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래그먼트 - 5억년을 기다려온 생물학적 재앙!
워렌 페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내추럴 셀렉션'이란 어이없는 졸작보다는 그나마 약간 나은 수준이다. 적어도 전체적인 플롯은 나름대로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이니 말이다.

역시 한 편의 크리쳐물 영화를 만든다는 기분으로 쓰여진 듯, 대사들이나 상황이 거의 영화 시나리오를 읽는 느낌이다. 문제는 그 영화가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정작 자세한 묘사가 필요한 괴물들과 인간들의 사투는 생략이 많고, 아디다스 운동화니, 바나나리퍼블릭 셔츠니 하는 등장인물들의 시시콜콜한 의상따위에는 쓸데없이 신경을 많이 쓴다. 대사들도 억지로 짜넣은 듯 작위적이고 재미가 없다. DNA, RNA니, 갑각류와 지구의 역사 등에 관한 자료조사는 많이 한 것 같은데, 이것을 소설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넣지 못하고 노골적으로 드러내다보니 지루하고 부담스럽다. 

몇몇 액션시퀀스는 긴장감이 있고, 속도감도 좋다. 하지만 부족한 필력으로 인해 미지의 세계와 여러 상황들이 눈앞에 펼쳐지듯 생생히 그려지지 않고, 그냥 대충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들이 많다. 후반부에 인간들과 소통하는 괴물들이 등장하면서, 이 소설은 리얼리티를 거의 포기하고 환상소설 수준으로 변질되어 버린다. 어차피 이럴거면 그 복잡스런 학문적 자료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남녀주인공의 유치한 로맨스와 분위기를 깨는 여러 인물들의 어색한 대사들, 흐름을 이어가지 못하고  맥을 끊는 구성과 강약조절의 미숙함 등, 전혀 프로수준에 못미치는 작가의 한계가 눈에 보인다. 거기에다 시간에 쫓겨 급하게 작업한 듯한 눈에 거슬리는 번역도 단단히 한몫 하고있다.

<사족> 마이클 크라이튼의 '쥬라기공원'은 아예 비교대상이 될 수가 없고, 그나마 덜 알려진 '콩고' 조차도 얼마나 잘쓰여진 작품인지 다시한번 깨닫게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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