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토텀
찰스 부코우스키 지음, 석기용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품절


처음 부코우스키의 책을 접한 것은 <여자들>이었다. 읽으면서 대체 이건 뭐지? 라는 생각뿐이었다. 책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세월은 흐르고, 얼마 전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라는 그의 말년 일기를 모아놓은 책을 발견했다. 다시 도전해 보는 심정으로 읽었고, 책은 꽤 좋았다. 이제 그를 조금 알 것 같기도 했다. 그리하여 펼쳐든 책은 <펙토텀>. 그의 분신인 주인공이 잡일을 구하고 그만두고 섹스를 하고 술을 마시고 다시 직장을 구하고 그만두는 평범한, 그러나 일반인이 보기에는 매우 평범하지 않은 일상을 그린 소설이다. 조르바 같은, 세상의 어떤 것도 신경쓰지 않는 사람의 삶을 들여다본 심정이다. 죽지 않을 정도로만 일을 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글만 쓰며 살고 싶어하는 그의 간절함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 나는 침대로 들어가 포도주 병을 따고, 베개를 등받이 삼아 뒤에 단단히 받치고, 숨을 깊에 들이쉰 다음, 어둠 속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았다. 지난 닷새 동안 혼자 있는 건 처음이었다. 나는 고독 속에서 자란 인간이다. 내게 고독이 없다면, 그건 다른 사람에게 음식이나 물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고독이 없는 하루하루는 나를 약하게 만들었다. 나는 나의 고독을 전혀 떠벌리지 않았다. 다만 그것에 의존할 뿐이다. 방 안의 어둠은 내게는 햇살과도 같았다. 나는 포도주를 한 모금 마셨다.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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