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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금서
김진명 지음 / 새움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김진명 작가의 소설은 그동안 수많은 히트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비록 그 내용은 틀릴지언정 매 작품마다 대한민국의 역사와 정체성에 관한 일관된 주제의식을 투영하고 있는 작가라는 점은 익히 알고있었고, 이 책 역시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제목만 봐도 틀림없었다.
흥행이 보증된 상업작가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기대치도 그만큼 높다는 핸디캡이 뒤따르게 마련이다. 자칭 영화매니아라면 초반 5분정도만 봐도 감독의 연출수준을 가늠하듯, 책도 초반 몇페이지만 읽으면 작가의 스타일과 필력을 대번에 알아보는 법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강우석 영화감독이 생각났다. 나름 영화 좀 본다는 매니아들은 결코 인정하지 않지만, 그걸 비웃기라도 하듯 실미도 같은 영화로 천만관객을 달성해버린... 소수 매니아보다 대다수의 일반대중들을 타겟으로 어필하는 감독말이다. 이 책도 그렇게 눈높이가 낮은 소설이다. 추리스릴러 형식을 띄고 있으면서 선생이 학생 가르치듯 너무나 친절하고 수고스럽게도 일일이 상황을 설명해주고 있다. 독자는 아무 생각없이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이 소설을 통해 작가가 하고싶은 말이 무엇인지는 삼척동자도 알 것이다. 이만큼 주입식 교육을 받고도 모른다면, 딴생각 하면서 읽었다는 말밖에 안된다. 등장인물의 대사를 통해 나오는 장황한 역사 브리핑은 작가가 그동한 조사한 자료들의 요약본이라 봐도 무방하다. 그러다보니 순수한 소설로서의 재미가 많이 반감되어 버렸다. 문장의 기교나 흡입력도 그다지 만족스럽지가 않다.
기대를 해서일까, 아뭏든 아쉬움이 많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