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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2disc)
케네스 브래너 감독, 데렉 자코비 외 출연 / 워너비엔터테인먼트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 Mark Thornton Burnett의 글을 바탕으로 *
브래너의『햄릿』은 19세기를 배경으로 한다. 『햄릿』은 정말로 브래너가 마침내 자신의 권리를 가지고 영화감독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것은 더 이상 영국자본회사나 안정된 연기자만 고집하지 않았고 “브래너의 햄릿”을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햄릿』은 브래너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브래너가 감독, 주연을 맡고 데릭 자코비(Derek Jacobi), 줄리 크리스트(Julie Christie), 케이트 윈슬렛(Kate Winslet)이 각각 클로디어스, 거트루드, 오필리아로 출연하는 영화 『햄릿』은 셰익스피어 영화의 르네상스라고 말해지는 1990년대 셰익스피어 영화 열풍의 한가운데 위치하고 있다. 우선 제작사부터 미국의 메이저 영화사 캐슬 락(Castle rock)이다. 또한 브래너는 셰익스피어 극에서 노련한 많은 베테랑들의 도움을 구했다. 클라디어스를 연기한 데릭 자코비는 1979년에「올드 빅 극장」에서 햄릿을 연기했고, 1980년 BBC버전에서도 역할을 맡았다. 만약 자코비가 브라나의 영화적 아버지라면 브래너는 자코비의 연극적 아들이다. 할리우드가 자랑하는 희극배우 빌리 크리스털(Billy crystal)과 로빈 윌리엄스(Robin Williams)과 각각 무덤 파는 일꾼과 오즈 릭으로 등장하는가 하면, 대배우 찰턴 헤스톤(Charlton Heston)이 왕을 연기하는 배우로 등장하고, 프랑스의 제럴드 드빠르디유(Gerald depardieu)가 레이날도로 등장한다. 쥬디 덴치(Judi Dench)가 헤큐바로 잠시 스쳐가는 등 여타 유명 배우들의 카메오 출연 또한 그 재미를 더한다.
게다가 영화 초반 클로디어스와 거트루드의 결혼식 장면은 그 규모나 인원 면에서 한편의 장관을 이루고, 선왕 햄릿의 혼령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땅이 갈라지고 불꽃과 연기가 솟구치는 특수효과로 마치 공포영화를 보고 있는 듯하다. 또한 영국으로 향하며 복수를 다지는 햄릿 뒤로 펼쳐진 눈 덮인 평원, 그 위로 밀려오는 포틴브라스 군대를 보여주는 장엄한 컴퓨터 그래픽 효과, 마지막 검술시합 장면의 박진감 넘치는 진행 또한 대중의 관심과 흥미를 끌기에 충분하다.
“만약 당신이 햄릿은 우울한 성, 음침한 옷과 구식 헤어스타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다시 생각해라 (commemorative programme 4) 이 말처럼 올리비에의 영화 『햄릿』(1948)이 어두침침하고 흑백영화라면 브래너의 햄릿은 컬러이고, 비극을 극적으로 보며준다. 올리비에의 『햄릿』에는 포틴브라스, 볼티만드, 로젠크란쯔와 길덴스턴, 레이날도 등 몇몇 등장인물과 레어티즈의 폭동 등이 삭제되어 있지만 브래너의 『햄릿』은 원작의 모든 대사를 전혀 삭제하지 않음으로써 작품의 전체 내용과 의미를 빠짐없이 전달한다. 따라서 햄릿의 다양하고 복잡 미묘한 성격이 총체적으로 드러나며 다른 인물들의 양면적 성격을 돕는다. 햄릿은 호화로운 외양, 흩날리는 눈, 엘시뇨어(Elsinore) 성의 겨울 풍경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햄릿』은 전례 없는 프로젝트이며 브래너의 축적된 영화적 명성이 셰익스피어에 다가갈 수 있도록 가능하게 만들었으며 세 번째 셰익스피어 영화이기도 하다.
아마 브래너의 『햄릿』에서 가장 매력적인 요소는 상처받은 마음의 다양한 크기들을 잘 나타내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므로 햄릿은 오프닝 실에서 어두움에 숨어 슬퍼하는 아들의 역할로부터 뒤로 갈수록 미친척하고 극적으로 다이내믹한 존재를 흉내 내며 폭발하기 쉬운 행동의 남자로 옮겨간다. 햄릿은 군국주의 국가로서의 덴마크를 묘사한다. 이미 오프닝 신에서 전쟁을 준비하는 모습을 살짝 엿볼 수 있다. 그리고 펜싱을 연습하는 장면은 앞으로의 참사를 예고한다. 햄릿은 덴마크의 힘이 군사들의 협력에 의지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예를 들면, 로렌크란츠(Timorthy Spall)와 길던스턴(Reece Dinsdale)이 연대복 띠를 두르고 있다던가, 자고 있는 오필리어 방에 군사들이 침입하는 장면이나 무덤 파는 사람이 해골을 계급에 따라 신중하게 나란히 배열해놓는 장면 등에서 잘 나타난다.
브래너는 또한 현대 제작에서 종종 누락시키는 포틴브라스의 서브플랫을 발전시킨다. 엘시노어 성에서 중첩되는 언쟁들 사이사이에 포틴브라스 군대의 끈질긴 진군을 보여준다. 루퍼스 스웰(포틴브라스)는 차가운 확고함으로 노르웨이의 지휘관을 연기하며 침입을 강조한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궁의 문을 순찰하는 보초의 긴장감도 정당함을 더해가며, 특히 영화의 마지막에서 햄릿과 레어티즈의 검술시합 장면과 포티브라스 군이 궁정을 에워싸며 좁혀오는 장면을 계속시켜 영화 전체에 긴장감을 더한다. 햄릿과 포틴브라스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인물이지만 이들의 행동과 사건이 나란히 진행됨으로써 영화에 재미를 더한다. 조엘 파인맨의 형제 살인죄와 간음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은 『햄릿』에서 중요하게 사용된다.
또한 『햄릿』에서 창문과 문이 거울로 장식된 방의 인테리어는 잘 사용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한 세팅에서, 햄릿은 자기 자신을 정면으로 볼 수 있다. 올리비에의 햄릿이 엘시뇨어 성벽 꼭대기에 앉아 생각할 때 보이스 오버로 처리되는 반면, 브래너의 햄릿은 거울을 보며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라는 독백을 내뱉으며 자기 자신과 마주한다. 또한 햄릿이 클라우디우와 폴로니우스가 그 뒤에 숨어있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오필리어를 벽의 거울로 밀칠 때 거울 세팅은 훌륭하게 사용된다. 브래너는 그 세트가 “헛된 세상, 자기 자신을 돌아보며, 자신 있고 열려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숨겨진 부패”를 의도한다고 하였다. 그것은 대담하고 비평적인 현대의 시각이고 원문의 상당한 지탱을 돕는 역할을 한다.
브래너의 『햄릿』의 또 다른 두드러진 특징은 오필리어에 대한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묘사이다. 그전까지 오필리어의 이미지는 청순가련하고, 수줍은 모습이었다면 여기서 오필리어는 생동감 있고 활기차며 당당한 인물로 묘사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여러 남성으로부터 위협과 조종을 당하고 정신적, 신체적 학대를 받는다. 햄릿의 오필리어에 대한 태도 변화는 이 영화가 플래시백 베드신 장면을 통해 자주 보여주듯이 두 남녀가 이미 육체적 관계를 맺었기에 그녀에게 더욱 충격적이다. 미친 후에 그녀는 구속 복을 입고 다니면 독방감옥에 갇혀서 남자간수로부터 가혹한 물세례 처벌까지 받는다. 이처럼 처음 윈슬렛의 생명력 넘치던 모습에서 비참한 모습이 강조되어 가부장제와 남성중심주의 사회에서 고통 받는 한 여성의 비극적 상황과 파멸이 실감나게 묘사된다.
폴로니우스(Richard Briers)가 매춘부와 관계 후 옷을 입으며 레이날드에게 자기 아들을 감시 하라는 지시를 내린 후의 다음 장면은 흥미롭다. 햄릿의 광증을 목격한 오필리어가 햄릿이 “상의의 끈을 모두 풀고” 라고 묘사하며 아버지의 침대에서 흐느끼는 장면은 그녀의 아버지가 자주 사창가에서 매춘부에게 그러듯이 오필리어가 햄릿에 의해 성적으로 범해졌음을 암시한다. 매춘을 일삼는 폴로니우스가 자신의 딸의 순결과 정조에 그토록 큰 관심을 보이는 아이러니는 현대의 많은 남성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물의 이미지도 중요하게 사용된다. 클라우디우스와 레이터스(Michael Maloney)가 햄릿의 몰락을 의논하며 테이블에 앉아 브랜디를 벌컥 벌컥 마시는 장면이 있는데 그들의 음모적 마심은 즉시 거트루드가 방으로 들어와 오필리어의 익사를 묘사함으로 확장된다. 이러한 “물"의 암시는 영화에서 시각적 자극제로 사용되며, 여성의 순결은 가부장적인 위선의 자비임을 보여준다.
영화의 중요한 장면마다 시각적 메시지와 대사의 관계가 오버랩 되기도 한다. 특히 교회 안에서 희미하게 빛나지만 화려하게 장식된 인테리어는 주인공들의 자백을 폭로하는 도발적인 장소로서 제공된다. 영화 시작부분에서 폴로니우스는 오필리어를 속죄소로 데리고 가서 햄릿에 대해 이야기 한다. 속죄소의 더 불안한 사용은 클라우디우스가 자신의 범죄로 인해 애통해할 때 나타나다. 클라우디우스에게 빛이 비춰지고 자기의 죄를 자백하고 있을 때 어둠속에 있던 햄릿은 그의 칼을 창살 안으로 집어넣는다. 시각적인 것과 언어적인 것의 사용은 유령이 나오는 장면에서 더 정교하게 사용된다. 브라이언 블레스드(brian blessed)에 의해 연기된 높은 앵글 샷에서, 유령은 엄청나게 공격적인 유령으로 묘사된다. 유령이 햄릿에게 자신의 비밀을 말할 때, 불꽃이 튀고 숲 바닥이 갈라지고 나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은 “지옥으로부터의 폭발”이며 초자연적인 방문이 관련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비슷하게 유령이 거트루드의 방에 나타날 때, 기이한 음악이 들리는데 이것은 유령이 지옥으로부터 왔음의 가능성을 나타낸다.
또한 종종 반복되는 카메라의 움직임은 심리적인 연관을 나타낸다. 클라우디우스와 폴로니우스가 햄릿에 대한 음모를 얘기할 때 햄릿이 그녀의 방에서 어머니를 마주할 때처럼 카메라는 그들 주위를 돈다. 햄릿의 마지막 펜싱 대결 장면과 오필리어의 장례식에 참석한 소수의 인원은 클라우디우스의 기울어가는 힘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심지어 거트루드의 마지막 신랄한 표현이 나타내듯 포틴브라스의 화려한 마지막 등장 전에 군주적 권위는 흔들린다. 클라이맥스에 다다들때, 포틴브라스 군대는 궁의 창문과 거울 문을 깨고 침입하는데 이것은 궁정이 깨지기 쉬운 환상이었음을 말해준다. 영화 초반 결혼식 장면에서 홀 안을 가득 메우고 있던 수많은 사람들과 마지막 검술시합 장면의 텅 빈 궁정의 대조를 통해 시각적으로 부각되는 이 왕실의 몰락은 전환기적 역사의 여러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아버지 폴로니어스의 죽음을 복수하겠다고 공격해 온 레어티즈를 따르는 군중들의 모습은 시민의 성장으로 흔들리는 왕족과 귀족의 권위를 보여주는가 하면, 선왕 햄릿의 동상을 쓰러뜨리는 마지막 장면은 구 러시아로 대표되는 공산체제의 몰락을 상기시킨다. 햄릿은 군사적 장례로 치러지며 포틴브라스가 그 나라의 계승자로 됨을 알려준다.
그러나 브래너의 『햄릿』은 단순히 군사적 기술과 정치적 우위 사이로 양분되는 것 이상을 담고 있다. 많은 면에서 『햄릿』은 『헛소동』의 선례로서 그의 다른 텍스트와 역사의 연관성을 생각한다.. 햄릿의 또 다른 독창성은 묘사의 표면에 나타난 주제이다. 햄릿에서 연극하는 장면은 adrian noble의 1996년 작품 『한여름 밤의 꿈』에서 가져온 것이다. 영화의 상호텍스트성은 캐스팅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영화의 웅장한 부분은 블렌하임(Blenheim) 궁전(엘시노어로 가장한)의 수많은 외부 묘사에 의존하고 있다. 블렌하임 궁은 1704년 프랑스를 물리친 말보로 공작을 기념하여 세워진 것으로, 1874년에는 윈스턴 처칠이 그곳에서 태어났고 그 후손들이 지금껏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런 배경 자체만도 영국과 프랑스간의 갈등, 영국과 독일간의 갈등, 영국 왕족과 보다 강력한 정치권력 사이의 갈등에 대한 은유로 작용한다.
이에 반해 올리비에의『햄릿』은 상영시간을 152분으로 줄였기 때문에 상영시간이 4시간이 넘는 브래너의 『햄릿』과 비교하여 원작을 훼손시켰다는 비난을 받는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 선왕의 죽음에다 외세의 위협에 놓인 덴마크가 그 배경으로서 중요한 것은 안과 밖 모두 크게 잘못되어 있는 위기의 덴마크 현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러한 외세의 위협을 정치적으로 교묘히 이용해 자신의 통치권을 확고히 하고, 더 나아가서는 그러한 위기의 상황을 직접적인 무력 충돌이 아닌 외교를 통해 헤쳐나가는 클로디어스의 마키아벨리적 절대 군주의 면모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리비에의 『햄릿』에는 포틴브라스가 없고 따라서 클로디어스는 형을 죽이고 형수를 아내로 취한 천하의 악인 외에는 다른 어떤 의미도 갖지 못한다. 그 대신 올리비에는 인물의 성격과 심리 묘사에 중점을 두면서 거기서 비극의 원인을 발견하려고 노력한다.
『햄릿』영화를 만들기 전에 브래너는 『햄릿 만들기』(1995년)의 각본을 쓰고 감독을 하였다. 줄거리는 한 극단이 『햄릿』을 연습하고 마침내 영국 시골의 버려진 교회에서 『햄릿』을 공연하는 내용이다. 이 상상의 시나리오를 통하여 브래너는 포스트모던 시대에서 『햄릿』의 적절성과 가능성에 대해 불안을 나타낸다. 브래너는 예술성과 대중화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부분적으로 브래너 덕분에 셰익스피어는 좁은 선택의 범위를 뛰어넘어 작품 할 수 있는 인물로서 회복되었고, 영화는 그것을 진행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최근에 셰익스피어는 영화, 텔레비전, 뮤지컬 등의 혼합물로 나타나고 있고 브래너의 다양한 사고방식에 의해 태어났다고도 할 수 있다. 브래너는 셰익스피어를 그 자신의 방식의 이미지로 만들었고 대중매체의 우상으로 셰익스피어의 출현을 주도해왔다. 브래너의 『햄릿』은 이처럼 작품성과 대중성의 절묘한 조화를 보임으로써 향후 할리우드 셰익스피어 영화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구체적 지침을 제공한다. 브래너는 지속적으로 현대의 요구에 맞추어 셰익스피어를 수정시키고 있는데 최근 몇 년간은 감독과 배우로서 셰익스피어와 관련되지 않은 영화에 참여하고 있다. 『비행의 이론』(1998) 『와일드 웨스트』(1999) 『엘도라도』(2000)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