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교과서 예수 - 사랑, 먼저 행하고 먼저 베풀어라 플라톤아카데미 인생교과서 시리즈 1
차정식.김기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7월
평점 :
일시품절


 이 책을 읽는데 꽤 오래 걸렸다책이 두꺼워서도 아니고어려워서도 아니었다나는 보통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또 밖에서 걸어다니면서 책을 많이 읽는데 표지에 예수라고 적힌 책을 읽으면서 다니고 싶지 않았다아주 어렸을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혼자서라도 교회도 다니고새벽기도에 수련회도 다녔었는데 그 과정 중에 이런저런 상처와 의심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그 종교인으로 보이는 것조차 나에게는 거부감이 있었나보다얼마 전 서울광장에서 진행된 [2015 퀴어 페스티벌]에 놀러가면서 동성애자로 오해받는 건은 별 생각 없었는데, 혹시라도 내가 기독교인으로 보일까봐 신경 쓸 줄은 몰랐다.

 

 나는 기독교를 믿으면서 교회를 다니면서 예수처럼’ 사는 것이 기독교인들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실제로 경험한 기독교의 모습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 너무나도 달랐다더 많은 사람들을 이해하고사랑하고보듬기보다는 교리를 사용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우위에 서려하고차별하려고 했다그리고 교회에서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 사랑이 아니라 헌금이라는 것도 점차 지쳐갔다내가 성실하게 교회를 다녔던 것이 위에도 적었듯이 고등학교 때까지인데 주구장창 헌금을 많이 내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그 사이 무려 8분 이상의 목사님을 만났는데 그 이야기를 안 한 경우가 없었다게다가 천 원 짜리를 어떻게 내냐는 식으로도 이야기를 하곤 해서 정말 충격적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성전은 이미 강도의 소굴이라는 구절에서는 내가 느꼈던 교회의 모습을 떠올렸고, 예수의 삶을 되짚으면서 내 안에 남아있는 기독교의그리고 예수의 기본 정신을 찾아갈 수 있었다

 


 예수가 가르치신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제도적 종교에 속해있는 사람이 아니다. [마태복음] 25장은 최후의 심판 때의 모습을 보여준다영과의 보좌에 앉으신 인자가 모든 민족을 자기 앞에 불러 모아 양과 염소를 가르듯이 사람들을 가른다가름의 기준이 특정한 종교에 소속되었는지의 여부가 아닌그들이 세상의 약자들을 어떻게 대했는가이다. 주린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고목마른 사람에게 마실 것을 주고나그네를 영접하고헐벗은 사람에게 입을 것을 주고병든 사람을 돌보아주고감옥에 갇힌 사람을 찾아갔는지 등의 여부가 중요하다왜냐하면 예수는 그런 사회적 약자와 자신을 동일시 하기 때문이다하나님의 나라는 그런 의미에서 벗들의 나라이다. 384-385p

 

 원수를 사랑해야 하는 실질적인 목적은 하나님 아버지의 아들이 되기 위한 것이다거꾸로 말해서 하나님 아버지의 자녀 정도쯤 된다고 믿는 이들이라면 자신의 친밀한 동족이나 이웃들만 사랑하지 말고 적의를 표하는 원수까지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226p

 

 마찬가지로 기도 또한 외식이 주요 경계 대상이 된다남들에게 자신의 경건을 과시하기 위해 큰 거리 어귀에 서서 기도하는 것은 외식하는 종교 지도자들의 그릇된 관행이었다그들의 과시적인 기도 역시 자기의 상을 이미 받은 무익한 것으로 치부됐는데예수는 그 대안으로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하게 기도할 것을 제자들에게 당부했다아울러 거창한 말들을 많이 늘어놓으면서 중언부언하는 기도의 습관도 그는 나쁜 경건의 사례로 꼽았다. 참된 경건의 실천으로서의 기도는 말을 많이 하는 데 그 요체가 있는 게 아니라얼마나 충심으로 하나님을 신뢰하며 진솔하게 소통하느냐에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75p

 

 이처럼 전통이란 미명하에 강박된 사람의 계명이 하나님의 계명을 압도하는 왜곡 현상은 진정한 정결과 거리가 멀 뿐 아니라아무리 정결이 넘쳐날지라도 실제로는 헛되이 하나님을 경배하는 짓에 불과하다고 본 것이다요컨대 예수가 보기에 인간을 더럽히는 것은 밖에서 사람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이 아니라 사람안에서 입을 통해 나오는 것이었다. (막 7:15~16)296p

 

 이웃을 위해 울어주는 일죽어가는 자의 손을 하룻밤 잡아주는 일나 자신의 슬픔을 참아내는 일이것만도 (중략다윗의 성전보다 과월절보다도 위에 있다.

 오늘의 기독교가 무기력증에 빠진 것은 바로 그런 하나님 현존의 자리를 한사코 외면하기 때문이 아닐까마더 테레사는 병든 사람들굶주린 사람들죽어가는 사람들을 그리스도로 보았고그들을 돌보는 거룩한 사역에 불러주신 은혜에 감격하며 살았다그런 고통의 자리를 외면한 채 수백수천억원을 들여 예배당을 짓는 것을 하나님께서 정말 기뻐하실까.

 [교회로부터 예수를 구하라]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썼던 로빈 마이어스는 2012년에 출간한 책 [언더그라운드 교회]의 서문에서 오늘의 교회가 얼마나 무기력해졌는지를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교회에 가는 것은 안전하다전복적이지 않다어쩌면 우리의 품성을 가꾸어줄 수도 있다그러나 현상 질서를 위협하지는 않는다.” 아우구스티누스는 [고백록]에서 자신이 진리를 피하면서 찾고 있었다고 말했다오늘 우리도 다르지 않다하나님의 현존 체험을 갈망하면서도그 길은 한사코 피하고 있으니 말이다. 395p

 


 이 책을 읽으면서 공자를 바라보듯이 예수를 바라볼 수 있었다그리고 그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이런저런 잡다한 종교적인 갈등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교회에 돈을 많이 가져다 바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종교의 테두리 안에 들어가는 것보다도 중요한 게 있었다글자에 단순하게 집착할 것이 아니라 그의 삶과 말을 통해서 예수가 전달하고자 하는 포용력과 인내부터 배워야 했다.


 [2015 퀴어 페스티벌]에 갔을 때 기독교에 대한 절망감이 나를 덮쳐왔다위에도 적었듯이 교리를 남들을 차별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가득 차 있었으니까. 이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내가 기독교에 대해서 실망했던 부분들은 기독교 또 예수의 교리 자체가 아니라 그를 자기마음대로 휘두르는 사람들 때문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아주 단순하게 그 축제에 만일 예수님이 있다고 하면 과연 어느 쪽 편을 들어줬을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원수도창녀도그리고 이 세상에서 차별 받는 사람들을 포용하는 예수라면 어느 쪽을 보듬어 줄지 내 눈에는 굉장히 분명해보인다

 

 종교를 떠나서 그의 가치가 천년 이상을 살아남은 인물들의 삶에서또 삶의 태도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이번 인생교과서 시리즈는 그런 인물들의 이야기를 되짚어보고 나의 머릿속에 영양분을 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시 기독교인이 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성경책도 다시 읽어봐야 겠다더 많은 사람을 이해하고 또 포용할 수 있는 내가 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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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gie 2015-08-03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확하게 보셨네요. <마르크스는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죠.
아마 예수님도 지금 한국 교회의 모습을 보시면 본인은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하실지도 몰라요.

저도 어릴 때 아니던 꽤 큰 교회가... 전도사 중심으로 편 갈라 싸우고, 왕따 시키고, 텃세하고... 자기를 드러내려고 봉사하고 일부러 큰 소리로 기도하고 그런 사람들이 넘쳐났거든요. 그래서 저도 기독교를 신뢰하지 않았는데.

이 모든 게 다 성경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지, 기독교 자체가 이상한 게 아니더라구요.
물론 한국에도 성경적인 교회가 많이 있습니다. 점점 늘어나고 있죠. 교회의 성장과 성공을 추구하지 않고, 철저하게 성경을 바탕으로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는...

이 책을 통해서 하나님을 믿지 않은 다른 분들도 님처럼, 일부 한국 교회가 부패한 것이지, 기독교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니란 걸 알게 됐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