 만다.

그 결과는 때로 파멸적이다. 원래의 얼굴에 존재하던 질서와 무질서의 섬세한 균형이 깨지기 때문이다. 251

 

# 고대의 조각가들이 예술을 통해 미의 이상에 도달했다면, 오늘날 대중은 기술을 통해 이상적 신체에 도달하려 한다. 신체는 더 이상 고전적 의미에서 기성품이 아니다.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오늘날 그것은 '수정되는 기성품'이 되었다. 끝없는 변형과 이행의 과정 속에 놓여 있는 유목적 신체라고 할까? 255

 

# 모든 예술은 시각, 청가, 아니면 시청각의 예술이다. 미각, 후각, 촉각의 예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예로부터 시각이나 청각은 정신이나 영혼에 가까운 반면, 다른 감각은 신체에 가깝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275

 

#아도르노에게 예술은 개별자이기에 진리를 가지나 스스로 말할 수없고, 철학은 보편자(개념)이기에 진리를 말하나 스스로 가질수는 없다. 그리하여 개별과 보편, 예술과 철학은 상보적 관계에 있다는 것이다. 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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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hite Hotel (Paperback, Reprint)
D. M. Thomas / Penguin Group USA / 199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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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 엠 토마스(D.M.Thomas)는 1935년 영국 콘월(Cornwall) 지역에서 태어났다. 1950년대 러시아의 문화와 문학에 관심이 많았으며 군 생활을 하며 러시아어를 공부했다. 그 결과 80년대 러시아 시를 번역하여 책으로 내기도 하였다. 현재 그는 작가, 시인, 극작가,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1981년에 저술한『화이트 호텔』로 유명해졌으며 1981년 첼터넘 상(Cheltenham Prize)을 받았다. 또한 부커 상(The Booker Prize) 수상자 목록에서 2위를 차지하기도 하였다. 1위는 살만 루시디(Salman Rushdie)의 『한밤중의 아이들』(Midnight's Children)이었다.『화이트 호텔』은 소련 작가 아나톨지 크즈네초프(Anatoly Kuznetsov)가 바이야르 대학살의 생존자 디나(Dina Pronicheva)의 증언을 바탕으로 1969년 출판한 소설「바비야르」(Babi Yar)에서 몇몇 문장들을 가져왔다고 논란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소설은 노골적인 성적 묘사가 가득하고 상상적 요소가 충만하다. 소설의 초반 부분은 리사가 쓴 시와 글을 분석하는 프로이드의 관점이 주를 이루고 후반부는 리사의 목소리가 등장하면서 급격하게 홀로코스트에 관한 내용으로 전환된다.

   1장「돈 지오반니」(Don Giovanni)는 리사가 돈 지아반니 악보에 쓴 장시로, 성적 요소가 가득 차 있다. 2장 「개스테인 저널」(The Gastein Journal)은 리사가 꾼 꿈들이 기술되어 있는데, 리사가 머무는 호텔에서 알 수 없는 재난들이 일어나고, 리사가 젊은 남자와 나누는 정사들이 노골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3장 「프라우 안나 G」(Frau Anna G)는 프로이트가 안나에 대해 쓴 글들로 독자들은 3장에 와서야 1장과 2장의 내용들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4장「휴양지」(The Health Resort)부터는 안나의 목소리가 등장하며 그녀의 삶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시작한다. 베라(Vera)와 빅토르(Victor)의 만남, 오페라 가수로서의 안나의 삶, 프로이트에게 보내는 편지 등이 주를 이룬다. 5장 「침대차」(The Sleeping Carriage)에서는 안나와 그녀의 양아들 콜리야(Kolya)가 유대인 거주지역인 게토에서 바비야르(Babi Yar)협곡으로 끌려가 산채로 파묻히는 내용이 묘사된다. 6장 「캠프」(The Camp)는 죽은 자들이 살아나 다시 만나는 환상적인 분위기로 그려진다.


  『화이트 호텔』(
The White Hotel, 1981) 은 프로이드(Sigmund Freud) 전집 중 3권 『히스테리 연구』에서 「안나 O양」의 사례를 재구성하여 만든 것이다. 작가는 저자 노트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작가가 만든 허구의 프로이드(Sigmund Freud)가 실제 프로이드 삶의 기록을 바탕으로 히스테리 환자 리사(Lisa Erdman)의 삶을 치료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프로이드는 정신분석 이론의 권위자로 환자들의 무의식과 꿈을 해석하여 병의 근원을 알아내려고 노력했던 인물이다.

  『화이트 호텔』은 프로이드의 환자 리사의 삶의 여정을 그린 것이다. 소설은 노골적인 성적 묘사가 가득하고 상상적 요소가 충만하다. 또한 재난과 죽음의 이미지도 곳곳에 나타난다. 소설의 초반 부분은 리사가 쓴 시와 글을 분석하는 프로이드의 관점이 주를 이루고 후반부는 리사의 목소리가 등장하면서 급격하게 홀로코스트에 관한 내용으로 전환된다.

   유대인의 피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마음속에 두려움과 공포를 가지고 살아야 했던 리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절한 마음을 잃지 않는 여성이다. 그녀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애정을 가지며 그들에게 도움과 사랑을 주려고 노력한다. 그녀는 마지막에 자신의 양아들을 위해 함께 죽음으로써 희생의 극치를 보여준다. 유대인으로서 평생 타자로 살아야 했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을 타자로 대하지 않고, 끌어안음으로써 그들을 용서한다. 모든 것을 끌어안는 그녀의 모습은 홀로코스트를 행했던 사람들과 당했던 사람들 모두를 이해하고 위로하기 위한 몸짓인 것이다.

   초반에는 무슨 내용인지 몰라 한참을 헤매었다. 야한 내용도 엄청 많고, 한편에서 포르노 소설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도 짐작할 만하다. 그러다 갑자기 홀로코스트 사건으로 전환되고. 와우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작가는 홀로코스트라는 재난을 과연 미학적 담론으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많이 고민했을 것이다. 그것은 예나 지금이나 어렵고 말들도 많다. 난 잘 모르겠다. 어쨌든 누군가에겐 아니겠지만, 나에겐 좋은 소설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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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Butterfly (Paperback)
Hwang, David Henry / Dramatist's Play Service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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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비드 헨리 황(David Henry Hwang, 1957~): LA 캘리포니아에서 1957년 태어났다. Yale School of Drama에서 공부했으며 영어학으로 스탠포드 대학에서 학위를 받았다. 황의 초기 작품들은 중국계 미국인이나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FOB』, 『The Dance and the Railroad』, 『Family Devotions』가 바로 이러한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다가 1988년 그는 그의 최고 유명 작 『M. Butterfly』를 탄생시킨다. 이 작품으로 그는 “Tony Award”, “the Drama Desk Award”, “the John Gassner Award”, “Pulitzer Prize” 등 각종 영예로운 상을 수상하게 된다. 『M. Butterfly』의 성공으로 황은 오페라, 영화, 뮤지컬, 텔레비전 등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한다.

주요인물을 적어보자면

 

Rene Gallimard: 프랑스 외교관. 중국에서 만난 오페라 가수 Song을 사랑하지만, 26년 후 간첩혐의를 받고 그녀가 여장남자 임을 알게 되고 결국 자살을 하는 비운의 주인공.

Song Liling: 중국 오페라 가수. 전문적으로 여자 역을 맡아 연기하는 남자. Rene의 연인.

Comrade Chin: Song의 감시인. 철저한 공산주의자. Song이 Rene에게서 캐낸 정보를 알리는 연락책.

Marc: Rene Galli Mard의 국립학교 친구. Rene의 소심함과는 달리 적극적이어서 Rene가 부러워하는 친구.

M.Toulon: 중국 주재 프랑스 영사.

Renee: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중국에 온 덴마크 소녀. Song과 달리 적극적이고 대담하고 솔직하다.

Helga: Rene Galli Mard의 부인

 

  프랭크 친은 헨리 황의 작품이 동양인을 또 다시 정형화시킨다고 비판하였다. 하지만

황의 의도는 서구와 동양이 진정으로 대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았고, 두 세계가 서로를

정형화 시키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원했다. 황은 해체주의적 시각에서 이 작품을 썼다고

작가 노트에 적고 있다. 즉 서구가 만들어낸 이분법적 접근(동양/서양, 고대문화/현대문화,

자본주의/공산주의, 여성/남성, 몸/정신, 현실/환상)을 비판하고 반성하고자 한 것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우리에게는 절대적인 본질은 없으며 정체성은 언제든 바꾸고 채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것이 현실에서 얼마만큼 가능할지 의문이 남는다.

   작가 황은 디게타니(John Louis Digaetani)와의 인터뷰에서 『M. 나비』는 “오리엔탈리즘의

일면을 다루기 위한 시도”(141)였다고 밝힌다. 작가의 말대로 이 작품에서 “동양을 바라보

는 서양의 시선”, 오리엔탈리즘은 중요한 주제이다. 이는 작품에서 프랑스인 남성 갈리마르

가 동양인 송을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드러난다. 갈리마르에게 송은 우아하고 순종적인 동

양 여성이다. 하지만 송의 실제 성별은 남성이며, 그녀는 갈리마르를 기만할 수 있을 만큼

지적이다. 송을 바라보는 갈리마르의 시선은 철저하게 오리엔탈리즘적인 동양 여성의 정형

성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정형적 정체성 편견의 문제만은 아니다. 갈리마르가 송을

정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근저에는, 서양인의 제국 적이고 정복적인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 감옥에 갇힌 현재의 갈리마르는 이를 잘 인지하고 있으며, 따라서 자신의 과거 모습

을 『나비 부인』의 핑커톤에 겹치며 자조한다. 『나비 부인』은 자기희생적인 동양인 여성

에 대한 서양인의 환상과 탐욕 이 드러나는 전형적인 오리엔탈리즘적인 텍스트이다.

   『나비 부인』을 서브텍스트로 끌어들이며 『M. 나비』는 두 가지 측면에서 오리엔탈리즘

적인 요소를 갖게 된다. 첫째로 서양 남성과 동양 여성의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라는 『나비

부인』과 같은 플롯을 취한다. 그리고 둘째로 『나비 부인』에 감명 받아 스스로를 핑커톤

에 비유하는 갈리마르 자체가 오리엔탈리즘 텍스트가 주는 환상에 빠진 서양인 오리엔탈리

스트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작가 황이 그리고자 한 것은 오리엔탈리즘 그 자체가 아니다. 오히려 『M. 나비』는 오리엔탈리즘 허물기이다. 갈리마르가 이상적인 동양 여성으로 간주했던 송이 남성 첩자라는 사실을 통해 황은 오리엔탈리즘이 서양인의 환상에 다름 아님을 보인다. 20년간 남성을 여성으로 여겼던 갈리마르의 착각은, 사실 송을 이상적인 동양 여성으로 바라보고 싶었던 탐욕스러운 갈리마르의 환상에 다름 아니다.

   맨 마지막 장면은 갈리마르가 버터플라이로 분장하고 연기를 하며 자살하는 것으로 끝난다. 갈리마르의 죽음은 수치심 때문일까? 전통적 오리엔탈리즘을 고착화하는 행위일까? 아니면 자신의 이상형이였던 버터플라이의 모습을 포기하지 않고 자기 자신이 수행하며 죽기 때문에 그것 자체가 저항하는 몸짓은 아닐까?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그것을 다시 보여줌으로써 자기 자신과 화해하는 것일까? 갈리마르의 죽음은 단순히 어리석고 바보같은 한 사람의 죽음이 아니다. 그의 행동과 실행에서 숭고미가 느껴진다. 그는 죽음에 이름으로써 그만의 버터플라이를 만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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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 오사카 (2017~2018년 최신 개정판) Close up (에디터) 3
유재우.손미경 지음 / 에디터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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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클로즈업 홍콩> 책을 들고 홍콩에 14일 자유여행을 다녔는데 한국 여행 책으로는 클로즈업 시리즈를 따라갈 책이 없는 것 같아요. 오사카 역시 이 책 한권으로 일주일을 다녀왔는데, 지도가 워낙 자세하게 표시되어 있어 일본인에게 한 번도 길을 물어보지 않았습니다. 최고의 여행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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