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백발도 사랑하게 되었네 - 평온한 노년 준비를 위한 입문서 I Love Ageing 1
호사카 다카시 엮음, 오용균.박계주 옮김 / 리안메모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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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정말 좋다. 오랜만에 소장하고 싶은 책이 나왔다. 보통 노년의 삶을 이야기하는 책을 마주하면 수긍을 하면서도 가르치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것이 아니다. 어떤 모습의 나이듦도 받아들인다. 혼자사는 노인, 같이 사는 노인 모두. 그리고 그들이 조금 더 행복해 질 수 있게, 또 부제에 적혀 있듯이 나이듦을 사랑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이다.


 처음에도 적었듯이 이 책에서는 노년의 삶의 모습을 딱 하나로 규정하고 이야기하지를 않는다. 심지어 좋을 대로 하라고까지 이야기한다. , 노년을 버티기 위한 준비를 자기 자신이 모두 다 한다. 시오노 나나미의 어른이 되지 못한 인간이 훌륭한 노인이 될 리 없다는 말처럼, 현재의 자신을 출발 지점에 놓고 자신의 인생은 마지막까지 책임진다는 강한 결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때 젊었을 때처럼 독한 마음으로 왈칵 덤비면 안 된다. 수명은 점점 늘어난 만큼 노화와 함께 살아갈 기간이 더 길어졌다. 그 긴 나이듦의 시간 동안 중간에 지쳐버리지 않도록 페이스 조절을 하는 마라톤 주법 같은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다양한 마라톤 노화법을 이 책에서 보여준다.


 그렇다면 노년의 인생을 언제부터 준비해야될까? 이 책에서는 아직 좀 빠르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 때가 바로 가장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이야기한다지금도 어느 정도 건강을 가꾸고마음의 준비를 하고 또 연금 보험 이런 거는 챙기고 있지만 구체적인 노년 준비는 아직 하고 있지 않다물론 아직 정말 시간이 좀 남아서또 노년 이전에 청장년을 제대로 맞는게 우선이니까그 준비부터 먼저 잘 해야겠다.

 [죽을 때까지 삶에서 놓지 말아야 할 것들]을 읽으면서도 생각했던 60대 장래희망 만들기가 이 책에서도 나온다. 조금 더 현실적으로. 우리가 살면서 직장 상사, 선배, 연상의 지인 등 다양한 역할 모델들을 보면 서 자신의 5년 후, 10년 후를 예상해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그렇게 예상을 해본 노년이 자신이 원하는 삶과 다를 때 40, 50대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마지막 기회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M씨의 이야기가 나온다.

 M씨는 40대 중반에 같이 어울리던 그녀보다 약간 나이가 많은 주부들을 보다가 깨달았다. 남편은 회사를 가고, 자식들은 학원 / 학교에 가있어 딱히 집에 있어도 할 게 없는 주부들. 매일 모여 점심을 먹고 수다를 떨다 식품코너에서 반찬을 사서 집에 돌아가는 그 모습에서 자신의 미래를 봤고, M씨는 이대로는 안된다고 생각해 진지하게 사회복귀를 고민한다. 그리고 40대 중반의 나이로 파트타임 직원으로 일하기 시작한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얼마 안가 잘릴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매출 확대로 이어지는 노력과 제안들을 적극적으로 해 나갔다. 결국 파트타이머 정년을 넘겨서도 백화점 측으로부터 그만두시면 곤란하다는 이야기 까지 듣는 입장이 되었다. M씨의 이런 오늘을 만든 것은 40대 중반 무렵 동네의 선배 주부들을 보면서 저들처럼 살지 않겠다.’ 는 결심이었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삶을 그적저럭 하루 하루 채워나갔을 때 5년 후, 10년 후, 20년 후의 나는 어떤 모습인가. 내가 원하는 모습인가. 만일 그렇지 않다면 오늘을 변화시켜보자. 이건 꼭 노년이 아니라 모든 삶의 순간에 마찬가지인듯하다.

 

 책에서 나이듦을 사랑하며 살기 위한 다양한 지혜가 다양하게 담겨 있는데 혼자 나이들며 살기를 위한 지혜 하나랑 같이 나이들며 살기를 위한 지혜 2개씩만.

 

 강한 의지의 소유자는 어떤 경우라도 혼자서 끝까지 해내야 한다는 고집을 갖고 있다. 양손 가득히 서류를 들고 있어서 동료가 반은 들어드릴까요?’라고 말을 걸어도 괜찮다고 거절해 버린다. 반면 감사합니다. 그럼 부탁할게요.’라고 순순히 상대방의 도움을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덕분에 잘 끝냈어요. 감사합니다!’ 하면서 자연스럽고도 밝게 고마움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홀로 노년을 거뜬하게 보낼 사람들은 과연 어느 타입에 속한 사람들일까? 만약 씩씩한 사람들이 홀로 노년을 잘 보낼 것이라고 답변한다면 당신은 앞으로도 혼자 살아가는 것의 참 맛을 알지 못할 수도 있다. 나이가 들면 아무래도 자신의 힘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과 작은 도움이라도 받으면 크게 유용해지는 일들이 점점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지혜롭게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순순히 부탁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노년의 삶을 결정짓는 상당히 중요 포인트가 될 것이다. 오기 부리지도 말고, 순진하게 너무 애쓰지도 말고 지혜롭게 남에게 부탁해보자! 혼자 사는 노년을 행복하게 보내는 비결은 의외로 이런 것에 숨어 있을 수 있다. 78-79p

 

혼자 산다는 것과 고독은 전혀 다르다

 미국 여배우 엘렌 버스틴의 말이다. 혼자 사는 노년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꼭 이 말을 곱씹어 보길 바란다. 혼자 사는 노년이라고 하면 금방 고독사는 무섭고 불안해지기 쉽다. 고독사는 요즘 20~30년간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으나 그런 보도를 접할 때 한 발 앞서 어떻게 하면 고독사 하지 않을까 미리 생각해 두면 좋을 것 같다. (...)

 현재 70대에 들어선 어떤 여성을 알고 있다. (...) 이 분은 고독사를 쓸쓸하다거나 비참하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죽은 다음에 발견되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르면 나중에 처리하는 것이 꽤 수고로울 수 있다는 것을 늘 마음에 걸려했다. 옆집 사는 사람이나 먼 친척들에게도 폐를 끼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런 민폐를 피하기 위해 주변인들과 고립되지 않도록 마음을 쓰기 시작했다.

 우선 매일 아침 집 앞의 거리를 쓸고, 여름에는 물도 뿌리는 것을 일과로 삼았다. (...) 이웃 사람과 마주치면 인사만이 아니라 반드시 한 두 마디 말을 걸도록 신경을 썼다. 자주 눈에 띄는 도둑고양이 이야기, 근처 벚꽃 명소의 꽃소식, 낡은 냄비를 버릴 수 있는 요일 등 대화 소재는 무궁무진했다. (...)

 노년에 고립되지 않는 살려면 그만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단골 술집이나 센터라도 좋으니 부지런히 얼굴을 내밀 장소를 만들어 두라고 권하고 싶다. 최근에는 라디오 체조가 붐을 일으키고 있으니 지하철역 앞이나 가까운 공원에서 사람들이 모여 라디어 체조를 하는 것을 보면 말을 건네고 참가해보는 건 어떨까?

 처음에는 안녕하세요?’ 정도겠지만 매일 얼굴을 마주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중요한 일이다. 일이 있어서 빠지기라도 하면 ‘OO, 무슨 일이있나? 내일도 나오지 않으면 집에 가는 길에 잠시 들려봐야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반드시 생긴다. 그저 별 게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런 마음가짐이 혼자 사는 노년 고립된 삶을 가르는 경계선이 된다. 112-115p

 

 사이토 시게타는 인생의 특징을 유머러스하게 파악한 수필을 많이 썼다. 그 중에서도 [40%의 마누라]가 걸작이다. 시게타 씨의 아내는 ‘40%의 마누라를 자칭하고 있고, 시게타 씨는 그것을 매우 만족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시게타씨는 아내를 포함한 타인은 자신과는 다른 인격체이므로 내가 생각하는 바람의 절반 정도를 충족해 주는 것만으로도 크게 만족해야 한다고 썼다. 더욱이 나이가 들면 모든 기대 수준을 80% 정도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서 바라는 것의 8할이 이루어졌다면 만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함께 나이를 먹고 있는 아내에게 이랬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50% x 0.8 = 40% 이루어졌다면 만족해야 하고, 객관적으로도 합격점이라 말하고 있다.  ‘40%의 마누라는 훌륭히 합격점을 받을만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서로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대부분의 부부는 합격점을 받으며 잘 살아갈 수 있다. 47-48p

 

 불교에서는 과거를 한탄하지 마라. 상대방을 탓하지 마라. 아무리 그렇게 해봐도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왜냐하면 이 세상에서 바꿀 수 있는 것은 현재와 나 자신뿐이다. 바꾸고 싶다면 먼저 내 자신이 바뀔 것. 그렇게 하면 언젠가 상대방도 바뀌게 된다고 가르친다. 상대방을 바꾸려면 내 자신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다정한 말을 듣기 위해서는 먼저 내가 상대방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야 한다. 다정한 말에는 반드시 다정한 말이 되돌아온다. 상대방을 바꾸는 것은 이 방법 외에는 없다. (...)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한 가지 비책이 있다. 그 비책은 상대방을 바꾸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프랑스 소설가 사르돈느의 말이다. 특히 정년 후는 부부가 하루 종일 얼굴을 맞대고 있을 때가 많다. 그러므로 좋은 부부가 되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자신이 제일 불행해질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좋은 결혼은 있지만 황홀할 정도로 즐겁기만한 결혼은 없다 프랑스 잠언가 라 로슈프코의 말은 명언 중의 명언이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도 좋은 결혼은 있을 수 없다. (...) 이제와서 서비스라니? 아니면 이제 와서 남편에게 뭔가를 해준다고..? 하면서 노력을 포기해버리면 그 벌은 반드시 본인에게 돌아온다. 155-159p

 

 어쩌면 우리 부모님이 올해 안에 두 분 다 은퇴를 하셔서 이 책이 나에게 더 직접적으로 왔는지도 모르겠다. 남편 재택 스트레스 증후군에 대한 내용이 부부로 늙어가는 내용에 상당 부분을 차지 하고 있는데, 웃기게도 나 역시 집에 안 계시던 부모님이 집에 내내 계실 거라는 생각에 벌써부터 스트레스가 가득하다. 어서 독립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나에게는 독립이라는 새로운 장을 열게 해줄 좋은 자극이지만 부부는 따로 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 것이 좋은 일이 아니니까 이 책을 읽으면서 서로를 이해해 가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위의 M씨처럼 전업주부로 살아가는 나를 상상할 수가 없다. 전업주부의 삶을 비하하려는 것이 아니라 나는 도저히 가족들의 인정과 자기만족 만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다. 전업주부의 일은 잘할 때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고, 못 할 때만 주로 눈에 들어오는 최악의 일이다. 그 일만으로 스스로 만족하고 살 수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다른 일도 많이 하고 싶다. 실제적으로 결과물이 나오는 일들을 하고 싶다. 인간관계를 더 넓히고 가족 이외의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면서 살고 싶다. 그리고 집에서만 지내는 삶이 싫어서, 사회에서 나를 필요로 한다고 느끼고 싶어서 평생 일하고 싶다. 이 책에서는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고 있어서 다시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 역시 나온다.

 

 사소한 일이나 하느니 차라리 노는 것이 낫다고 말하는 사람에게는 언젠가는 매일 매일이 휴일이라면 노는 것이나 일하는 것이나 똑같이 지루한 것이 될 것이다 고 말한 영국의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말이 가슴에 와 닿을 것이다.

 정년을 맞이하는 해가 되었는데 마침 일자리 제안이 들어온다면 이것도 뭔가 인연이다라고 감사히 여기며 저울질 하지 말고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기대하는 수입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원래 자산이나 연금 같은 것도 있을 터이니 생활하는데 별다른 곤란이 엇다면 사회와의 접점도 확보하고 용돈도 받을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 (...)

 아무튼 정년 퇴직 후에는 지금까지의 자신과는 선을 긋고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사회에 참가하는 것이라 생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을 이런 자각에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중요한 자리는 아닐지 모르지만 그만큼 업무가 편하고 책임도 가벼울 수도 있다. 스트레스 없이 일을 즐기고 있다고 말하면서 작은 업무지만 활기차게 해내고 있는 선배나 지인들을 본 적이 있다. 이런 업무 스타일은 가족의 생활을 책임져야 했던 현역 시절에는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었던 것이다. 즐기면서 일할 수 있으니 어떤 의미에서는 최고의 일하는 방식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겠다. 170-172p


 어차피 나이를 되돌릴 수 없다. 나이가 들면서 젊음에 대한 열망이 커지기도 하는데, 곰곰이 생각하보면 젊었을 때가 그렇게 좋지만도 않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물론 내가 경험적으로 느껴본 것은 아니지만, 나는 일단 10대때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눈꼽만큼도 없다. 올해 30살에 진입했는데 20대 초반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없다. 물론 후회되는 부분도 있지만 지금까지 충실히 채워온 삶에 만족하고, 지금의 나의 모습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또 귀찮아서. 다시 살기 너무 귀찮다. 10 20대 때의 나는 진짜 고민이 너무 많았다. 즐겁고 행복한 순간들이 많았던 만큼 정말 너무나도 힘들고, 이대로 생을 마감할까 생각했던 순간도 있었다. 아마 나이들어서도 그렇게 느낄 것 같다.

 30, 40대를 어떻게 보낼지는 모르겠지만 일반적인 모습으로 떠올려보았다. 결혼을 한다면 부부 간에 서로 안 맞는 부분 때문에 몇 년 힘들고, 그 다음에는 아이를 낳아 기르느라 아이들 때문에, 또 육아 때문에 부부간에 또 힘들거다. 그렇게 고생고생해서 다시 나의 삶으로 돌아왔는데 굳이 시간을 되돌려 젊음을 손에 넣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리 원한다고 해도 젊음을 손에 넣을 수 없으니까 합리화 대장인 내가 그런 생각을 안 할 것 같다.

 

 책에서 이야기했듯이 어차피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시선을 앞으로의 인생으로 돌리자. 평생 나의 살을 내가 책임질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자. 그리고 이 책을 잘 보관해두고 10년에 한 번씩, 40, 50, 60살 이렇게 읽으면서 멋지게 기분좋게 늙어봐야겠다. 은퇴 후의 삶, 사랑 그리고 죽음까지- 얼마전에 읽은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다]에 나왔던 재택사까지 - 이야기해주는 책이라 그때마다 다른 무게로 나를 자극시켜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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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깨비 2016-04-10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구절절 마음에 와닿는 글입니다. 좋은 리뷰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