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스 오브 디셉션 롤스 오브 Rules of 시리즈 1
크리스토퍼 라이히 지음, 이정윤 옮김 / 프리뷰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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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듣는 생소한 작가가 2008년에 발표한 이 소설은 화려한 성과와 추천사들로 도배가 되어있다. 스타작가들의 평범한 신작보다 신인들의 그야말로 흙속의 진주같은 작품들을 발견할 때의 기분이 훨씬 짜릿한 만큼, 상당한 기대감을 안고 읽어나갔다.

주인공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적들에게 영문도 모른체 쫓기며 거대한 음모에 휘말린다는 설정은, 그동안 수많은 소설과 영화에서 다루었던 너무나 익숙한 플롯이다. 추격을 피하면서 차츰 드러나는 적의 정체와 충격적인 음모,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벌어지는 긴박한 상황들과 총격전 등의 스릴넘치는 액션이야말로 이러한 플롯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묘미가 아니겠는가. 문제는 작가가 이렇게 익숙한 플롯을 택한 만큼, 예상을 뛰어넘는 그 무엇을 보여줘야만 한다는 데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초반의 그럴듯한 전개와 달리 갈수록 내러티브가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인공 일행은 위협을 피해 줄곧 고생을 하며 도망다니고 또 어딘가를 찾아다니지만, 왜 그래야만 하는지 도무지 공감하기가 힘이 들 정도로 상황에 몰입이 안된다. 극중의 인물들은 생사를 넘나들며, 국가간의 거대한 프로젝트는 긴박하게 돌아가는데, 그냥 강건너 불구경하는 느낌인 것이다.

작가가 전체적인 틀을 짜는 방법이나, 캐릭터 구축력, 대사, 디테일 등 거의 모든 면에서 함량미달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복잡한 복선이나 구성과는 상관없이 극의 흐름 만큼은 분명하게 감정이입과 전달이 되어야만 한다. 거기에 장면장면의 세심한 연결과 배치, 그리고 적절한 완급과 강약조절 등으로 독자들의 호흡을 쥐락펴락할 때 진정한 프로작가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요즘같은 시대에 세계적인 화제작이라면 거의 실시간으로 정보를 접할 수가 있다. 실제 작품의 수준을 고려하면 이렇게 과도한 추천사는 사실 납득하기가 어렵다. 과장광고라면 분명 자제되어야만 할 것이다.

<사족> 유려하지 못하고 맥을 끊는 듯한 딱딱한 번역 역시 작품의 질을 떨어뜨리는데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 덕분에 3부작 형식으로 속편들이 출시될 예정이라고 하지만, 전혀 관심두지 않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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