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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스톰
매튜 매서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네 제안에 따라 사이버 세상에 대해 조사를 좀 해봤어.” 바비큐 파티 때 그 얘길 언급했던 게 후회됐다. 척은 음모라도 있다는 듯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 말이야. 냉전 시대가 투명과 이해의 시대로 보일 지경이야. (...)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서 보면,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치려면 물리적인 영토를 지배해야만 가능했어. 그런데 그 고리를 최초로 부순 게 뭔지 알아?”
“사이버?” (...) “아니. 우주 시스템이야. 1957년도에 스푸트니크 호가 우주로 발사된 이래로 우주 공간은 정보를 수집하고 세계적으로 힘을 과시하는 군사적 거점 역할을 해왔어.”
“그게 사이버랑 무슨 상관이야?”
“그 고리를 두 번째로 부순 게 바로 사이버거든. 사이버는 우주를 대체하는 새로운 군사적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어. 역할은 똑같아. 정보를 수집하고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지. (...) 우주 공간은 이미 사이버 공간의 일부야.”
“무슨 뜻이야?”
“대부분의 우주 시스템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거든 우리에게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너무나 먼 얘기지만 사이버 공간에서는 달라.”
“뭐가 다른데?”
“우주를 내다보려면 어마어마한 돈이 들지만, 사이버 공간에 접속하려면 노트북으로도 충분하지. (...) 사람들은 사이버 전쟁에 대해 나름의 이미지를 갖고 있어 사이버 전쟁이라고 하면 비디오게임이나 떠올려. 아주 깨끗한 전쟁이라고 여기면서 말이야. 실상은 그렇지도 않은데.”
“실상은 어떤데?”
“1982년도에 CIA는 시베리아 파이프라인을 폭파시키는 논리폭탄을 설치했어. 폭발 규모는 3킬로톤쯤 됐는데 작은 핵무기를 터뜨린 정도의 파괴력이었어. 그들이 한 일은 그 파이프라인을 제어하는 캐나다 회사의 코드를 약간 변경시킨 것뿐이야. 그게 30년도 더 된 일이라고. 지금은 얼마나 더 대단해졌겠냐.”
“아주 안 좋게 들리진 않는데.”
척은 정색을 하고 설명했다. “대량 살상이 가능한 새로운 사이버 무기를 개발 중이고 아무도 테스트를 하지 않은 것뿐이야. 핵무기라고 하면 일단은 너부터도 겁을 내지. 히로시마나 비키니 섬에 원자폭탄을 투하한 사건은 잘 알려져 있으니까. 그런데 사이버 무기라고 하면 파괴력이 얼마나 되는지 아무도 몰라. 그러니까 양국의 정부 기관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서로의 사회기반시설을 사이버 무기로 공격할 수 있는 거라고. 크리스마스트리에 지팡이 모양 사탕을 매달 듯이 가볍게 최후의 심판일을 도래시키는 거야.” (...)
“사태가 잘못됐을 때 달아나 숨을 곳도 없단 얘기지? 그런데도 넌 기어코 살아남아서 모두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냐? 나 같으면 폭발 즉시 죽는 게 낫겠다.”
“태연한 소리하네.” 척은 소파에 누운 루크를 쳐다보며 덧붙였다. “너 같으면 루크를 지키기 위해 마지막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죽을힘을 다해 싸우지 않겠어?”
나는 루크를 쳐다보았다. 그가 옳았다. 나는 인정하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44-47p
사이버 테러로 인한 종말 소설이라는 것을 머리에 담고 읽어내려가는 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살짝 ‘어? 내가 생각한 방향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사이버 전쟁이라고 하면 비디오게임이나 떠올려. 아주 깨끗한 전쟁이라고 여기면서 말이야. 실상은 그렇지도 않은데.’ 라니 정곡을 찔린 느낌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은 해커들간의 경쟁이나 기껏해야 폭탄을 던져버리는 것 정도로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이 책은 조금 다른 방향, 그리고 조금은 더 현실적이고 지저분하고 또 두려운 방향으로 진행된다.
“전기는 왜 끊긴 거야? 왜 이렇게 추워?”
“전기가 나갔으니까 춥지. 이 건물은 인터넷으로 온도 조절을 하잖아. 보일러에 기름이 있어도 제어장치가 디지털이라 인터넷으로 조절을 해야 하는데, 지금 인터넷이 먹통이야.” “아하.”
이 신축 아파트의 장점이 바로 인터넷을 이용한 건물 제어 시스템이었음이 기억났다. 이런 시스템을 통해 필요하면 홍콩에서도 원격으로 본인 집의 각 방 온도를 설정할 수 있었다. 그 제어 장치가 네트워크를 통해 작동한다는 게 문제였다. 척의 말대로라면 그 네트워크가 완전히 먹통이 된 것이다. 92p
“우리 목숨까지 내걸면서 네 물품을 되찾겠다고 혈안이 되어 있는 건 아니지?” 나는 척과 나란히 걸으며 물었다.
“물품을 지키겠다고 혈안이 되지 않으면 우리 목숨이 위험해져.”
“뭐 그렇게까지. 크리스마스이브 때도 하루도 안 돼서 전기가 다시 들어왔잖아. 눈보라 샌디가 몰아쳤을 때도 뉴욕 시는 며칠 안에 대부분 복구 됐어. 이번엔 홍수나 강풍도 없고 눈뿐이야.”
척은 바닥을 노려보며 고개를 저었다. “사람들은 큰일을 겪고도 배우지를 못해. 이 나라의 중요 시스템들은 전부 서로 연결돼 있어. 단순히 눈보라가 문제가 아니야. (...) 전에 없던 일이 현재 이곳에서 일어나고 있어. (...) 오로라 테스트라고 들어봤어?” 나는 고개를 저였다. 척이 계속해서 말했다. “2007년도에 아이다호 국립 연구소가 에너지국과 함께 사이버 공격 훈련을 실시했어. 천 몇 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21-라인 소프트웨어 코드를 에너지국 시설로 전송했는데, 이메일에 바이러스를 집어넣는 방식이었어. 발전기의 회로 차단기를 고속으로 순환시켜서 발전기가 자폭하게 만드는 바이러스였지.”
“새 발전기를 들여오면 되잖아.”
“그런 발전기는 월마트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장비가 아니야. 건물로 치면 몇 개 층 높이이고 무게는 수백 톤에 달해. 발전기를 새로 지으려면 수개월이 걸려.”
“문제를 발견한 후에 고치기는 했어?”
“아니, 발전기의 부품은 거의가 인터넷이 존재하기 전에 만들어진 구시대의 유물이거든. 대체 불가능이야.”
“인터넷이 있기 전에 만들어진 발전기면 바이러스에 영향을 안 받아야 하잖아?”
“그 전까지는 그랬지. 그런데 누군가가 발전기 시설을 인터넷을 제어하면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겠다는 멋진 아이디어를 낸 거지. 우리 아파트 건물의 발전기처럼. 돈을 아낄 수 있다 이거지. 하지만 인터넷을 통한 공격에는 이렇듯 취약한 거고.” 159-160p
우리나라 역시 미국처럼, 아니다 전국 평균으로 따지면 아마 미국보다도 더 연결된 세상이 아닐까 싶다. 그런 만큼 몇십년, 혹은 몇년만 지나더라도 이런 위험이 현실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IoE. 인터넷에 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을 꿈꾸며 다같이 읏샤 읏샤 밀고나가고 있는데 그로부터 이어질 수 있는 위험요인도 충분히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
나는 워낙에 겁이 많아서 [모바일 트렌드 2014], [사물인터넷] 등을 읽으면서도 ‘편해지는 미래’가 과연 편해지는 것인지, 위험요인을 늘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해왔다. 기계들의 반란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그보다는 한 손가락으로 아파트의 모든 것을 조종할 수 있다면 한 손가락으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이 걱정됐다. 어떤 미드에서 화재를 막기 위해서 불이 나면 자동으로 산소 농도를 줄여버리는 시스템을 도입한 집이 나왔다. 그리고 그 시스템을 악용해서 아주 손쉽게 살인을 저질렀고. 이렇게 되었을 때 그렇게 인간을 죽인다는 느낌을 제대로 느낄 수 없어서 더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이어령의 지의 최전선]를 리뷰하면서 했던 이야기에서 한 번 더 나가는 거지.
“초등생이 커터 나이프로 친구의 목을 벤 사건이 생겼어. 일본에서 말야. 찔린 아이가 피 흘리며 죽었는데도 보호소에 감호된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 아이 만나면 미안하다고 전해주세요’라고 했다는 거야.”
남을 찌르고서도 그가 아파할 거라는 걸 느낄 줄 모르는 아이들. 피를 흘리면 사람이 죽는다는 엄연한 자연현상을 생각할 줄 모르는 아이들. 이런 이상 감각의 징후들은 모두가 아날로그의 현실감각을 잃은 데 그 원인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캐나다에서 대학 강의실에 들어와 여학생들을 모아놓고 쏘아 죽였던 그 유명한 사건을 놓고 생각해보자고. 총으로 수많은 학생을 죽여놓고도 태연하기만 했던 그 범인이 막상 저항하는 한 여학생을 칼로 찔렀을 때는 당황한 나머지 결국 자살하고 말아. 총을 쏠 때는 컴퓨터 게임을 하는 느낌과 별 다를 게 없었던 그 범인도 타인의 몸을 칼로 직접 찌르는 순간 ‘이것이 살인이구나’라는 아날로그 감각이 되살아난 거지.” 140-144p [이어령의 지의 최전선]
이 부분을 리뷰하면서 미국의 스탠드업 코메디언 루이스 CK의 인터뷰를 언급했다. 아이들이 공감, 연민을 배워가는 과정에서 못된 행동을 먼저 시작하는데 ‘야! 너 뚱뚱해!’라고 이야기를 했을 때 상대방의 표정이 안 좋아지면서 이렇게 이야기하면 안되는 구나 느끼게 된다. 그런데 스마트폰으로 그렇게 ‘넌 뚱뚱해’라고 쳐버리면 그 이야기를 들은 상대방을 확인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냥 기분 좋고 끝, 죄책감을 느끼지 못한다. 실제로 상처받는 상대가 있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되면서 공감 능력도 그렇고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는 것. 그렇다면 얼굴도 마주하지 않고, 소리도 듣지 않고 클릭 하나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이 생긴다면 인간은 어디까지 망가져버릴까 무섭다.
어쩌면 이 책의 사건도 그렇게 살인과 거리감이 생겨서 저지를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싶다. 물론 테러기는 하지만 폭탄을 쏘는 것보다는 덜 잔인하다는 느낌으로 말이지. 물론 결국에는 덜 잔인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척이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목청을 높였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자유도 없다!”
로리가 맞장구를 쳤다. “맞습니다. 우린 테러리스트가 두려워서, 정부가 우리의 위치, 우리가 하는 일에 관한 개인 정보를 수집하도록 허용하고 있죠. 사방에 카메라를 설치하게 내버려두고 있고요.”
내가 지적했다. “하지만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걱정할 건 없지 않아요? 좀 더 안전하게 살 수 있다면 사생활을 약간 침해하는 것쯤은 용납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게 틀렸다는 거예요. 걱정할 것투성이라고요. 그렇게 수집된 정보가 어디로 갈까요? (...) 개인의 이메일과 모든 기록, 하고 있는 일, 다니는 모든 장소를 다 들여다볼 권리를 정부에게 주는 새로운 법이 만들어진 거 아십니까?”
“몰랐습니다.”
“정부가 돌격용 자동 소총을 구입할 수 있는 능력에 제한을 두겠다는 기미만 보여도 사람들은 자유를 빼앗겼다고 발광을 하죠. 그런데 이 법은 동의도 얻지 않고 개인이 하는 모든 활동을, 살짝 훔쳐보는 것도 아니고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권한을 정부에 주는 겁니다.” (...)
“우리 조상들은 우리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노르망디 해변을 급습했는데, 후손인 우리는 두렵다는 이유로, 조상들이 목숨 바쳐 지켜낸 자유를 포기하고 있는 겁니다.” 로리는 의자에서 일어나 우리를 차례로 손가락질하기 시작했다. “척 씨가 말한 것처럼 우린 어떤 개인적인 위험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우리의 삶을 침범하고 우리를 범죄 용의자로 취급할 권리를 갖도록 허용해 버리죠. 두려움 때문에 자유를 포기하는 겁니다.” 일리 있는 주장이긴 했다. 빈스도 고개를 끄덕였다. “자유를 포기하면서 자유를 지킬 수는 없죠.” 239-242p
“정말 궁금한 게 있는데, 왜 애초에 인터넷을 좀 더 안정적으로 만들지 않은 거죠?”
메시 네트워크에 돌아다니는 질문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 질문을 올린 사람은 무척 분노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분노는 우리를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 정부의 무능을 성토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복도 한가운데서 담요를 덮고 누워 있던 로리가 담요를 살짝 걷고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유를 설명해 드리죠. 정부의 잘못이라며 비난할 수도 있지만, 인터넷이 안정적이지 못한 주된 이유는 우리가 그것을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척이 끼어들었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나부터도 안정된 인터넷을 찬성하는 쪽인데.”
로리가 몸을 약간 일으켜 앉았다. “안정적인 인터넷을 원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도 그런 점 때문이기도 하고요. 완벽하게 안정적인 인터넷은 일반 대중이나 소프트웨어 생산업자의 이득에 부합하질 않아요.”
“소비자들이 어째서 안정적인 인터넷을 원하지 않는다는 거죠?”
“제대로 안정적인 인터넷이 구축되면 모두의 자유를 침해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 이 문제는 결국 전에 우리가 논의했던 주장과 연결이 됩니다. 사생활 보호가 시민적 자유의 토대라는 주장 말입니다. 우리 생활에서 사이버 공간의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고, 우리는 사이버 공간에서뿐만 아니라 실제 세계에서도 개인적 자유를 보장받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완벽하게 안정적인 인터넷 환경이 구축되면 여러분이 무엇을 하든 사이버 공간에 늘 정보의 흔적이 남게 되죠.” 369-370p
사이버스톰이라는 제목에서부터 나는 블록버스터영화 같은 소설일 거라고 생각했다. 여러 가지 있어보이는 용어들을 사용하고 우리가 알아듣기 힘든 용어들으로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 줄 알았다. 나는 IT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니까 알아듣지는 못하면서 그냥 자극적인 부분들만 즐기면서 넘어갈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책은 그렇게 현란함으로 무장하기 보다는 인간의 본질적인 면을 파고든다. 종말소설답게 인간의 추악한 면, 잔인한 면 그리고 다 같이 패닉에 빠지면서 무너지기 시작하는 모습들은 나온다. 그렇지만 그 과정이 과하지 않고, 그렇게 조금씩 무너지면서도 지속적으로 이렇게 서로 이야기를 하고, 토론을 하고 생각을 나눈다. 위험과 불안을 껴안으면서도 자유를 이야기한다. 자유의 나라 미국답다. 그런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의 생각을 돌아보고 또 다져볼 수도 있었지.
두께가 엄청난 책임에도 정말 순식간에 읽어나갔다. 이름도 성 이런 거 없이 마이클, 척 이렇게 되어 있어서 편하기도 했고, 어렵지 않게 그러면서도 가볍지 않게 사건을 풀어나가서 제대로 빠져들어서 읽었다. 게다가 난 SF 라고 해서 딴 세상 이야기처럼 읽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지금 당장 일어나는 사건이라고 생각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현실에 닿아 있는 소설이라서 더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 책이 마음에 든 이유 하나 더.
“거기까지만 해. 우리까지 보태지 않아도 상황은 충분히 안 좋아. 아직 이 사태에 대해 정확히 파악도 못한 상태에서 그런 얘기는 더 듣고 싶지 않아.”
“이 사태에 대해 정확히 모른다고요? 이 도시에서 망할 전쟁이 일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윌리엄 경사는 그 경찰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 다섯 명이면, 여기 있는 마이클 씨 같은 선량한 사람도 다섯 명은 있어.” 그는 고갯짓으로 내 쪽을 가리키며 덧붙였다. “자기 목숨까지 걸어가면서 타인을 도우려는 사람들.” 191-192p
라디오 방송을 통해 자원봉사 인력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시민 수백 명이 뉴욕 경찰과 응급 의료원을 돕기 위해 병원으로 모였다. 1번가를 돌아가자 자원봉사자들로 북적거렸다. 뉴욕은 거의 버려진 도시가 됐지만, 오늘의 자원봉사로 시민들 간에 동지애와 유대감이 고취되는 듯했다.
이 도시는 아직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 204p
인간의 잔인함도 다루지만 인간의 선함에 대한 믿음도 놓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는 이사카 코타로의 [종말의 바보]도 떠올랐다. 현실에서도 소설 속에서도 모든 사람이 선하지는 않지만 내가 인간의 선함을 믿기에 이렇게 선한 의지가 남아있는 작품을 좋아한다.
사이버스톰은 머지않은 우리의 미래 일수도 있다. 우리 세상은 점점 자동화 되고, 점점 스마트폰으로 톡톡 몇 번 눌러서 조절할 수 있는 게 많아진다. 그런 편함이 악용될 경우 어떤 미래까지 연결 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이버 보안도 그만큼 중요하겠지만 사이버 세상 안의 자유도 고려해야한다. 이 책에서도 정답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보완할 부분들을 보여줄 뿐.
그리고 이어령 교수의 이야기처럼 어느 정도 아날로그와 닿아있는 삶을 유지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하나 더, 종말 대비용 가방 하나 정도는 마련해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