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추럴 셀렉션
데이브 프리드먼 지음, 김윤택 외 옮김 / 지성사 / 200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래전 '킹콩'이나 '죠스'같은 영화의 성공 이후, 변종 괴생명체 또는 돌연변이 짐승을 다룬 일명 '크리쳐물'은 헐리우드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장르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화들은 아류라는 오명을 벗기 힘든 식상한 구성과 진부한 클리셰의 남발로 관객들에게 외면당하고 그저그런 3류공포물로 전락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간혹 뛰어난 감독들의 연출에 힘입어 탄생한 '쥬라기공원'이나 '에일리언' 같은 작품은 극히 드문 경우에 불과하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런 장르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도전한 듯한데, 아쉽게도 3류크리쳐물의 수준에서 단 한발짝도 나가지 못한 졸작이라 평할 수 밖에 없다. 작품의 내용을 떠나서 일단 문장력 자체가 도저히 프로작가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떨어진다. 캐릭터의 구축도 부실한데다 대사도 재미없으며, 분위기나 액션시퀀스의 묘사도 이 방면에 경험이 전혀 없음을 드러낸다. 영화의 교차편집을 흉내낸 듯한 어설픈 장면전환은 그저 실소만 나올 뿐이다. 

글쓰기에 관한 천재적인 감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데뷔작부터 범상치않은 작품을 내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도 저자는 그전에 신문이나 잡지의 기자경력이라든지 분명 글쓰기에 관한 나름대로의 훈련이 어느 정도 되어있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특출난 천재가 아닌 이상 프로작가가 되고자 한다면 소설작법에 관한 기본적인 공부가 분명 선행되어야만 한다. 적어도 불특정다수의 독자들에게 자신의 글이 읽히기를 원한다면 말이다.

이 소설은 전반적인 스토리의 구성에서 최소한의 기교라든지 고심한 흔적조차도 찾아볼 수가 없다. 괴물가오리의 이빨을 발견하면 주인공들은 곧바로 이빨전문가와 연락이 되고, 그 전문가는 순식간에 대단히 위험한 포식자 운운하며 보지도 못한 괴물의 구체적인 특징을 주억거린다. 그리고 또다시 사체에서 뇌를 채집하면, 금새 뇌전문가가 등장해서는 단 몇시간만에 엄청난 지능과 총알 몇방으론 어림도 없을 괴물의 가공할 맷집에 대해 줄줄 읊어댄다. 모든 상황은 이런식으로 이야기를 짜맞추기위해 억지로 끌어와서 붙이는 형국이다.

이 책은 저자도 문제가 많지만, 번역 또한 그에 못지않게 조악하다. 번역은 한명도 아니고 두명이나 되는데, 보아하니 부녀지간 아니면 사제지간인 듯 싶다. 생물학교수란 분이 전문용어에 대한 감수를 맡았을 테고, 실제 번역은 이런 소설을 좋아하는 딸 또는 제자가 비교적 손쉬운 작품이라는 판단아래 연습삼아 했을거라는데 내기를 걸어도 좋다. 

아마추어 작가에 아마추어 번역이 만났으니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 이렇게 밑천이 훤히 드러나는 글솜씨를 가지고 책을 펴낸 저자와 역자의 용기가 가상할 따름이다. 이러니 요즘은 개나소나 소설쓰고 번역하는 세상이라고 하나보다.

<사족> 요즘 소설책은 두께로 가격을 매기는지, 페이퍼백 재질의 싸구려 재생종이를 써서 무지막지하게 두껍기만 한 이 책의 정가는 무려 17,800원이다. 어이없는 출판사에, 어이없는 작가에, 어이없는 번역... 그저 쓴웃음만 나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