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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드링크 서점
서동원 지음 / 문학수첩 / 2022년 12월
평점 :
제목만으로도 흥미로워 보이는 문학수첩에서 출간한 서동원 작가의 <달 드링크 서점>
쌀쌀한 겨울 날씨에 따사로움을 느껴보고 싶어서 힐링 도서를 찾던 중 레이더망에 걸린 도서이다.
믿고 보는 출판사이고 제목도 카피도 맘에 드니 바로 선택해 본다.
어서 오세요.
우연도 운명이 되는 곳, 달 드링크 서점입니다.
파란색 머리의 바텐더 문, 하늘 도서관을 지키던 문은 도서관을 룰을 어기고 도망친 후 지구에서 달 드링크 서점을 운영하기 시작한다.
문은 토끼처럼 길쭉한 귀를 가진 보름의 술 주정을 받아주다가 자신의 가게에서 일해보겠냐며 스카웃 제의를 하고 절박한 상황에 놓인 보름은 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기다렸다는 듯이 달토끼라는 닉네임을 건네주는 문, 보름은 그렇게 달 드링크 서점에서의 일이 시작하게 된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대일은 누군가를 위로해 주고 싶은 그림을 그리고 싶어 했다. 그게 진정한 작품이며 하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왔지만 생각만큼 잘 되질 않았다. 나름 재능은 있지만 팔리지 않는 그림을 그리는 대일은 점점 고립되기 시작했고 지쳐가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작업실을 나선 새벽녘. 평소에 다니던 길목이 새로운 가게를 발견한다. 그냥 지나치려 하던 대일은 '당신의 인생이 책 한 권과 같다면'이라는 가게의 슬로건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가게 안으로 향한다.
대일이 들어간 곳은 바로 <달 드링크 서점>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드릴까요?라는 달토끼라는 종업원의 말. 대일은 얼떨결에 '많이 보는 소년'이라는 칵테일을 주문하게 된다. 몽환적인 색상을 보여주는 칵테일이 나오고 바텐더의 추천에 따라 한 층 한 층 맛보기 시작하는데...
인생에서 가장 후회스러운 순간,
시간을 되돌리고 싶었던 그날의 일이 마법처럼 당신 눈앞에 펼쳐진다면?
그날 보았던 것들은 무엇일까? 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아직도 그날의 일은 머릿속에 생생했다. 서점을 닮은 술집. 이상한 바텐더와 토끼 귀를 단 종원업. 아버지의 눈으로 아버지처럼 생각했던 순간들. 모든 것이 꿈이었을까? 아니면 약에 취한 정신을 깨우려는 아버지의 마지막 훈계였을까?
p.41
이루지 못할 이유는 다양하죠. 단순히 요리가 싫증 날 수도 있고, 재능 넘치는 사람을 보며 박탈감을 느꼈을 수도 있고, 취업해야 한다는 압박감과 주위의 시선이 손님을 더는 도전하지 못하게 했을 수도 있죠.
p.60
요리사가 되고 싶은 까닭은 그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행복했기 때문이다. 전에는 엄마와 함께 김밥을 말았었는데 정말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 그토록 김밥이 맛있었던 이유는 사실 '어머니의 칭찬'이라는 특제소소가 곁들어져 있었기 때문이란 걸, 아직 소녀는 몰랐다.
p.61
독자는 주인공이 어려움에 처해도 나중엔 일이 잘 풀릴 거라는 믿음이 있지만, 주인공은 한 치 앞을 모르는 불안 속에서 나아가는 거잖아요. 그래서 동화책도 그런 부분을 좋아해요. 아직 행운이 찾아오기 전, 그들이 끗꿋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은 제게 늘 많은 걸 느끼게 해주죠.
p.81
사랑하는 사람과 다투는 이유야 많겠지만 제가 본 바로는 거창한 문제라기보단, 무관심에서 비롯된 게 만하더군요. 서운함은 잘 모르는 사람보다 가까운 사람에게 많이 느끼니까요.
p.94
"이렇게 보니 후회스러운 게 참 많네요. 바꾸고 싶은 선택투성이예요. ㅏ임머신이 있다면, 저 때문에 금방 전력이 동났을겁니다."
"단 한 번뿐이기에 아름다운 게 아닐까요?"
완벽한 인생이 아니라 아름다운 인생. 클리프의 입꼬리가 부드럽게 휘었다. 그와 함께 있으면 정말 많은 영감을 받는다.
p.95~96
슬픔에 잠겨도 눈물을 흘리지 못하고, 기쁘지 않음에도 미소짓는 그들은 그것을 흔히 '사회생활'이라는 단어로 포장했다.
달토끼 역시 지구에서 지내려면 똑같이 행동해야 했다. 처음엔 어색하기도 했으나, 생활이 길어질수록 그녀는 다른 사람들처럼 살아갈 수 있게 됐다.
p.110
이야기라는 건 몇 년에 걸친 일들이 모여 만들어지기도 하고, 단 하루에 일어난 일들로 완성되기도 해. 네 삶이라는 책에는 행복한 결말도 있을 거고 슬픈 결말도 있겠지.
p.131
너도 마찬가지야.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어. 많이 힘들고 어렵겠지.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막막하고, 어쩌면 정말 실패할 지도 몰라. 하지만 그럼에도 응원해. 멋있다고 생각하거든. 좋아서건. 어쩔 수 없어서건. 포기하지 않고 아등바등 노력하는 모습이 밤하늘에 든 별 같아, 넌 참 멋져.
p.134
책은 때때로 다른 세상으로 갈 수 있는 문이라고 불린다. 경험해 보지 못한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해주고, 달콤한 상상을 자극하여 새로운 장소를 꿈꾸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도서관에 있는 책들은 여느 책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면, 이곳에 책들은 비유가 아닌 실제 다른 사람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p.241
늘 같은 일상과 주변에 들려오는 희소식에 상대적 박탈감을 받으며 지쳐가던 사람에게 전해진 '우주 요정',
바라던 작가로 되었음에도 점차 글 쓰는 것이 즐겁지만은 않고 공허함과 쓸쓸함에 휘말린 '첫사랑의 키스', '또 다른 선택',
최선의 선택을 해서 살아왔다고 자부했는데 결국 자신만이 뒤처져 있는 것 같은 삶의 나침반의 기로에 서있는 보름의 '우주 요정',
거절을 못 하고 자신의 의견 없이 모든 사람에게 착한 사람이기만을 바랐던 소녀에게 '차분해지는 탄산수'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칵테일을 내민다.
감정, 배경이라는 두 개의 메뉴판. 각각의 카테고리에 흥미로운 이름들의 칵테일.
완벽주의자의 치부, 잠 못 이루는 치명적인 금발, 미치광이의 쾌락, 불륜으로 치덕대는 아찔한 심장, 숨겨놓은 시험지, 자유낙하, 술래잡기 등 수많은 칵테일이 있다.
칵테일의 이름을 보는 것도 <달 드링크 서점>의 매력이다. 달 드링크 서점을 찾는 인물들의 에피소드를 보며 과거를 떠올려보기도 미래를 상상해보기도 한다.
한마디로 <달 드링크 서점>은 마음이 따뜻하다라고 말하고 싶다. 추운 겨울날,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읽으면 좋을 것 같은 힐링 도서 <달 드링크 서점>을 추천해 봅니다.
※ 본 포스팅은 북카페 책과 콩나무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