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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해도 괜찮아 - 여의사의 행복하고 건강한 다이어트
김유현 지음 / 문예춘추사 / 2015년 5월
평점 :
http://blog.naver.com/1to9/220377869281
내가 쓴 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리뷰를 남겨야할지 고민을 하다가 지금까지 책을 리뷰하는 것처럼 일단 정리해봤다. 사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 모든 구절을 다 발췌하고 싶기도 했지만 그랬다가는 출판사에 미안하니까 그 중에서도 특별히 마음을 담은 부분을 뽑아봤다.
의사 국가고시가 다가오면서 진로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환자가 많고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큰 병원으로 지원해보라는 권유도 많이 받았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동기들, 선후배, 교수님들과의 관계가 너무 아깝다고 생각이 들었고 큰 병원에 가 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지만 자신이 없었다. 각 병원의 교육 수련부에서 내 성적이면 걱정 안 해도 된다는 대답을 들어놓고서도 왜 이렇게 내가 겁을 내는지 처음에는 이해가 안 갔다.
‘떨어질까봐 걱정하는 건 아닌데, 왜 이렇게 자신이 없지?’
내 머릿속을 뒤지다가 깊숙하게 눌러두었던 나의 진심을 깨달아버렸다. 항상 나를 괴롭혔던 생각이 문제였다.
‘이렇게 뚱뚱하고 못난 나를 좋아해줄 사람은 없어.’
나를 6년 동안 알아 온 우리 학교 사람들하고가 아니라면 나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잘 지낼 수 없을 것 같았다.
아, 이렇게 스스로에 대해 자신이 없었구나. 콤플렉스에 시달리고, 한편으로는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내가 싫어서 혼자 계속 구멍 안으로 파고들었다.
‘그냥 이대로 갈까? 나갈까? 나가서 왕따가 되더라도 해볼까?’
결국 나는 친한 친구들 몇 명과 함께 외부 병원인 아산병원에 지원했다. 그래도 혼자보다는 낫겠지 위안하면서. 발 표날, 다행히 함께 지원한 친구들도 다 같이 합격했다! 기쁜 마음이 왈칵 올라오면서도 그 안쪽에서는 정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됐다는 압박이 생겨났다. 마음 깊은 곳에서 ‘너, 뚱둥한데 괜찮겠어? 아무도 널 좋아해 주지 않을 텐데?’ 라는 속삭임이 들렸다. 오리엔테이션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더 초조해졌다.
‘에라이! 계속 이렇게 살아왔는데 이제 와서 어쩌겠어?! 그냥 재미있게 놀고 올테다!’
내가 마음을 열고 있어서 그랬는지 걱정했던 것과 달리 사람들과 잘 어울렸고 게임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장기자랑으로 무대에 올라가 노래를 불러서 상품으로 자전거까지 받았다.
‘어라, 난 못나고 뚱뚱한데 왜 잘 지낼 수 있는거지? 여기서는 딱히 성적이 좋은 것도 아니고, 다들 똑같은 의사인데.. 뭐지?’
이상하고 신기했다. 대학 때나 지금이나 체중은 거의 비슷했다. 옛날에는 뚱뚱한 내가 있을 자리가 없다고 생각하고 주눅 들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서일까? 예전에는 뚱뚱한 내가 말을 걸면 싫어할 거라고 생각해서 조심스러웠는데, 그런 걱정을 뒤로 하고 내가 먼저 다가가서 이렇게 달라진건가?
외모가 변하지는 않았지만 내 태도와 마음가짐이 달라졌구나! 외모가 전부라고 생각하고 사람을 어려워 하고 피하던 나였기에 어느 순간 겉모습을 진짜 전부라고 착각하고 있었구나. 물론 예쁘고 날씬하면 살기엔 더 편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저 그런 외모로도 이렇게 첫 만남에서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었다니 놀라웠다. 38-40p
과거의 나는 뚱뚱한 자신을 미워해야만 다이어트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왜냐하면 살이 찐 자신을 사랑하면 그 모습에 만족하게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반대로 다이어트를 포기했을 때는, 뚱뚱한 자신을 사랑하니까 다이어트 할 수 없다는 핑계를 댔다. 나는 살이 찐 상태로도 충분히 행복하고, 또 잘 살고 있다고 스스로를 납득시켰다. 확실히 뚱뚱함이 나를 불행하게 만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 건강과 행복에 방해가 되는 것은 분명했다. 뚱뚱해도 괜찮은 척 하다가 혼자 있을 때면 그 반동으로 더 심하게 폭식한 적도 많았고.
자신을 진짜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것도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그것이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이었는지 깨닫는 데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체중이 나가는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되면서 처음에는 다이어트를 포기할 마음도 없지는 않았다. 그런데 점점 사랑하는 나를 위해서, 내가 건강하고 행복해지기 위해서 노력하고 싶어졌다. 감량해야만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감량하고 싶다는 소망으로 바뀌었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도 그랬지만 다이어트와 건강한 생활습관을 꾸준히 유지하는 데에도 도움이 됐다.
평생 뚱뚱한 것을 미워하며 지낸다고 상상해 보자. 잠깐 자신을 몰아붙이면서 감량할 수는 있겠지만, 과거의 나처럼 20~30킬로그램은 빼야 한다면 그 오랜 기간을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정상 체중에서 5킬로그램 정도 더 나가는 과체중이라면 뚱둥함을 미워하면서도 조금만 날씬해져도 스스로를 좋아해 줄 수 있겠지. 그런데 나는 뚱뚱한 것을 엄청 미워하면서 10킬로그램을 줄여도, 심지어 20킬로그램을 줄여도 여전히 뚱뚱하기만 했다. 그 정도로 날씬하재지 않았다. 그래서 10킬로그램을 빼고도 나 자신이, 그리고 스스로를 학대하게 만드는 세상이 미워서 더 감량하기보다는 포기해버렸다.
감량하고 나서도 문제다. 뚱뚱한 것을 미워하면 기껏 살을 빼고도 ‘다시 살이 찌지는 않을까?’ 하는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늘 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그 마음으로 더 잘 버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은 그 마음이 독이 되어 폭식과 요요 현상을 경험했다.
이번에는 반대로 해 보자. 뚱뚱해도 괜찮지만 기왕이면 사랑하는 자신을 돌봐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163-164p
다이어트 클리닉이든 무슨 제품이든 상담 받으러 가면 ‘지금 당신은 엄청나게 뚱둥하니까 이 방법을 택해야 한다. 이 방법 없이는 힘들지만, 이 방법만 잘 따르면 살이 술술술 빠진다!’ 라고 이야기한다. 초장부터 안 그래도 부족한 자신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어준다. 과거에 100킬로그램 정도 나갔을 때는 내가 그렇게 체중이 나가니까 상담원이 그렇게 이야기한다고 생각했는데 60킬로그램대가 되어서도 내가 살을 빼지 않으면 이 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이야기 하더라.
그렇게 느끼게 만드는 것도 짜증났지만, 이 방법 없이는 안 될 것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 싫었다. 그렇게 되면 초반에 살을 빼더라도 혼자서는 역시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고 결국에는 자신의 몸을 믿지 못하고, 모든 것을 남에게 의존하게 된다. 나 혼자서는 음식, 운동을 결정하지 못할 것라고 여기게 된다. 문제는 평생 그렇게 의존하면 안 된다는 것. 건강식품이나 약을 먹든 PT를 받든 상관없이, 온갖 문제가 생기고 비용도 어마어마하게 들 것이다.
그러니까 어떤 방법을 선택을 하든 ‘살을 내가 빼는 거야!’라고 생각하면서 진행하고, 일단 끝내고 나서 혼자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고민하자. 혹시라도 살이 안 빠지는 상황이 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왜 나는 살이 안 빠질까요?’ 라고 물어보지 말고 자신에게 물어보자. 내가 많이 먹지는 않았는지, 운동을 대충하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내가 고쳐볼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조금씩 고쳐 나가는 거다. 202-203p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글도 다시 안 읽어보는 내가, 내가 쓴 글을 그것도 책으로 출판된 글을 읽다보니 굉장히 어색했다. 그래도 리뷰를 남겨야겠다는 일념으로 다시 읽어봤다.
가능한 객관적으로 이 책의 강점과 약점을 정리해보면 이 책의 가장 큰 약점은 내가 뱃살이 넉넉한 다이어터라는 것이다. 배가 왕자가 있는 몸짱 의사이기는커녕 삼겹살이 있는 사람이다. 날씬해지는 것을 알려주는 책도 아니다. 운동 방법이 잘 나와있고, 사진이 큼직하게 있는 책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 ‘뚱뚱해도 괜찮아’ 라는 책의 강점은? 정말 뚱뚱해본 사람의 책이라는 것. 아직도 기억나는데 다이어트책을 낸 여자 교수님이었는데 키가 165cm에 자기가 뚱뚱했을 때의 이야기를 하는데 60kg에 육박하는 체중이라는 표현을 써서 울컥했었다. 육박이라는 표현은 나처럼 키 162cm에 100kg에 육박했을 때 쓰는 거라고 생각했으니가. 물론 각자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의사가 책을 내면서 165cm에 건강체중에 속하는 60kg (도 채 안되는 무게)를 문제가 되는 것처럼 이야기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거든. 어쨌든 그렇게 나의 경험담이 많이 담겨있고, 의사로서의 의학적 지식 역시 살짝 버무려져있다.
이 책 ‘뚱뚱해도 괜찮아’를 통해서 다른 것보다 과거의 나처럼 자기자신을 더 몰아붙이고 우울하게 만들고 있는 분들에게 위로를 드리고 싶었다. 채찍질이 아니라 따뜻한 응원으로도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 노력하게 될 수 있음을 알려드리고 싶었다.
지금 나는 이 책의 사진들 중에서 제일 날씬했을 때보다 살이 쪘다. 그렇지만 나는 그게 부끄럽지 않다. 여전히 나는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고 얼마전에는 15K 마라톤을 완주했다. 마지막은 이 책을 통해서 가장 전하고 싶었던 구절으로.
살쪘다고 다이어트를 포기하지 말고, 살 빠졌다고 들떠서 만히 먹지도 말자. 운동을 하루 못 갔다고? 일주일이나 한 달 동안 못할 수도 있는게 현실이다. 살다 보면 초콜릿도 먹을 수 있고, 과식할 수도 있고, 폭식할 수도 있고, 심지어 체중이 오를 수도 잇다. 그것을 ‘실패’라고 여기고 포기해 버리면 정말로 실패한다.
새해에 굳건히 결심한 바를 이루려면 평균 일곱 번은 시도해야 한단다. 그러니 설령 다이어트 하다가 중간에 주저 앉더라도 아주 잠깐 넘어진 것 뿐이다. 얼른 다시 일어나면 된다!
결국 다이어트의 정답은 다들 알고 있는 식이요법, 운동. 평생, 그 습관을 유지하는 것 뿐이다.
‘펴, 평생..? 으아, 숨막혀!’
혹시 이렇게 생각하진 않는가? 그럴 때면 양치질을 떠올려 보자. 평생 양치질을 해야 하지만 숨이 컥 막히고 답답하지는 않다. 한 번 양치질 못했다고 자학하거나 다시는 양치질 안하겠다면서 치약과 칫솔을 던져 버리지도 않는다. 그냥 바로 양치질을 하거나 다음 끼니를 먹고 하면 된다.
다이어트도 그렇게 양치질처럼 해보자. 귀찮은 건 사실이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조금 많이 먹거나 운동 못했다고 자신을 마구 몰아붙이지 말고!! 그냥 아차 했을 때 바로 고치면 된다.
물론 이렇게 하려면 꽤 많은 노력을 들여야 한다. 구변에서 한 소리씩 던질 테니까.
“그렇게 해서 언제 다 뺄래?”
“너, 다이어트 하고 있다면서 그거 먹어도 돼?”
“엥? 다이어트 한다더니 별로 안 빠졌네.”
그런 사람들까지 우리가 컨트롤할 수는 없다. 그 사람들이 변하길 바라는 것은 앞서 말했듯이 ‘전세계에 카펫을 깔려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지 말고 발에 푹신한 슬리퍼를 신자. 지금 시도하려면 방법이 결국 자신에게 좋은 것이라는 사실을 믿어보자. 누군가를 납득시키려고 하지 말고, 그냥 묵묵히 따르자. 238-23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