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여행 떠나는 카페
곤도 후미에 지음, 윤선해 옮김 / 황소자리(Taurus)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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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얼마 전에 읽었던 <호텔 피베리>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곤도 후미에의 신간 소식을 들었다.

조금 의아했던 것은 추리 소설 작가라고 생각했던 곤도 후미에의 이번 신간은 <종종 여행 떠나는 카페>이라는 제목의 힐링 소설이다.

장편 소설치고는 <호텔 피베리>도 <종종 여행 떠나는 카페>도 얇은 편이어서 부담 없이 읽기에 좋았고 힐링 소설이지만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도서 표지에 물음표가 생기기도 하는 도서이다.

인연이란 게, 참 신기하죠.

어느 날 불쑥 다가와서 삶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꿔놓기도 하거든요.

타인의 부러움을 사거나 우월감을 가진 상황은 아니지만 여유시간에는 특별한 취미 없이 가장 좋아하는 소파 위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주인공 에이코의 행복이다.

점심 식사를 권하던 직장 동료 아즈사의 퇴사 소식. 남자친구가 일을 돕기 위해 퇴사를 한다는 그녀의 말에 억지 미소를 지으며 조언을 해주기고 하지만 섣불리 간섭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아즈사의 이야기를 들고 있자니 6년 전에 그만둔 후배가 떠올랐다. 이름도 기억나지 않을 만큼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카페를 차리는 것이 꿈이라던 상담을 들어준 적이 있었고 6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두었던 그녀를 우연히 산책을 하던 중에 발견한 카페 루즈에서 만나게 되고 에이코의 일상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는데....







카페 루즈의 오너. 마도카

매월 1일부터 8일은 휴무. 영업은 9일부터 말일까지.

휴가 기간에는 해외 또는 국내를 여행하며 카페의 메뉴를 구상하거나 식재 등을 공수해온다.

먹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음식과 음료들이 가득하고 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 카페 루즈이다.

활기가 없던 에이코의 일상에 새로운 변화가 만들어준 마도카와 카페 루즈.

에이코는 카페 루즈에서 여러 일들을 경험하며 활기찬 일상을 만들어간다.

"어쩐지 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이야."(중략)

"우리 카페, 그런 콘셉트의 가게예요.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카페. 저도 자주 여행을 가서 쉬고요, 대신 손님도 여기에서 여행을 느끼고요."

p.25

스푼으로 살짝 떠서 입에 가져갔다. 달콤하고 좋은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거부감 따위는 없었다. 주스는 분명 아니고, 수프라고밖에 부를 수 없는 건 약간의 걸쭉함이 있기 때문이다. 음료라기보다, 딸기 자체를 먹는다는 느낌이 강했다. 걸쭉하게 끓여낸 덕에 새콤달콤한 봄의 향이 한층 농밀해졌다.

"맛있다···."

p.33 __ 딸기수프

에이코의 일상은 오늘도 변함이 없다. 이렇게 변함없는 삶도 행복이라는 사실을 이제 그녀는 알 것도 같다. 한 가지 변화가 있기는 하다. 집의 소파처럼 편안해서 좋은 장소가 생긴 것이다. 햇살이 내려앉은 카페 루즈 창가에 앉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기분이 마냥 좋아진다.

이 카페에 종종 들르면서 난생처음 맛보는 케이크와 음료의 만남이 많아졌다. 몇 년 동안 여행도 못 가고 있는 에이코는 이 카페 음식을 먹을 때마다 잠시 잠깐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에 빠지곤 한다.

p.42

신경을 팽팽하게 곧두세우고 있을 때, 누군가가 손 내미는 친절에 긴장의 끈이 확 풀려버리는 그 마음을.

p.63

"여행을 떠나면, 그런 생각을 종종 해요.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하고, 내가 상식이라고 여겨온 것들이 다른 어딘가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되지요."

p.81

초콜릿 크림과 모카 크림같은 것이 얆은 생지 사이사이에 뿌려져 있었다. 아름다운 케이크였다. 부드러워 보였지만, 포크로 눌러보니 의외로 딱딱했다. 역시 상부는 캐러멜이고 바삭바삭했다.(중략) 입에 넣고서야 알았다. 이것은 생크림이 아니라 버터크림이었다. 농후하고 좋은 버터를 사용했다는 걸 알 수 있었따. 품위 있고, 어쩐지 클래식한 맛이었다.

p.102 __ 도보스 토르타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다. 에이코는 늘 누군가를 부러워하기만 한다는 생각. 결혼해서 아이가 있는 친구도, 에이코보다 자유롭지만 불안정한 마도까지도.(중략)

"있지요. 반드시 여행을 가겠다고 작정하면 오히려 자유롭지 못하잖아요. 또 이것저것 놓치는 일들도 생기는 것 같아서, 정해진 규칙으로 삼지는 않았어요."

정해버리면, 오히려 자유롭지 못하다는 말의 의미를 잘 알 것 같았다. 보고 싶은 영화를 전부 개봉관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하면, 압박감을 느끼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p.119

"그러니까 도전해 보지도 않은 채 미리 무서워하지는 않았으면 해. 이 세상에는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투성이니까."(중략)

그렇다. 해보지 않으면, 정말로 좋아하는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에는 너무도 많다.

p.166

즐거운 이야기만 듣고 싶은 건 분명 거짓말이 아닌데 불쾌한 이야기,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에 마음이 쏠리는 건 또 무슨 심리인지···. 인간이란 정말로 모순덩어리다.

p.171

책 속에서.

<종종 여행 떠나는 카페>는 커피와 디저트, 그리고 음식이라는 소재로 독자들의 후각과 미각을 자극하며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힐링 소설이다.

추리와 미스터리는 물론 멜로와 힐링까지 서로 다른 장르의 작품을 재미나게 써 내려간 곤도 후미에.

연달아 읽게 된 그녀의 작품에 매력을 느끼며 다음 신간을 기대해 본다.




※ 본 포스팅은 북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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