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위원회 모중석 스릴러 클럽 20
그렉 허위츠 지음, 김진석 옮김 / 비채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이 작가는 영화로도 몇차례 만들어진 그 유명한 '퍼니셔'의 원작자라고 소개가 되어있는데,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보아도 그것을 입증할 만한 검색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요즘 장르소설들이 허위 또는 과장광고를 심심치않게 해대는 통에 괜시리 뒷맛이 찜찜해진다.

사소한 우려와 달리 이 작품은 초반부터 상당히 밀도있는 글솜씨를 보여준다. 주인공 부부의 미묘한 갈등과 주변 캐릭터들의 디테일하고 사실적인 심리묘사는 탄성을 자아낼만큼 치밀하다. 그 반작용으로 내용전개가 다소 늘어지는 면도 없지않으나, 딱히 지루하지는 않을 정도의 흐름으로 조절되어있다.

흥미로운 초반부가 넘어가면 아무래도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내용이 펼쳐지는데, 이 책이 2003년도에 발표되었음을 되새겨보면 어느 정도 수긍이 된다. 법망을 교묘히 피해가는 악질범죄자들을 직접 처단하고자하는 정의의 수호자들... 이것은 그야말로 액션영화와 만화들의 단골소재가 아니던가...

하지만 이러한 플롯은 필경 예정된 수순을 밟아야만 하는 단점을 안고있다. 왜냐하면 그들 역시 결국은 똑같은 범죄자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느정도 예상된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중후반부에 가서는 내용의 집중도가 많이 떨어진다. 처단해야할 범죄자들을 선택하고 사전준비하는 과정은 과감하게 줄이고, 오히려 위원회 동료들간의 갈등구조를 좀더 긴장감있게 살리는 편이 좋지않았나 싶다. 통쾌한 액션도 치밀한 심리극도 아닌 어정쩡한 모양새를 취하는 바람에, 단순명쾌하고 거세게 몰아쳤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이 책은 번역이 역시나 치명적인 문제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반부 주인공이 위원회에 합류하면서 동료들에게 쓰는 어투가 죄다 높임말로 설정되어 있는데, 이것이 전직 특수부대출신의 강인한 모습을 보여야할 주인공의 성격을 오히려 우유부단하고 나약한 모습으로 만들고있다. 특히 갈등의 중심이 되는 두 형제를 상대로한 대화체는 도무지 납득하기가 어렵다. 자신이 팀의 리더이고 형제가 그를 따르는 역할을 하고있는 이상 당연히 처음부터 반말로 갔어야 이후의 흐름이 매끄러워진다. 작품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이런 번역의 문제는 제발 더이상 만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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