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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불복종 - 야생사과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 이 꽃단풍나무는 자신의 수액을 충실히 관리하고 떠도는 새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했으며 이미 오래 전부터 씨를 성숙시켜서는 바람에 날려보냈다. 그리하여 이제는 천 그루의 행실바른 어린 꽃단풍나무들이 이 세상 어디엔가 자리잡고 살아가고 있으리라는 생각에 이 나무는 가슴이 뿌듯할 것이다. 이 나무는 단풍나무 왕국의 모범 시민 자격이 충분히 있다.
이 나무의 잎들은 때때로 “우리 언제쯤 빨개지기로 할래?” 하며 귓속말을 속삭여 왔다. 여행의 계절인 9월로 들어선 요즘, 사람들은 산으로 바다로 호수로 달려가기에 바쁘다. 그러나 이 겸손한 꽃단풍나무는 한치도 움직임이 없이 자기만의 여행을 떠난다. 그의 명성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것이다. 산허리에 자신의 진홍색 깃발을 내걸어 다른 어떤 나무보다 먼저 여름 작업을 끝냈으며, 따라서 시합에서 일찌감치 물러나겠노라는 뜻을 사방에 밝힌다. 85
* 낙엽들은 자신들의 무덤에 편히 쉬기 전까지 얼마나 오랫동안 공중에 흩날렸던가! 그처럼 높이 치솟았던 그들이건만 얼마나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흙으로 돌아가는가! 나무 아래에 묻혀 썩어가며 새로운 세대의 동족을 위하여 얼마나 기꺼이 자양분을 제공하는가!
이 낙엽들은 우리 인간에게 죽음을 맞이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인간은 자신의 불멸성을 자랑하지만 낙엽만큼의 기품과 성숙함을 가지고 죽음에 임할 날이 과연 어제쯤 올 것인가? 머리카락이나 손톱을 자를 때처럼 “인디언 여름”과도 같이 평온한 마음으로 자신의 육신을 떠날 날이 과연 언제쯤 올 것인가? 101
* 각 계절이 지나가는 대로 그 계절 속에 살라.
그 계절의 공기를 들이켜고, 그 계절의 음료를 마시며, 그 계절의 과일을 맛보라. 그리고 그 계절의 영향력 속에 자신을 완전히 맡기라. 그것들로 하여금 당신의 유일한 마실 것이 되고 보약이 되도록 하라. 8월에는 말린 고기가 아니라 온갖 딸기를 주식으로 삼으라. 당신은 황량한 바다 한가운데를 지나는 배를 타고 있는 것도 아니고 북녘의 사막 지대를 걷고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모든 바람을 맞으라. 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