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소녀
잭 케첨 지음, 전행선 옮김 / 크롭써클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이 소설이 만약 실화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 아니었다면, 과연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

저자는 화자를 1인칭, 그것도 이웃집에 사는 소년의 시점으로 제한함으로써 글의 수위를 교묘하게 조절하고는 있다. 즉, 싸이코패스의 행동을 소년이 직접 목격하지 않는 이상, 독자들도 그 실체를 절대로 알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직간접적으로 시시각각 전해져오는 상상을 초월하는 잔혹함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중간에 몇번씩 책을 놓거나 한동안 거친 호흡과 울렁증을 격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인간이 과연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있어서, 이 책은 그 끝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등장인물들이 모두 십대초반의 아이들인 점이 더욱 엽기적인데, 아무리 실화라고 해도 도저히 믿기가 힘들다.

정말 막장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내용에 비해, 저자의 글쏨씨는 상당히 괜찮은 편이다. 만약 누군가에게 이 책을 추천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면, 그다지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결국은 각자가 판단할 몫이다.

<사족> 이 책을 읽고 한동안 형언할 수 없는 불쾌함, 우울함, 그리고 대상이 불분명한 분노 따위에 시달렸다. 근래에 프랑스영화 '마터스(Martyrs)'를 보고나서 며칠동안 끙끙 앓았던, 결코 떠올리고 싶지않은 끔찍한 기억까지 되살아나 더욱 고약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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