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 자살 노트를 쓰는 살인자,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2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양들의 침묵 이후 최고의 작품이라는 광고문구를 내세운 이 소설은 내용의 주요부분으로 거론되는 디지털카메라라는 매체가 최초로 등장할 무렵을 배경으로 하고있듯이 1996년작이다. 요즘 봇물처럼 쏟아져나오는 대부분의 추리, 스릴러물이 그러하듯 강산이 변하고도 한참 지났을 무려 15년전 작품이란 얘기다. 우리나라 출판계는 유독 장르문학에 있어서 왜 이렇게 뒷북만 치는지 모르겠다.

당연한 결과로 마이클 코넬리라는 작가도 이 작품으로 처음 접하는 꼴이 되었다. 검색해보니 해리 보슈라는 시리즈물을 비롯하여 20편 가까이 되는 흥행작을 보유한 엄청난 인기작가인 모양이다. 뭐, 어쨌든 이렇게 뒤늦게라도 알게됐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또한번 자위할 수밖에 없다.

최근 그럴듯한 홍보문구나 광고와는 달리 형편없는 졸작들을 적잖이 경험한지라, 이런 장르의 소설들을 선택함에 있어 나름대로 신중한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준을 더욱 엄격하게 조정한 터였다. 초반 몇페이지를 읽는 순간 이 작품은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곧바로 느낄 수가 있었다. 

이 작가의 필력은 제프리 디버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의 탑클래스 수준이다.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적당한 분위기와 약간 느린듯한 템포로 서서히 몰아부치는 솜씨가 진한 만족감을 선사한다. 각각의 캐릭터들도 살아있고 대사 역시 군더더기없이 세련된 모습이다. 모든 문장은 철저하게 계산되어 치밀하게 구성된 탓에 독자의 심리를 확실하게 쥐락펴락한다.

단 한가지 아쉬운 점은 속편에 대한 여운을 주려고 일부러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마지막 반전을 한번 꼬는 바람에 범인의 정체와 범죄의 이유에 관한 설명이 다소 미흡해져 버렸다는 것이다. 이 작가 역시 의외의 범인설정이라는 장치에 대해서 약간의 강박관념이 있는 듯하다. 

양들의 침묵이 의외의 범인이나 반전때문에 명작으로 칭송받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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