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이야."(중략)
"우리 카페, 그런 콘셉트의 가게예요.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카페. 저도 자주 여행을 가서 쉬고요, 대신 손님도 여기에서 여행을 느끼고요."
p.25
스푼으로 살짝 떠서 입에 가져갔다. 달콤하고 좋은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거부감 따위는 없었다. 주스는 분명 아니고, 수프라고밖에 부를 수 없는 건 약간의 걸쭉함이 있기 때문이다. 음료라기보다, 딸기 자체를 먹는다는 느낌이 강했다. 걸쭉하게 끓여낸 덕에 새콤달콤한 봄의 향이 한층 농밀해졌다.
"맛있다···."
p.33 __ 딸기수프
에이코의 일상은 오늘도 변함이 없다. 이렇게 변함없는 삶도 행복이라는 사실을 이제 그녀는 알 것도 같다. 한 가지 변화가 있기는 하다. 집의 소파처럼 편안해서 좋은 장소가 생긴 것이다. 햇살이 내려앉은 카페 루즈 창가에 앉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기분이 마냥 좋아진다.
이 카페에 종종 들르면서 난생처음 맛보는 케이크와 음료의 만남이 많아졌다. 몇 년 동안 여행도 못 가고 있는 에이코는 이 카페 음식을 먹을 때마다 잠시 잠깐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에 빠지곤 한다.
p.42
신경을 팽팽하게 곧두세우고 있을 때, 누군가가 손 내미는 친절에 긴장의 끈이 확 풀려버리는 그 마음을.
p.63
"여행을 떠나면, 그런 생각을 종종 해요.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하고, 내가 상식이라고 여겨온 것들이 다른 어딘가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지요."
p.81
초콜릿 크림과 모카 크림같은 것이 얆은 생지 사이사이에 뿌려져 있었다. 아름다운 케이크였다. 부드러워 보였지만, 포크로 눌러보니 의외로 딱딱했다. 역시 상부는 캐러멜이고 바삭바삭했다.(중략) 입에 넣고서야 알았다. 이것은 생크림이 아니라 버터크림이었다. 농후하고 좋은 버터를 사용했다는 걸 알 수 있었따. 품위 있고, 어쩐지 클래식한 맛이었다.
p.102 __ 도보스 토르타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다. 에이코는 늘 누군가를 부러워하기만 한다는 생각. 결혼해서 아이가 있는 친구도, 에이코보다 자유롭지만 불안정한 마도까지도.(중략)
"있지요. 반드시 여행을 가겠다고 작정하면 오히려 자유롭지 못하잖아요. 또 이것저것 놓치는 일들도 생기는 것 같아서, 정해진 규칙으로 삼지는 않았어요."
정해버리면, 오히려 자유롭지 못하다는 말의 의미를 잘 알 것 같았다. 보고 싶은 영화를 전부 개봉관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하면, 압박감을 느끼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p.119
"그러니까 도전해 보지도 않은 채 미리 무서워하지는 않았으면 해. 이 세상에는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투성이니까."(중략)
그렇다. 해보지 않으면, 정말로 좋아하는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에는 너무도 많다.
p.166
즐거운 이야기만 듣고 싶은 건 분명 거짓말이 아닌데 불쾌한 이야기,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에 마음이 쏠리는 건 또 무슨 심리인지···. 인간이란 정말로 모순덩어리다.
p.1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