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반의 자화상
제프리 아처 지음, 이선혜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제프리 아처'라는 작가는 이 책으로 처음 접하는데도 왠지 이름이 낯설지가 않다. 작가 프로필을 보면 영국출신으로 상원의원까지 거친 이색적이면서도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로 소개되어 있다.

다소 심심한 책표지 디자인과는 달리 초반 몇페이지를 읽는 순간 작가의 필력이 심상치않음을 느꼈다. 캐릭터 구축력과 이야기를 끌고가는 힘이 좋고, 또한 대단히 스피디하다. 내용에 관한 사전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미술품에 관한 고풍스런 스토리를 예상하다가, 초반부 9.11테러사건이 등장하는 장면에선 깜짝 놀라기까지 했다.

이 작가의 글은 자연스럽게 '시드니 셀던'을 떠올리게 한다. 글쓰는 스타일이 너무나 흡사하다. 7~80년대를 주름잡았던 셀던의 작품들은 이후 수많은 소설가와 지망생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한데, 이 작가도 예외는 아닌듯 하다.

문제는 이미 셀던류의 스타일은 흘러간 트렌드라는 점이다. 이 작품은 초중반부까지 짧게 끊어치는 특유의 스피디한 전개와 드라마틱한 대사들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쉴새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하지만 마치 드라마의 하일라이트만 계속해서 보는 듯한 숨가쁜 전개에 오히려 감정이입이 안되고 점점 방관자적인 자세를 취하게 만드는 단점들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과유불급이란 느낌이 떠나질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밀한 사전조사가 동반되었을 작가의 미술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또한 그것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내는 능력은 감탄을 자아낼만 하다.  


이 작품의 모티프라 할 수 있는 붕대를 감은 반고흐의 두 가지 자화상

이 책에서는 특히 왼쪽에 있는 일본그림을 배경으로 둔 자화상을 둘러싼 암투를 그리고 있는데, 개인소장품이라고 한다. 덕분에 미술에 대한 관심을 좀 더 가질 수 있는 계기를 얻었다면, 이 작품이 선사하는 자그마한 미덕이라 생각해도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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