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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여자가 되는 법 - 영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영국을 발칵 뒤집어놓은 괴짜 칼럼니스트의 여자 생태보고서
케이틀린 모란 지음, 고유라 옮김 / 돋을새김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과 표지만 봤다면 절대 읽지 않았을 책이다. 진짜 여자가 되는 법이라니!! 이런 유치한 제목이....칙릿 소설이나 그런 류의 에세이라고 무시했을 가능성이 100%이다. 하지만 지인이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얘기를 듣고, 어라? 내 생각이 틀렸나 하는 마음에 허겁지겁 책을 펼쳤다. 책을 읽으니 내가 겉만 보고 착각했음이 100% 증명되었다. 비록 레이디 가가에 대한 저자의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글을 유쾌하고, 솔직하고, 훌륭하다. 서울-대전 간 무궁화 호를 타고 가며 오며 왕복 4시간 동안 책을 읽느라 일 분도 졸지 않았다. 피곤했지만 책이 재미있어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 사람들은 여자라면 누구나 아이를 낳아야 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여자들은 이런 질문에 실없거나 유치하게 대답하며 아이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척하지만, 점점 더 압박이 심해지면 여성성은 유아용품점이라는 막다른 골목에서 끝나게 된다. 모두 그렇게 끝이 난다. 모든 여자들이 마놀로 브라닉이나 조지 클루니를 사랑하듯 모든 여자들은 아기를 사랑한다는 것이다. 운동화만 신고 다니거나 레즈비언이거나 구두를 진짜로 싫어하거나 조지 클루니를 싫어하는 여자라도 아기는 좋아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보이는 여자마다 언제 결혼하고 언제 아기를 낳을 거냐고 묻는 사람들은 실제로 그 여자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여자에게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어디서 정자가 돌아다니고 있는지를 보라고 재촉한다. 나중에 정자가 필요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333-4
* 하지만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것은 여성에게는 매우, 매우 힘든 결정이다. 사회 분위기상 여자들이 ‘낳지 않기로 했어’나 ‘생각만 해도 기분나빠’라는 말을 하기는 힘들다. 우리는 이런 여자들을 ‘이기적’이라고 한다. ‘아이가 없다’라는 말은 상실이나 결여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는 엄마가 아닌 여자들에 대해 10대 소년들 혹은 남자들처럼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늑대들만큼이나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30대에 끝나버리기를 바란다. 자신의 일을 제대로 끝마치지도 않고‘ 아이를 갖는 바람에.
남자들과 여자들 모두 아이가 없는 여자는 불완전한 존재라는 고리타분한 믿음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이러한 믿음을 뒷받침하는 것은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번식을 해야 한다거나, 당신이 지구상에 태어난 이유는 당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전달하기 위함이라는 단순한 생물학적 ‘사실’이 아니다. 이러한 믿음에는 보다 개인적이고 눈에 보이지 않게 비하적인 요소들이 뒷받침되어 있다. 여자들은 아기를 낳아야 드디어 어른이 된다는 식이다. 여자들은 아기를 낳음으로써만, 보다 어린 존재를 생산하는 능력에 의해서만, ‘연장자’의 자격을 가질 수 있다. 어머니가 된다는 것은 다른 경험으로 대체될 수 없다는 생각, 그리고 아기를 낳아야만 자기를 완성할 수 있다는 생각은 비루하고 조잡하기만 하다. 마치 엄마들은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것처럼, 아이 없는 여자들은 삼류대학의 삼류학위나 받은 것처럼 여겨지는 꼴이다. 33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