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이동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7-2 미치 랩 시리즈 1
빈스 플린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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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스 플린의 글은 전작 '임기종료'에서도 충분히 감지한 바 있지만, 이미 10년이나 지난 1999년작임을 감안하더라도 전혀 구닥다리라는 느낌이 들지않고 여전히 무시무시한 속도감을 자랑한다.

일반인들은 잘 알지 못하는 FBI, CIA, 그리고 대통령경호실 등, 미국 특수기관들의 시스템에 관한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사실감넘치는 상황묘사와, 영화 시나리오를 방불케하는 드라마틱하고 직선적인 대사들은 이 작가의 독보적이면서도 차별화된 특징이자 장점이다.

하지만 그와 아울러 전작에서 느꼈던 사소한 문제점이 이 작품에 와서는 심각한 수준으로 부각되었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가 없다. 부패정치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불법적인 살인을 자행하던 주인공을 영웅화시켰던 전작에 비해 이 작품에서는 적어도 그런 순진(?)하고 위험천만한 발상은 보이지 않는다. 그보다는 너무나 도식적으로 굳어져버린 선악구도와 미국최고를 부르짖는 노골적인 우월주의가 오히려 발목을 잡고있다.

액션영화를 보다보면 당연히 주인공의 편에 서서 감정이입이 되어야함에도, 오히려 악인의 편을 들게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주인공이 부상을 당한다거나 붙잡혀서 고문을 당하는 정도의 진부한 장치 따위로는 무마되기 힘든 보다 근원적인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데, 바로 캐릭터와 전체적인 상황을 바라보는 작가의 편향적인 시각이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처음에 악의 무리들이 상황을 장악하는 듯 보이지만, 남은 것은 결국 듬직한 미국의 초강력 주인공 무리들에 의해 무참하게 괴멸될 장면일 뿐이며, 그러한 영웅만들기에 집중하는 작가의 사고방식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부통령과의 갈등 등 곁가지를 치긴 했지만 이미 예상된 결말에는 전혀 변수로 작용하지 않는다. 마치 미국국민들에게 델타포스니 대테러 특수요원이니 하는 세계최고의 인재들이 있으니 안심하시라는 홍보영화를 보는 듯하다. 스릴러라는 장르가 별로 긴장이 되지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 작품은 전작에 비해 발전한 점도 있지만, 오히려 퇴보하거나 작가의 한계가 보이는 아쉬움도 분명 존재한다. 단순하고 시원한 액션만을 원한다면 충분한 만족감을 얻겠지만, 작가의 스타일상 그 이상을 기대하긴 힘들 듯 하다. 앞으로 이 작가의 또다른 작품을 굳이 찾아 읽을것 같지는 않다. 

<사족> 이 작가가 FOX사의 인기드라마 '24'시리즈에 자문역할을 맡은 것으로도 알려져있는데, 24의 전시즌을 이미 감상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확실히 몇몇 시즌에서 차용한 듯한 설정도 보인다. 백악관 공격은 시즌7, 부통령의 도발은 시즌6에서 비슷하게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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