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코드 - 노력보다 더 큰 성과를 만드는 일머리의 비밀
이경렬 지음 / 21세기북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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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 중독? 절대 사양하라

 여기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과연 일 중독자가 일을 잘하는 사람일까? 나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샐러리맨의 노동시간은 일주일에 하루 8시간씩 40시간이다. 그런데 일 중독자들 가운데는 저녁과 주말을 반납하고 주당 70시간 이상 일한다. 노동시간이 2배 가까이 많은 일 중독자의 아웃풋은 그만큼 나오지 않는다. 긴 노동시간 중 상당 시간은 무위로 보내거나, 일을 해도 밀도가 낮다.

 일 중독의 실체는 이렇다.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자기 최면을 걸지만 실은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제때 퇴근을 못한다. 구조조정 소문에 전전긍긍하면서 중간만 가자는 마음으로 직장에서 버틴다.

 그러니 노동시간이 아무리 길어도 성과는 나오지 않고, 회사가 해주는 대우 역시 신통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로부터 실적을 강요받으면 달성할 방법을 찾지 못해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고,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지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나는 후배들이 일 중독자로 살아가지 않기를 바란다. 건강과 삶의 질을 포기하면서까지 일에 매달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다. 대체 누구를 위해서 인생을 버리고 있는가? 나와 가족을 생각한다면 이제는 바꿔야 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 워킹코드는 이를테면 ‘일머리’같은 것이다. 같은 조건에서 같은 일을 하더라도 일머리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큰 차이가 난다. 사람들은 일머리 하면 요령을 떠올린다. 그런데 내가 이야기하는 일머리, 워킹코드는 단순한 요령이 아니다. 때에 맞게 할 일을 알고 행하는 것! 그것이 노력보다 더 큰 성과를 얻고, 성과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는 워킹 코드의 본질이다. 5-6p

 

 이 책은 몬타나파트너스 이경렬 회장이 자신의 경력과 리더십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세월을 그대로 담은 책이다. 회사를 위해 일을 하면서도 그렇게 하는 일을 충분히 인정받고 살기 위한 그의 비법을 ‘워킹 코드’라는 이름으로 정리한다.


 그 중 몇가지는 내가 살면서, 일하면서 느꼈던 포인트들도 있었다.

 


“결국 사장을 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당연합니다. 저에게 맡겨주세요.”

 납득할 만한 결격 사유가 있다면 받아들이고 당연히 포기해야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받아들이기 어렵고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때 내가 약한 모습을 보였다면, 다른 이유가 아니라 나의 약한 모습 때문에 나대신 다른 사람을 사장 자리에 앉혔다면, 그것이야말로 굴욕적인 일일 것이다.

 직장생활은 당당해야 한다. 일은 열심히 하고 열매는 남에게 빼앗기는 바보 짓도 절대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개인은 말할 것도 없고 조직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능력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중용되지 못하는 후배들이 승진을 포기하는 듯한 입장을 취할 때가 있다. 능력 이외의 다른 요인이 승진을 결정한다면 깨끗이 포기하겠다는 후배들을 볼 때마다 하는 이야기가 있다.

“당신이 포기한 그 자리에 상대적으로 무능한 사람이 올라갈 수 있다. 정말 당신이 유능하다면 포기하지 마라. 당신을 위해서는 물론, 조직을 위해서도 그래야 한다.”

 열심히 일하고 당당하게 주장하라.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오너 스탠스’다. 59-60p

 

 자기가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또 성과를 올리고 있다는 것을 회사가 알아서 알아주길 바라면 안 된다. 그렇다고 너무 나대는 것은 오히려 적을 만들고, 성공을 가로막는 방법이겠지만 적당한 선에서 내가 일 잘 하고 있습니다라는 어필은 꼭 필요하다. 그걸 내가 어디에서 느꼈냐면 내 노트북 보안 프로그램. 처음 노트북을 사고서 깔려 있는 녀석들 2개를 돌리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중간중간 자기가 차단한 게 있으면 띠링~ 하고 알려줬다. 게다가 다른 녀석은 그렇게 띠링~ 하고 알려줘서 클릭해보면 돈 내는 보안팩을 광고했고. 그렇게 1년을 무료로 사용했다. 무료 기간이 끝났을 때 결국 내가 돈을 내고서라도 연장을 한 보안프로그램은? 당연히 중간중간 자기가 한 일을 꾸준히 알려준 녀석이지. 사람도 마찬가지다. 짜증나지 않을 선에서는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사람들에게 - 특히 나의 미래를 결정하는 윗사람들 혹은 고객들에게 - 알려줄 필요가 있다!

 


- 직원 모두를 오너로 만들어라 / 기업의 비전북을 만들다

 직원들이 오너처럼 일하게 만들려면, 리더는 그들에게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 사사건건 간섭하고 잔소리를 하면 직원들이 오너처럼 일하고 싶어도 그러질 못한다. 그렇다고 각자의 개성대로 일하게 한다면, 오합지졸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잔소리 대신 ‘비전북’이라는 내비게이터를 주는 것이다. 그러면 직원들은 비전북을 지침 삼아 자발적으로 일할 수 있다. 리더들은 직원들이 비전북 대로만 한다면, 간섭하거나 잔소리를 해서는 안된다. ‘우리 회사는 어디로 가는가?’ ‘어떻게 그 곳에 가는가?’ ‘가는 도중 의사결정은 어떤 기준으로 하는가?’ 이 기준이 제시되지 않으면 직원들은 상사의 눈치만 보고 종처럼 지시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65-66p

 

 이건 내가 여러 사람들과 일하면서 겪은 거. 

 [마이크로 매니징. 마이크로 매니저가 되지 말자]를 포스팅하면서도 왈칵 쏟아냈었지만, 한 인간의 창의성과 의욕과 열정을 짓밟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을 꼼꼼하게 감독하는 것. 실제로 내가 겪은 것을 살짝 이야기하자면 포스팅에 적었듯이 출근 시간 전에 지금 어디냐고 전화하는 사람도 있었고, 글을 쓰는데 띄어쓰기를 어떻게 하는지 - 한글에서 빨간 줄이 나오지 않을 정도로 완전히 틀리지 않은 띄어쓰기임에도 - 까지 일일이 검토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같이 열정이 넘치는 사람조차도 그런 사람들과 일하다보면 내가 아니라 아바타를 원하는 느낌이라 자연스럽게 나를 조금씩 죽여갈 수밖에 없었음.

 

 아무래도 작가의 금융 경력을 전부 담은 책이라 금융업계의 내용이 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그 분야에 정통하지 않은 나로써는 살짝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싶은 내용도 있었음. 대단한 업적인 것 같은데, 그게 어떤 업적인지 모르겠는 정도? 물론 그런 부분이 책이, 또 이경렬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가리지는 않는다. 그래도 금융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자극을 줄 수 있는 책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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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 이이 직간
이이 지음, 오세진 옮김 / 홍익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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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율곡이 <동호문답>을 쓴 선조 즉위 초의 시기는 사림들이 드디어 성리학에 입각한 정치, 즉 도학 정치를 이 땅에 실현시킬 수 있는 시기라고 보았다. 조선 초에 있었던 네 번의 사화(무오사화, 갑자사화, 기묘사화, 을사사화)를 통해 사림들도 처형, 유배당하는 화를 입었지만 왕실의 인척이면서 신하인 척신들과 간신들 역시 제거되었기 때문이었다.

 율곡은 사화를 통해, 그리고 역사를 뒤돌아보며 큰 교훈을 얻었다. 특히 중종 대 조광조의 개혁과 그 실패를 거울삼아 율곡은 급진적 개혁이 아닌 점진적인 개혁을 추구하였다. 하지만 그러한 개혁에는 장애물이 있었다. 그것은 개혁을 꺼리는 대신급의 신하들이었다. 율곡은 이러한 무리들을 동지로 분류되는 사류와 대립지점에 있는 세력으로 간주하며 ‘유속’이라고 불렀다. 유속은 사류의 적이자 도학과 개혁을 싫어하는 자들이었다.

 율곡은 선조 임금 역시 그러한 유속의 견해에 동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동호문답>에서는 유속의 견해를 반박하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속이 개혁을 거부하는 논리는 분명했다. 선대 임금 때의 제도나 법, 이른바 조종지법을 고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당시 조정에서는 금기시되는 일이었다. 결국 율곡이 제안한 갖가지 개혁안은 채택되지 못했다.

 <만언통사>는 당시 흰 무지개가 해를 뚫고 지나는 현상인 재이가 일어나자 선조가 제언을 구하는 교서를 내린 데 대해 율곡이 올린 상소이다. 선조의 구언 교서가 직접적인 원인이잠나 이미 정치가 잘못되고 있음을 통감하던 율곡은 그 이전에도 <만언봉사>와 유사한 제언을 꾸준히 해왔다. 선조 대에는 이미 척신과 간신이 조정에 없고 사림들이 정치를 하기 시작했지만 정치 현실은 크게 개선되지 못했다. 민생은 궁핍했으며 나라 안에 온갖 비리와 부패가 만연했다. 22-23p

 

 율곡은 특이하게도 시문 대신 <동호문답>이라는 장문의 정교한 정치 이론서이자 정책 제안서를 제출했다. 조선왕조실록에서는 선조 임금이 ‘자세히 살펴보았다’라고 기록되었지만 율곡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못했다.

 <동호문답>은 문답체 형식으로 쓰였는데, 질문과 대답이 매우 논리적으로 짜여 있어서 읽다 보면 실제로 눈앞에서 두 사람이 논쟁을 벌이는 것 같다. 율곡은 홍문관 교리이자 경연관으로 선조 앞에서 강의하고 면대하는 일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선조 임금을 가르치거나 잘못을 지적하였다. 선조는 그런 지적을 순순히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논지를 흐리거나 이야기를 다른 방향으로 바꾸곤 했다. <동호문답>의 손님과 주인이 나누는 문답은 마치 그런 선조의 성향을 계산한 것처럼 나올만한 반박을 미리 예상하여 쓰인 것 같다. 그렇게 하여 율곡은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더 정교하고 구체적으로 만들어졌다. 18-19p


 

 율곡 이이가 올린 상소, 그리고 이율곡의 정치개혁론을 현재 사회에 대입해보는 것. 사실 책의 소개만 읽었을 때는 그 내용이 상당히 어려울 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한글로 쉽게 잘 풀어서 옮기기도 했을 것이고, 율곡 이이의 글솜씨가 좋아서도 생각보다 쉽게 읽었다. 쉽게 읽으면서도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았고. 위에 적혀있듯이 동호문답의 경우 손님과 주인의 대화로 되어 있었고, 또 그 주인의 대답을 읽으면서 내가 궁금해할만한 부분에 대해서 손님이 또 질문을 이어가기에 책에서 설명한 ‘문답을 통해서 내용을 정교하고 구체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 실질에 힘씀이 자기수양의 첩경임에 대하여 / 실질적 수양이 훌륭한 정치를 만든다

(손님이 말하였다)

“주상께서 삼대의 이상적인 통치를 다시 실현하시고자 하시면 무엇을 급선무로 해야 합니까?”

(주인이 말하였다)

뜻을 세우는 것보다 급한 일이 없습니다. 예부터 큰일을 하려는 임금 중 먼저 자신의 뜻을 바로 정하지 않은 분이 없었습니다. (...) 주상께서 성심껏 이런 것들에 뜻을 두신다면 성인을 본보기로 삼으셔야 합니다. 성인을 본보기로 삼으시고 반드시 그들로부터 배운 후에야 삼대의 이상적인 통치가 다시 실현될 수 있습니다.”

(손님이 말하였다)

“뜻이 이미 섰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주인이 말하였다)

뜻을 세운 후 실질에 힘쓰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습니다. (...) 아침 내내 밥상을 배부르게 먹지 못한 것처럼, 공허한 말은 실질이 없으니 어찌 일을 이룰 수 있겠습니까? 오늘날 경연에서 행해진 토론, 상소문, 왕께 올리는 문장 중에 나라를 다스리기에 충분한 훌륭한 제안이나 직언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단 하나의 폐단도 개혁되지 못했고, 단 하나의 정책도 시행되지 못한 이유는 다만 실질적인 효과를 보는 것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 주상께서 통치를 잘 해내어 옛 도를 다시 실현하고자 하신다면 실질적인 효과를 보는 것에 노력을 기울이셔야 하고 문구를 일삼아서는 안 될 것입니다. 112-115p

 

 나는 항상 책을 읽을 때 (주로 심리학 책을 읽을 때기는 하지만) 그 책을 내용을 가지고 남을 재단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도 여타 정치인들, 혹은 지금까지 접해온 윗사람들을 떠올리면서 지적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할지를 돌아봤다. 그 중에서 위의 문답 부분이 제일 기억에 남았다. 먼저 뜻이 서야 하고, 뜻이 선만큼 그에 대한 실질적인 변화가 중요하다는 거. 모르는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걸핏하면 잊어버리기가 쉬운 내용. 나의 목표를 바라보고 움직이자. 구정도 지났으니까.

 

 처음에 적었듯이 율곡 이이의 상소문을 책으로 옮겼는데 놀라울 정도로 글이 어렵지 않다. 가능한 우리가 읽기 편하게 잘 다듬어서 나온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상소문을 올리게된 전후 사정이나, 역사적 사실들 역시 중간중간 넣어놓아서 그 글의 생명력을 더 일깨워준다.

 

 분명히 이 책을 읽고나면 나처럼 여러 사람들, 특히 현재의 여러 정치인들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직접 가서 그런 부분을 전달하거나 이 책을 선물할 예정이 아니라 그냥 불평불만만 가질 것이라면 그런 부분에 에너지를 쏟느니 나에게 집중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국가를 다스리는 역할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나의 삶을 다스리고, 내 일을 다스리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나에게 애국이고 우리나라를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만일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그런 사람과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고 자신을 또 대한민국의 현재를 잘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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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의 철학수업 - 정답이 없는 문제를 해결하는 생각법 세계 최고 인재들의 생각법 3
후쿠하라 마사히로 지음, 임해성 옮김 / 21세기북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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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1%는 세 살부터 철학을 공부한다.

 내가 유학한 프랑스의 고등학교에서는 철학이 필수과목이다. 필수 과목인 이유는 기존 가치관에 얽매임 없이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사람으로 기르기 위해서다. 나아가 자신의 생각을 가능한 한 정확하고 논리적인 언어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사례가 하나 있다. <작은 철학자들Just a beginning>이라는 2010년에 제작된 프랑스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다. 서너 살배기 어린 유치원생들이 철학 수업을 받는 모습을 2년에 걸쳐 밀착 촬영한 내용이다.

“사람이란 뭘까?” “자유는 뭐야?” “어른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어?”

 유치원생 어린이들이 철학적이고 또한 정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 자기들 머리로 생각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에 자극을 받음으로써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워가는 것이다. 한 가지 사례만 들었지만 대개 이런 식으로 아주 어렸을 때부터 철학적 사고법을 훈련받는다. 

 그렇다면 도대체 철학이란 무엇일까? 다양한 해석이 있지만 이 책에서 내가 말하는 철학을 우선 정의해두고자 한다. 이 책에서 계속 등장하는 철학이라는 용어는 학문 장르로서의 의미를 포함하고는 있지만, 보다 시야를 넓혀서 ‘정답이 없는 문제에 관해 생각하는 것’이라는 ‘철학적 사고’로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 남이 아닌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 가장 효과적인 도구가 바로 철학이다. 철학이라고 하면 아무래도 어렵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는데, 단순하게 생각하면 어려울 이유도 없다. 철학은 ‘계속해서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5-27p

 

 사실 이 책은 리뷰는 구정 연휴가 되기 전에 다 적어놨었다. 그런데 다른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의 리뷰를 완전히 다시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책은 바로 만화책인 [스즈키 선생님]. 이전 리뷰는 생각해볼만한 좋은 포인트들을 짚어주네, 철학책 치고 어렵지 않아서 좋네~ 정도의 내용을 남겼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철학교육의 중요성과 개인에게 또 사회 속에서 가지는 역할을 가볍게 정리해주었으니까.

 그런데 [스즈키 선생님]에서 학생들이 속도위반 결혼을 하게 된 담임선생님의 이야기를 가지고 토론을 하고, 또 섹스 & 피임에 대해서 치열하게 토의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그 모습은 나에게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자신들의 의견을 가지고, 그를 표현하고 서로 나누고 각자의 생각을 만들어내는 중학생들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 부분이 충격으로 다가온 이유는 그렇게 이야기하는 법을 배운 적이 없어서. 사실 서평단으로 당첨이 되어서 읽은 것이 5권부터 8권까지 읽었기에 스즈키 선생님이 어떻게 학생들을 이런 방법으로 이끌었는지는 정확히 읽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아이들을 만들어준 것이 철학교육이고 철학수업이라는 깨달음이 쾅하고 나의 머리를 내려쳤다.

 

 그래서 서평단의 기한을 늦더라도 다시 한 번 새로 읽고 다시 리뷰를 남기기로 했다.

 


 계속 말하지만 정답이 하나밖에 없다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려면 우선 이 사실을 정확히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학교 교육 이전에 가정에서부터 이런 생각에 젖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의 상태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정답은 하나밖에 없다’는 사고방식이 ‘엉뚱한 질문을 하면 창피하다’는 생각으로 전이되는 현상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다. 자신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 벽을 뛰어넘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철학적 사고법을 익히는 첫 번째 과정이다. 42p

 

 우리나라와 일본은 상당히 닮아있다. 부끄러움의 문화, 튀지 않으려는 문화 덕에 혹시라도 틀린 답을 이야기할까봐 조용히 있는 것을 택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그런 만큼 하나의 답이 아니라 여러 가지 답이 있다고 생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이런 내용을 보면 '그래봐야 점수 받고 사회에서 인정받으려면 하나 밖에 없는 정답을 말해야 된다'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건 또 결국 성적이나 사회적 성공이라는 단 하나의 답이 있다고 믿는 생각에서 이어진 결론으로 보인다.


 그리고 입을 닫고 있는 것을 막기 위해서 또 중요한 것 하나.

 

 내 생각을 부정하는 것도 용기다. 사람을 실수를 범하는 동물이다. 내가 틀릴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틀릴 수도 있으며, 모두가 틀릴 수도 있다. 내 생각은 어디까지나 수많은 사고방식 중 하나라는 것을 전제로 검토해나가야 한다.

 우리는 정답은 하나라고 배워왔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하는 쪽으로 쉽게 빠져들게 된다. 이를 의도적으로 조심해야한다. ‘아니오’를 받아들여 자신의 생각을 의심해본다. 그리고 그 생각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서 새로운 생각을 이끌어낸다. 철학적 사고를 키울 수 있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100-101p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것. 이 책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나중에 생각이 바뀔까봐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지 않는 사람도 많다. 의견이 바뀔까봐 말을 하지도 않고, 행동도 하지 않고. 그러다보면 자신의 의견을 남들과 소통할 수 없고 스즈키 선생님이 말했던 각각의 마음 속의 전제 국가 형태로 되어버릴 수밖에 없다.

 

스즈키 선생님 "가바야마가 알기 쉬운 예를 들어 줬다.

 쓰바키! 선생님은 너희들이 그저 햄버그밖에 모르고 햄버그 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인간이 되지 않길 바라는 것뿐이야. 수많은 요리가 메뉴에 있고, 그것들을 전부 다 맛보고 알게 된 다음에 자신의 입장을 차분하게 결정해 가는 것. 그런 기회를 빼앗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다.

 현대는 '다양성'의 시대라 불린다. 각자 다양한 가치관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지. 그러나 그 결과 개개인의 마음속은 어떻게 되었을까? 갈등을 피한 채 나는 이거, 나는 저거라고 단 하나의 생각을 각각 선택하고는 그걸로 끝이야. 개개인의 마음속으로 본다면 현대는 '단일성'의 시대라고 해야 할 거다.

 그렇게 되면 타인과의 사이에서는 싸움이나 무관심, 무간섭 밖에 없다.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 마음속에 많은 가치관을 품고... 귀찮고 괴롭더라도 진지하게 갈등하고.. 그 가치관의 공존을 모색하기 시작한다면 다른 길이 열리게 되지!

 결국 이 토론과 같은 거야! 토론으로 다양한 가치관을 공유한 지금, 우리 반 각자의 얼굴은 토론 전보다 훨씬 더 닮아 있을 거야. 나는 그것이 몰개성 하거나 기분 나쁜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속에 있는 것들은 비옥하고 다양하게 풍부해져 있기 때문이지!

 훨씬 무서운 건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속이 전제국가처럼 단일한 쪽이다. 그리고 만약 단일한 사람들 중에... 어떤 같은 색깔을 가진 사람들이 우연히 늘어나 자기들의 빈곤한 의견을 '사회적'인 의견으로 간주해 독주하고.. 자기들 외의 사람들을 적이나 이해불능의 이방인으로 보고 짓밟는다면... 그게 가장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스즈키 선생님 7권 - 중학생의 섹스와 피임. 콘돔과 성교육]

 

 그리고 이런 토론의 과정은 그냥 ‘자! 니 생각을 이야기해’로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되면 요즘 인터넷에서 그러듯 그냥 다들 자기 의견만 쏟아내고 끝난다. 심지어는 자기들과 의견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그 내용을 더 극단적으로 믿어버릴 위험도 있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을 가지는 능력 만큼 중요한 것이 대화와 소통의 능력이다.

 

- 공감과 이해는 상상력이다.

 사람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사람 ‘인’이라는 한자의 형상은 서로 기대고 있는 모양이다. 업무적이나 개인적으로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 더 넓은 의미로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가 바로 사람이다.

 그런 사람들의 생각이 모여 하나의 사회를 이루고 있지만, 한편으로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은 다 다르다. 생각이 다른 각각의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곳이 사회인 것이다. 그렇기에 대화를 강조할 수 밖에 없다. 특히 해외에서 다양한 인종이나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일하게 되면 대화에 의한 ‘생각의 교환’이 중요해진다.

 우리가 자주 듣는 이야기인데, 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말하는 내용뿐만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국내에서든 국외에서든 마찬가지다. (...) 우선은 그들을 이해하려고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신입사원이 말하는 내용뿐 아니라 표정의 미묘한 변화 등 비언어적인 정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사람이 의사소통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커뮤니케이션을 잘 못하는 사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상대방의 기분을 알아채는 상상력이 부족함을 알 수 있다. ‘상상력’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오직 상상을 통해서만 상대방의 마음을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공감과 이해의 능력은 모두 상상력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사람의 생각이 만나야 하는 까닭은 서로 사고의 폭을 넓히고 지식을 높여서 교양으로 발전시키기 위함이다. 그렇게 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도 할 수 있다. 혼자서만 생각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맹점이 생기게 된다. 생각의 사각지대가 반드시 있다. 그 사각을 메우는 데 타인과의 대화가 도움이 된다. 불완전한 자신의 생각을 타인의 도움으로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130-132p

 

 이 역시 [스즈키 선생님]을 보면서 다른 시각을 보게 된 내용.

 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런데 그냥 듣는 것이 아니다. 공감을 하고 상대방의 기분을 알아차리는 것, 그런 것이 없다면 생각의 모아지고 또 각자의 머릿속이 비옥해질 수가 없다.

 

가쓰라 "모토키! 아이가 생기면 확실히 책임지고 결혼하는지 아닌지가 중요하다고, 그렇게 말했지요?"

모토키 "어... 그, 그렇습니다."

가쓰라 "그럼 만약에, 생겼는데 결혼 안 하면 그건 나쁜 짓입니까?"

모토키 "아, 아니.. 왜?"

가쓰라 "우리집은 아빠랑 엄마가 결혼 안해서, 엄마 혼자서 날 키웠는데, 그럼 우리 아빠랑 엄마가 글러먹은 사람이란 말입니까?"

모토키 "나... 가쓰라네 아버지, 아머니를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고!"

가쓰라 "그렇겠지, 알고 있어! 요컨대 눈치채지 못하고 부정했다는 얘기야!

 주변에 그런말을 해도 뼈에 사무치게 아플 사람이 없으니까 '전쟁은 나쁘다고 생각해' 같이 독후감 쓰는 느낌으로 말야. 아무 상상력도 없이 생각해 낸 걸 입으로 그저 흘린 것 뿐이라고!!

아까부터 나, 너뿐만 아니라 모두가 하는.... 그런 토론을 속으로 화를 내며 듣고 있었어!" [스즈키 선생님 6권 - 속도위반 결혼에 대해서 학급회의를 하다]

 

 스즈키 선생님 6권을 읽으면서 학급회의 과정에서 한 사건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서로 인식을 하고, 또 아무 생각 없이 한 말도 누군가는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는 것도 이해하게 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과정이 이 책에서 말한 상상력에서 이어진 공감과 이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잘 못하는 사람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상대방의 기분을 알아채는 상상력이 부족함’ 이라고 이야기하는데서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상대방의 기분을 상상하는 것을 위해서는 ‘말하는 내용뿐 아니라 표정의 미묘한 변화 등 비언어적인 정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온라인 소통에서는 그것이 너무나도 어렵다. 똑같은 내용으로 똑같은 이야기를 진행했다고 하더라도 비언어적인 정보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에 서로 공감과 이해로 나가기 보다는 각자 자기의 생각만 구체화 하고 넘어가는 게 아닐까? 위의 가쓰라가, 같은 학급 동기가 눈물을 글썽이면서 담아서 하는 이야기를 온라인으로 옮겼다면 끝에 ㅜ_ㅜ 를 붙인다고 해도 그 마음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을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점점 온라인이 세상의 중심이 되고 있는데 - 간혹 실제로 하는 대화보다 톡을 더 많이 하는 날도 있다 - 그런 상황에서 공감과 연민의 능력을 어떻게 기르고 또 길러줄 것인지도 열심히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 당신도 세계 1%가 될 수 있다.

 미국 철학자이자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가 제창한 ‘인간 욕구 5단계’를 들어봤을 것이다. 인간의 욕구는 5단계로 나뉘어 있는데 낮은 단계의 욕구가 충족되면 보다 높은 단계의 욕구로 올라간다는 게 주요 골자다.

 가장 낮은 수준인 제1단계는 먹고 자고 입는 등의 ‘생리적 욕구’다. 제2단계는 추위와 질병 및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안전의 욕구’, 제3단계는 소속감을 느끼고 친구를 사귀며 가정을 이루려는 ‘사회적 욕구’다. 제4단계는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은 ‘존중의 욕구’다. 마지막 가장 높은 수준의 욕구인 제5단계는 ‘자아실현의 욕구’다.

‘돈’의 경우 제4단계인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기를 바라는 ‘존중의 욕구’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단순하게 말하면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구다. 그래서 재력을 과시하고 고급 외제 자동차를 타는 것이다. 그러나 이 단계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진정한 글로벌 인재라고 할 수 없다. 세계 1%인재는 최종 단계인 자아실현을 꿈꾸는 사람이다. 나는 아직 5단계 욕구를 실현하지는 못했지만,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욕구를 충족시킬 수준은 이뤘다. 어쩌면 돈을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됐기 때문에 비로소 돈에 대한 집착이 사라진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제4단계는 넘어섰다는 생각이 든다.

 고수입의 임원 자리를 내려놓고 IGS라는 회사를 창업했을 때 주변의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았다.

“그런 일이 돈이 되겠어?” “잘나가던 회사를 그만두다니, 미쳤군.”

 수입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어졌지만 후회하지 않았다.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일하는 것이 너무나도 행복하다. 내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일은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바로 이것이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이런 태도 또한 철학적으로 사고하고 글로벌 인재들과 교우한 결과라고 여긴다. 돈에서 눈을 돌리니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 ‘세상과 공헌하고 싶다’는 5단계 욕구를 바라보게 됐다. 철학적으로 사고하고 진리를 추구하다 보면 반드시 맞닥뜨리게 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거기에 도달한 사람이 진정한 세계 1% 인재다.

 그렇게 개인이 성장해나가면 사회와 국가도 성장하게 된다. 그러면 세상이 바뀐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철학적 사고법으로 진리를 추구함으로써 개인이 조직이 나아가 국가도 성장해간다. 201-203p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세계 1%의 인재다. 결국 자신이 하는 일에 의미를 담고 또 그 이상으로 한 발자국 더 내딛을 수 있는 사람이 되자. 그리고 그 한 발자국은 누가 시킨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책에서 계속 이야기했던 ‘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서 스스로가 자신의 답을 만들어가야 내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평생 동안 철학 수업과, 다양한 책들과 함께해야지!

 그리고 이 책에도 나와있듯이 인재들과의 교우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나는 오프라인 활동을 굉장히 좋아한다. 아직 리뷰는 올리지 못했지만 청년참 모임도 그렇고, 원데이 MBA도 그렇고, 아쇼카 코리아에서 진행한 체인지메이커 교육에도 함께했다. 이런 활동들은 단순히 컴퓨터를 키고 로그인하는 것으로 함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자연히 열정과 의지가 강한 사람들만 모이게 된다. 혼자서 참석하는 사람도 굉장히 많은데,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세상과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키워진다. 또 자신의 답을 찾아가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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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스톰
매튜 매서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네 제안에 따라 사이버 세상에 대해 조사를 좀 해봤어.” 바비큐 파티 때 그 얘길 언급했던 게 후회됐다. 척은 음모라도 있다는 듯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 말이야. 냉전 시대가 투명과 이해의 시대로 보일 지경이야. (...)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서 보면,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치려면 물리적인 영토를 지배해야만 가능했어. 그런데 그 고리를 최초로 부순 게 뭔지 알아?”

“사이버?” (...) “아니. 우주 시스템이야. 1957년도에 스푸트니크 호가 우주로 발사된 이래로 우주 공간은 정보를 수집하고 세계적으로 힘을 과시하는 군사적 거점 역할을 해왔어.”

“그게 사이버랑 무슨 상관이야?”

“그 고리를 두 번째로 부순 게 바로 사이버거든. 사이버는 우주를 대체하는 새로운 군사적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어. 역할은 똑같아. 정보를 수집하고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지. (...) 우주 공간은 이미 사이버 공간의 일부야.”

“무슨 뜻이야?”

“대부분의 우주 시스템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거든 우리에게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너무나 먼 얘기지만 사이버 공간에서는 달라.”

“뭐가 다른데?”

“우주를 내다보려면 어마어마한 돈이 들지만, 사이버 공간에 접속하려면 노트북으로도 충분하지. (...) 사람들은 사이버 전쟁에 대해 나름의 이미지를 갖고 있어 사이버 전쟁이라고 하면 비디오게임이나 떠올려. 아주 깨끗한 전쟁이라고 여기면서 말이야. 실상은 그렇지도 않은데.

“실상은 어떤데?”

“1982년도에 CIA는 시베리아 파이프라인을 폭파시키는 논리폭탄을 설치했어. 폭발 규모는 3킬로톤쯤 됐는데 작은 핵무기를 터뜨린 정도의 파괴력이었어. 그들이 한 일은 그 파이프라인을 제어하는 캐나다 회사의 코드를 약간 변경시킨 것뿐이야. 그게 30년도 더 된 일이라고. 지금은 얼마나 더 대단해졌겠냐.”

“아주 안 좋게 들리진 않는데.”

 척은 정색을 하고 설명했다. “대량 살상이 가능한 새로운 사이버 무기를 개발 중이고 아무도 테스트를 하지 않은 것뿐이야. 핵무기라고 하면 일단은 너부터도 겁을 내지. 히로시마나 비키니 섬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사건은 잘 알려져 있으니까. 그런데 사이버 무기라고 하면 파괴력이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몰라. 그러니까 양국의 정부 기관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서로의 사회기반시설을 사이버 무기로 공격할 수 있는 거라고. 크리스마스트리에 지팡이 모양 사탕을 매달 듯이 가볍게 최후의 심판일을 도래시키는 거야.” (...)

“사태가 잘못됐을 때 달아나 숨을 곳도 없단 얘기지? 그런데도 넌 기어코 살아남아서 모두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냐? 나 같으면 폭발 즉시 죽는 게 낫겠다.”

“태연한 소리하네.” 척은 소파에 누운 루크를 쳐다보며 덧붙였다. “너 같으면 루크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죽을힘을 다해 싸우지 않겠어?”

나는 루크를 쳐다보았다. 그가 옳았다. 나는 인정하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44-47p

 


 사이버 테러로 인한 종말 소설이라는 것을 머리에 담고 읽어내려가는 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살짝 ‘어? 내가 생각한 방향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사이버 전쟁이라고 하면 비디오게임이나 떠올려. 아주 깨끗한 전쟁이라고 여기면서 말이야. 실상은 그렇지도 않은데.’ 라니 정곡을 찔린 느낌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은 해커들간의 경쟁이나 기껏해야 폭탄을 던져버리는 것 정도로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이 책은 조금 다른 방향, 그리고 조금은 더 현실적이고 지저분하고 또 두려운 방향으로 진행된다.

 


“전기는 왜 끊긴 거야? 왜 이렇게 추워?”

“전기가 나갔으니까 춥지. 이 건물은 인터넷으로 온도 조절을 하잖아. 보일러에 기름이 있어도 제어장치가 디지털이라 인터넷으로 조절을 해야 하는데, 지금 인터넷이 먹통이야.” “아하.”

 이 신축 아파트의 장점이 바로 인터넷을 이용한 건물 제어 시스템이었음이 기억났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필요하면 홍콩에서도 원격으로 본인 집의 각 방 온도를 설정할 수 있었다. 그 제어 장치가 네트워크를 통해 작동한다는 게 문제였다. 척의 말대로라면 그 네트워크가 완전히 먹통이 된 것이다. 92p

 

“우리 목숨까지 내걸면서 네 물품을 되찾겠다고 혈안이 되어 있는 건 아니지?” 나는 척과 나란히 걸으며 물었다.

“물품을 지키겠다고 혈안이 되지 않으면 우리 목숨이 위험해져.”

“뭐 그렇게까지. 크리스마스이브 때도 하루도 안 돼서 전기가 다시 들어왔잖아. 눈보라 샌디가 몰아쳤을 때도 뉴욕 시는 며칠 안에 대부분 복구 됐어. 이번엔 홍수나 강풍도 없고 눈뿐이야.”

 척은 바닥을 노려보며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은 큰일을 겪고도 배우지를 못해. 이 나라의 중요 시스템들은 전부 서로 연결돼 있어. 단순히 눈보라가 문제가 아니야. (...) 전에 없던 일이 현재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어. (...) 오로라 테스트라고 들어봤어?” 나는 고개를 저였다. 척이 계속해서 말했다. “2007년도에 아이다호 국립 연구소가 에너지국과 함께 사이버 공격 훈련을 실시했어. 천 몇 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21-라인 소프트웨어 코드를 에너지국 시설로 전송했는데, 이메일에 바이러스를 집어넣는 방식이었어. 발전기의 회로 차단기를 고속으로 순환시켜서 발전기가 자폭하게 만드는 바이러스였지.”

“새 발전기를 들여오면 되잖아.”

“그런 발전기는 월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장비가 아니야. 건물로 치면 몇 개 층 높이이고 무게는 수백 톤에 달해. 발전기를 새로 지으려면 수개월이 걸려.”

“문제를 발견한 후에 고치기는 했어?”

“아니, 발전기의 부품은 거의가 인터넷이 존재하기 전에 만들어진 구시대의 유물이거든. 대체 불가능이야.”

“인터넷이 있기 전에 만들어진 발전기면 바이러스에 영향을 안 받아야 하잖아?”

“그 전까지는 그랬지. 그런데 누군가가 발전기 시설을 인터넷을 제어하면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겠다는 멋진 아이디어를 낸 거지. 우리 아파트 건물의 발전기처럼. 돈을 아낄 수 있다 이거지.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공격에는 이렇듯 취약한 거고.” 159-160p

 


 우리나라 역시 미국처럼, 아니다 전국 평균으로 따지면 아마 미국보다도 더 연결된 세상이 아닐까 싶다. 그런 만큼 몇십년, 혹은 몇년만 지나더라도 이런 위험이 현실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IoE. 인터넷에 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을 꿈꾸며 다같이 읏샤 읏샤 밀고나가고 있는데 그로부터 이어질 수 있는 위험요인도 충분히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

 나는 워낙에 겁이 많아서 [모바일 트렌드 2014], [사물인터넷] 등을 읽으면서도 ‘편해지는 미래’가 과연 편해지는 것인지, 위험요인을 늘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해왔다. 기계들의 반란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그보다는 한 손가락으로 아파트의 모든 것을 조종할 수 있다면 한 손가락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이 걱정됐다. 어떤 미드에서 화재를 막기 위해서 불이 나면 자동으로 산소 농도를 줄여버리는 시스템을 도입한 집이 나왔다. 그리고 그 시스템을 악용해서 아주 손쉽게 살인을 저질렀고. 이렇게 되었을 때 그렇게 인간을 죽인다는 느낌을 제대로 느낄 수 없어서 더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이어령의 지의 최전선]를 리뷰하면서 했던 이야기에서 한 번 더 나가는 거지.

 

“초등생이 커터 나이프로 친구의 목을 벤 사건이 생겼어. 일본에서 말야. 찔린 아이가 피 흘리며 죽었는데도 보호소에 감호된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아이 만나면 미안하다고 전해주세요’라고 했다는 거야.”

 남을 찌르고서도 그가 아파할 거라는 걸 느낄 줄 모르는 아이들. 피를 흘리면 사람이 죽는다는 엄연한 자연현상을 생각할 줄 모르는 아이들. 이런 이상 감각의 징후들은 모두가 아날로그의 현실감각을 잃은 데 그 원인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캐나다에서 대학 강의실에 들어와 여학생들을 모아놓고 쏘아 죽였던 그 유명한 사건을 놓고 생각해보자고. 총으로 수많은 학생을 죽여놓고도 태연하기만 했던 그 범인이 막상 저항하는 한 여학생을 칼로 찔렀을 때는 당황한 나머지 결국 자살하고 말아. 총을 쏠 때는 컴퓨터 게임을 하는 느낌과 별 다를 게 없었던 그 범인도 타인의 몸을 칼로 직접 찌르는 순간 ‘이것이 살인이구나’라는 아날로그 감각이 되살아난 거지.” 140-144p [이어령의 지의 최전선]

 

 이 부분을 리뷰하면서 미국의 스탠드업 코메디언 루이스 CK의 인터뷰를 언급했다. 아이들이 공감, 연민을 배워가는 과정에서 못된 행동을 먼저 시작하는데 ‘야! 너 뚱뚱해!’라고 이야기를 했을 때 상대방의 표정이 안 좋아지면서 이렇게 이야기하면 안되는 구나 느끼게 된다. 그런데 스마트폰으로 그렇게 ‘넌 뚱뚱해’라고 쳐버리면 그 이야기를 들은 상대방을 확인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냥 기분 좋고 끝,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실제로 상처받는 상대가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되면서 공감 능력도 그렇고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는 것. 그렇다면 얼굴도 마주하지 않고, 소리도 듣지 않고 클릭 하나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이 생긴다면 인간은 어디까지 망가져버릴까 무섭다

 어쩌면 이 책의 사건도 그렇게 살인과 거리감이 생겨서 저지를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싶다. 물론 테러기는 하지만 폭탄을 쏘는 것보다는 덜 잔인하다는 느낌으로 말이지. 물론 결국에는 덜 잔인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척이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목청을 높였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자유도 없다!”

 로리가 맞장구를 쳤다. “맞습니다. 우린 테러리스트가 두려워서, 정부가 우리의 위치, 우리가 하는 일에 관한 개인 정보를 수집하도록 허용하고 있죠. 사방에 카메라를 설치하게 내버려두고 있고요.”

내가 지적했다. “하지만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걱정할 건 없지 않아요? 좀 더 안전하게 살 수 있다면 사생활을 약간 침해하는 것쯤은 용납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게 틀렸다는 거예요. 걱정할 것투성이라고요. 그렇게 수집된 정보가 어디로 갈까요? (...) 개인의 이메일과 모든 기록, 하고 있는 일, 다니는 모든 장소를 다 들여다볼 권리를 정부에게 주는 새로운 법이 만들어진 거 아십니까?”

“몰랐습니다.”

“정부가 돌격용 자동 소총을 구입할 수 있는 능력에 제한을 두겠다는 기미만 보여도 사람들은 자유를 빼앗겼다고 발광을 하죠. 그런데 이 법은 동의도 얻지 않고 개인이 하는 모든 활동을, 살짝 훔쳐보는 것도 아니고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권한을 정부에 주는 겁니다.” (...)

우리 조상들은 우리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노르망디 해변을 급습했는데, 후손인 우리는 두렵다는 이유로, 조상들이 목숨 바쳐 지켜낸 자유를 포기하고 있는 겁니다.” 로리는 의자에서 일어나 우리를 차례로 손가락질하기 시작했다. “척 씨가 말한 것처럼 우린 어떤 개인적인 위험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우리의 삶을 침범하고 우리를 범죄 용의자로 취급할 권리를 갖도록 허용해 버리죠. 두려움 때문에 자유를 포기하는 겁니다.” 일리 있는 주장이긴 했다. 빈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자유를 포기하면서 자유를 지킬 수는 없죠.” 239-242p


정말 궁금한 게 있는데, 왜 애초에 인터넷을 좀 더 안정적으로 만들지 않은 거죠?

메시 네트워크에 돌아다니는 질문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 질문을 올린 사람은 무척 분노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분노는 우리를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 정부의 무능을 성토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복도 한가운데서 담요를 덮고 누워 있던 로리가 담요를 살짝 걷고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유를 설명해 드리죠. 정부의 잘못이라며 비난할 수도 있지만, 인터넷이 안정적이지 못한 주된 이유는 우리가 그것을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척이 끼어들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나부터도 안정된 인터넷을 찬성하는 쪽인데.”

 로리가 몸을 약간 일으켜 앉았다. “안정적인 인터넷을 원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도 그런 점 때문이기도 하고요. 완벽하게 안정적인 인터넷은 일반 대중이나 소프트웨어 생산업자의 이득에 부합하질 않아요.”

“소비자들이 어째서 안정적인 인터넷을 원하지 않는다는 거죠?”

“제대로 안정적인 인터넷이 구축되면 모두의 자유를 침해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 이 문제는 결국 전에 우리가 논의했던 주장과 연결이 됩니다. 사생활 보호가 시민적 자유의 토대라는 주장 말입니다. 우리 생활에서 사이버 공간의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고, 우리는 사이버 공간에서뿐만 아니라 실제 세계에서도 개인적 자유를 보장받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완벽하게 안정적인 인터넷 환경이 구축되면 여러분이 무엇을 하든 사이버 공간에 늘 정보의 흔적이 남게 되죠.” 369-370p

 

 사이버스톰이라는 제목에서부터 나는 블록버스터영화 같은 소설일 거라고 생각했다. 여러 가지 있어보이는 용어들을 사용하고 우리가 알아듣기 힘든 용어들으로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 줄 알았다. 나는 IT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니까 알아듣지는 못하면서 그냥 자극적인 부분들만 즐기면서 넘어갈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책은 그렇게 현란함으로 무장하기 보다는 인간의 본질적인 면을 파고든다. 종말소설답게 인간의 추악한 면, 잔인한 면 그리고 다 같이 패닉에 빠지면서 무너지기 시작하는 모습들은 나온다. 그렇지만 그 과정이 과하지 않고, 그렇게 조금씩 무너지면서도 지속적으로 이렇게 서로 이야기를 하고, 토론을 하고 생각을 나눈다. 위험과 불안을 껴안으면서도 자유를 이야기한다. 자유의 나라 미국답다. 그런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의 생각을 돌아보고 또 다져볼 수도 있었지.


 

 두께가 엄청난 책임에도 정말 순식간에 읽어나갔다. 이름도 성 이런 거 없이 마이클, 척 이렇게 되어 있어서 편하기도 했고, 어렵지 않게 그러면서도 가볍지 않게 사건을 풀어나가서 제대로 빠져들어서 읽었다. 게다가 난 SF 라고 해서 딴 세상 이야기처럼 읽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지금 당장 일어나는 사건이라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현실에 닿아 있는 소설이라서 더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 책이 마음에 든 이유 하나 더.

 

“거기까지만 해. 우리까지 보태지 않아도 상황은 충분히 안 좋아. 아직 이 사태에 대해 정확히 파악도 못한 상태에서 그런 얘기는 더 듣고 싶지 않아.”

“이 사태에 대해 정확히 모른다고요? 이 도시에서 망할 전쟁이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윌리엄 경사는 그 경찰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 다섯 명이면, 여기 있는 마이클 씨 같은 선량한 사람도 다섯 명은 있어.” 그는 고갯짓으로 내 쪽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자기 목숨까지 걸어가면서 타인을 도우려는 사람들.” 191-192p

 

 라디오 방송을 통해 자원봉사 인력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시민 수백 명이 뉴욕 경찰과 응급 의료원을 돕기 위해 병원으로 모였다. 1번가를 돌아가자 자원봉사자들로 북적거렸다. 뉴욕은 거의 버려진 도시가 됐지만, 오늘의 자원봉사로 시민들 간에 동지애와 유대감이 고취되는 듯했다.

 이 도시는 아직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 204p

 

 인간의 잔인함도 다루지만 인간의 선함에 대한 믿음도 놓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는 이사카 코타로의 [종말의 바보]도 떠올랐다. 현실에서도 소설 속에서도 모든 사람이 선하지는 않지만 내가 인간의 선함을 믿기에 이렇게 선한 의지가 남아있는 작품을 좋아한다.

 

 

 사이버스톰은 머지않은 우리의 미래 일수도 있다. 우리 세상은 점점 자동화 되고, 점점 스마트폰으로 톡톡 몇 번 눌러서 조절할 수 있는 게 많아진다. 그런 편함이 악용될 경우 어떤 미래까지 연결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이버 보안도 그만큼 중요하겠지만 사이버 세상 안의 자유도 고려해야한다. 이 책에서도 정답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보완할 부분들을 보여줄 뿐.

 그리고 이어령 교수의 이야기처럼 어느 정도 아날로그와 닿아있는 삶을 유지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하나 더, 종말 대비용 가방 하나 정도는 마련해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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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단하게 살 것이다 -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나를 만드는 법
사이토 다카시 지음, 김소영 옮김 / 흐름출판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결국 나의 인생은 나를 만들어 가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 책 [나는 단단하게 살 것이다]를 읽으면서 그에 관해서 생각하고 또 그렇게 나를 만들어가는 방법들을 익혀갈 수 있었다.

 


 회식 자리를 불평불만만 해대는 자리라고 보는 것은 분명 과소평가입니다. 물론 불평불만을 퍼붓는 회식자리도 있었겠죠. 하지만 지금까지 일하며 느낀 흥분을 서로 나누고 다음 일에 대한 전망을 이야기하는 자리였던 적이 많았습니다. 그것은 일에 대해 뜨겁게 이야기하고 싶은 분위기가 계속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젊은이들은 성가셔하며 그런 자리에서 멀어져갔습니다. (...) 사내 회식을 싫어하는 젊은이들은 인간관계를 귀찮아해 ‘회식에 가면 불평불만이나 듣고 상사한테 싫은 소리나 듣겠지’ 하고 스스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성가셔 하는 것입니다. 선배나 상사의 환심을 사면 충분히 사랑받을 텐데 첫 단계인 입사식부터 견디질 못합니다. 인간관계를 친밀하게 하는 방법을 잘 모르다보니 서먹한 인간관계만 만들고, 그러다 우울증 같은 상태에 빠지는 것입니다.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의 향연처럼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야말로 인간에게 있어 행복한 시간입니다. 그런 자리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존재 의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 자리에서의 발언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면 분명 굉장한 존재 의의를 느끼겠지요. 젊은이들도 참가하고 싶어지는 그런 모임이 온 나라 안에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81-82p

 

 약간은 고루한 이야기도 나온다. 회식 자리 이야기라니! 퇴근 후의 시간은 각자에게 보장해줘야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회식에 대해서 그렇게 부정적인 입장은 아니다. 술을 좋아해서 그런 부분도 있지만 회식으로 해소되는 부분들이 있으니까. 작년 1년의 검진을 마무리하면서 검진팀이 다같이 함께 회식을 했는데 길지 않은 시간동안 그렇게 많은 칭찬을 받아본 건 또 처음이었다. 어지간하면 칭찬은 겸손을 떨지도 않고 제가 좀 그렇죠~ 라고 받아넘기는 나조차도 이제 좀 그만하라고 했을 정도니까. 그리고 평소에 일하는 중에는 말하기 힘들었던 부분도 술을 나누며 풀 수도 있었고.

 


 그리고 읽다가 어? 한 부분.


- 나만의 장점으로 승부하기

‘중2병’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학교 2학년쯤에 말도 안 되는 허세를 부리거나 자신은 특별하다고 믿는 사춘기 특유의, 그중에서도 남학생들에게서 쉽게 볼 수 있는 언동을 조롱하는 단어입니다. 물론 진자 병은 아니고요. 그 나이대에는 현실감이 없어서 자신이 신처럼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이 문득 싹틉니다. 그 시기를 극복하고 나면 건전하게 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요.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도 자신이 전능하다고 여긴다면 그건 좀 문제입니다. 마흔이 넘었는데 “난 대단한 사람이 될 거야!” 같은 말을 하고 다닌다면, 안될 것은 없지만 주위 사람들한테 현실감 없는 이로 비칠 게 뻔하지 않겠습니까. (...)

 니체는 <자라투스트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자기를 사랑하는 기술이 중요하다”라는 말을 했는데 그 사상의 골자는 괴테에게서 볼 수 있습니다. 괴테 만년의 비서였던 요한 페터 에커만이 쓴 <괴테와의 대화>라는 책에서, 괴테는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 자신의 능력을 아는 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요.

 모든 사람이 최고가 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맞고 최고를 목표로 할 만한 가능성이 있는 분야를 찾아내는 것은 가능하겠죠. 경제학자 피터 드러커가 <매니지먼트>에서 말한 장점은 분명 사람들마다 다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장점을 만드는 것이 DNA인지 가정환경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장점을 발견하면 에너지를 거기에 쏟아부어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 결과 일류가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장점으로 승부했다는 생각이 남기 때문에 불안에 빠지지는 않습니다. 장점에 에너지를 쏟아부으면 모든 것을 불태웠다는 만족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98-102p

 

 감정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당황한 이유는 서른이 된 내가 자주 하는 말 중에 하나가 “난 대단한 사람이 될 거야”거든. 지금이 못나서가 아니라 나의 미래는 점점 더 대단한 일을 하고 있을 것 같다는 깊은 믿음이 있다. 살짝 웃음이 나올 정도로 진심으로. [책은 언제나 내편이었어]에서 ‘어른이 되어서도 가슴 설레는 동화 같은 사랑을 바라는 것은 마치 서른이 넘은 남자의 꿈이 대통령이라고 말하는 것처럼 터무니없는 농담이 되었다.’ 라고 했을 때 나는 서른이 넘어서도 꿈이 대통령인 사람이 있어야 그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거지! 라고 항변하고 싶었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 60대 장래희망은 따로 만들어놓고 살 나에게 마흔이 되었다고 해서 '난 대단한 사람이 될 거야!'라는 말을 하는 게 비현실적이라고 하다니!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을 보면 나의 그런 이야기를 현실감 없다고 받아들이기 보다는 내가 생각하는 거 이상으로 관대하게 나의 미래를 그려주는 친구들도 참 많다. 그래서 내가 아직까지 중2병을 유지하면서 사는 걸지도.

 


 어쨌든 이 책에서 꼭 가지고 갈 것.

 

 일반적으로 실존주의라고 하면 덴마크의 사상가 키르케고르와 프랑스의 작가이자 철학자 사르트르가 유명합니다. 실존주의자들은 기본적으로 ‘나는 내 뜻과 상관없이 이 세계에 던져졌지만 내 선택으로 미래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은 부조리한 세계에 부조리하게 내던져졌고, 원해서 지금의 환경에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선택을 함으로써 스스로 자신을 만들어갈 수 있다’라는 뜻입니다. 이런 사상을 ‘내던져진 기획투사’라고 합니다. 비록 내던져진 운명이지만, 또 한 번 스스로를 미래에 내던지는 존재가 바로 실존주의자들이 생각하는 인간입니다. 91p

 

 즉 부조리를 받아들이고 긍정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선택의 자유도, 결과의 책임도 내 자신에게 있다고 여겨야 합니다. ‘이 회사를 선택한 건 나잖아’ ‘공부를 안 한 건 나잖아’ 하는 식으로 생각한다면 타인에게 불평을 해봐야 소용없습니다. 바로 그런 선택의 연속으로 지금의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면, 부조리하면 부조리한 대로 자신과 똑바로 마주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이 부조리하지 않으며 잘 풀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잘 풀리지 않을 때 불안을 느낍니다.

 덧붙여 자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 이를테면 ‘부모님이 시켰으니까’ 라든가 ‘별 생각 없이 그렇게 했는데’라고 하는 사람은 잘 풀리지 않은 이유가 자신의 선택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여기지 않습니다. 세상 핑계를 대거나 부모님 탓을 하며 다른 것들에 책임을 전가하죠. 세상은 부조리하다는 각오와, 나는 내 선택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각오. 이 두 각오가 없기에 자꾸만 책임 전가를 하는 겁니다. ‘이렇게 됐어야 하는데...’ 하며 잘 풀렸을 경우를 몽상하고 환상과 현실을 비교하다 자신의 존재 의의를 의심하며 의기소침해지고 마는 것입니다. 93-94p

 

 공평하고 공정한 세상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 안에서 내가 변화시킬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변화시키려고 충분히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아직 불평할 때가 아니다. [내 책임이다 /생각해 / 힘들다]에도, [미드 쉐임리스 - 내 인생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에도 적었듯이 내 인생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 그래야지 내 인생을 변화시킬 힘을 내 손에 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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