엣지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13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
제프리 디버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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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디버는 아마도 '애거서 크리스티'를 제외하면 단일작가의 작품수로는 내가 가장 많이 읽은 작가가 될 것이다. 그저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었는데, 사실 난 그의 열혈팬이 아니다. 라임 시리즈 1,2편인 '본 컬렉터'와 '코핀 댄서' 이후로는 한번도 흡족한 작품을 만난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정도의 완성도를 다시 한번 보고싶다는 기대감이 많이 작용했던 것 같다.

디버의 작품들은 크게 라임 시리즈를 필두로 한 시리즈물과 스탠드얼론(독립형 작품)으로 나누어지는데, 그의 경우는 전자에 비해 후자의 완성도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시리즈물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 나의 개인적 취향과는 별개로, 아무래도 그는 시리즈물에 더 많은 애착을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

본작 '엣지'는 스탠드얼론이다. 역시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집어든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디버의 작품으로 믿기 힘들 정도의 졸작 수준이다. 유명작가가 매너리즘에 빠지는 모습이야 흔한 일이지만, 이 책의 경우는 솔직히 집필의 의도가 의심될 정도로 내용이 빈약하다. 주인공을 비롯한 여러 캐릭터들도 평면적이며, 대사 또한 사설이 많고 별다른 위트감이 묻어있지 않다.

중반부 이후에는 솔직히 너무 지루해서 속독으로 대충 읽고 페이지를 넘길 수 밖에 없었다. 바로 전에 읽었던 '요 네스뵈'의 '레오파드'를 그 두꺼운 분량에도 불구하고 문장 하나하나에 몰입해서 읽었던 것과 비교하면, 막말로 초보작가 수준으로 느껴질 정도다. '남겨진 자들' 이후 계속적으로 지적해온 식상한 페이크씬 역시 어김없이 등장한다. 언제나 평균이상은 한다는 믿음을 가졌던 디버와의 인연도 이제는 추억으로 남겨질 듯 하다.

<사족> 사전에도 없는 은어나 신조어를 번역하느라 진땀을 흘렸을 번역가를 생각하면 별로 트집잡고 싶은 생각이 없지만, 고심의 결과물이었을 '칠꾼'이니 '캘꾼'이니 하는 희한한 단어는 아무리 생각해도 민망스럽다. 차라리 '집행자'와 '심문자' 정도로 편하게 번역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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