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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1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그들의 베스트셀러 목록을 통해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듯이, 아주 오래전부터 일본에서는 '추리소설'이란 장르에 대해 깊은 애정과 함께 존중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저급한 3류소설 정도로 치부해버리는 우리나라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다. 우리나라에서 자랑스레 내놓을만한 추리작가가 전무한 반면, 일본에서 수많은 추리작가들이 막대한 수입을 올리며 주류스타작가로 대접받는 것은 이러한 상반된 문화에서 탄생한 당연한 결과이다. 관중들이 열렬히 응원을 하면 할수록 선수들은 자극받아 더좋은 플레이를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기 마련이다. 그런만큼 오늘날 일본의 A급추리작가들은 그 수준이 영미권의 유명작가들에 결코 뒤지지않으며, 모두 상향평준화되어 있는듯한 느낌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와 함께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일본추리작가인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해본다. 2년전에 책을 사놓고도 그 엄청난 두께때문에 쉽게 손이 안가다가, 밀린 숙제를 하듯 1주일만에 완독을 했다.
명성이 높은 만큼 충분히 예상은 했었지만, 역시 필력이 좋다. 일본 작가들의 장기라 할 수 있는 인물들의 세밀한 심리묘사는 말할 것도 없고, 설득력있는 트라우마 구축과 스토리의 흐름을 조절하는 능력 등 모든 면에서 노련함이 물씬 풍긴다. 도합 1600페이지에 이르는 장대한 분량을 별다른 지루함없이 이끌어가는 솜씨가 놀랍기만 하다. 기나긴 이야기의 마무리도 극적 긴장감이 훌륭하고, 더불어 이 작품의 제목이 왜 '모방범'인가도 결국 마지막에 가서야 납득하게 된다.
<사족> 마지막 장면은 마치 영화 '어 퓨 굿 맨(A Few Good Men)'에서 잭 니콜슨이 보여주었던 소름끼치는 마지막 클라이막스 씬이 연상되어 더욱 인상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