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종료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7-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7
빈스 플린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래전 알란 폴섬의 '모레'를 접했을 때 느꼈던 짜릿함을 다시한번 맛본 것 같다. 페이지터너로서의 출중함은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쉴새없이 몰아치는 사건의 연속으로 마치 영화와 같은 플롯을 교묘하게 설치해놓아, 첫페이지를 읽는 순간부터 무시무시한 속도의 흡입력으로 도저히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처녀작이라곤 도저히 믿기지않는 치밀함과 전문성, 그리고 신인답지않은 문장력이 시원시원하다. 딱 밤새기 좋은 책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아쉬움도 없지는 않다. 일단 소설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FBI요원 맥마흔의 활약이 사실상 별로 없다. 초반 그럴듯한 등장에 비해 흐지부지한 역할만 하다가, 중간에 호기심을 자아내던 케네디 박사와의 로맨스도 얼렁뚱땅 넘어가버린다. 결국 실질적인 주인공은 오루크 하원의원이라는 얘긴데, 여기서 작가의 시각이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 오루크 부자는 분명 범법자임에도, 부패정치인을 제거한 것이 마치 정당한 행위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살인자에게 정당성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사실 매우 위험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냥 심심풀이 스릴러 소설이니 아무 생각없이 닥치고 읽으라면 별 할 말은 없지만, 어느 순간부터 악은 악으로 갚는다는 식의 설정자체가 못마땅해지면서 오루크 부자의 행위에 점점 동조하기가 힘들어졌다. 그래서 내심 마지막에는 그냥 이 사람들도 같이 다 죽는 걸로 끝났으면 싶을 정도였으니...
 
그리고 옥에티 하나. 정치인들이 연속으로 살해된 후 모든 상,하원의원들에게 경호원들이 붙었는데, 오루크 하원의원에게만 경호원이 붙질 않았다. 상황설정이 대단히 디테일함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에 대한 묘사가 전혀 없는데, 아마도 작가가 깜빡했거나, 아니면 스토리 흐름상 고의로 빼먹었거나...

하지만 이러한 몇가지 불만사항을 충분히 덮고도 남을 만큼, 이 책은 정말로 '재미'있다. 책을 덮고나니 대형 블록버스터 액션영화를 손에 땀을 쥐며 보고 나온 듯한 포만감에 흡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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