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의 성 스토리콜렉터 51
혼다 테쓰야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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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류의 소설로는 독보적인 작품이 하나 있다. 아마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바로 그 작품 '살육에 이르는 병'... 예전에 멋모르고 읽다가 내장이 뒤틀리고 토가 쏠리는 경험을 했던... 이 작품도 그에 못지않은 잔인한 신체 손괴 묘사와 함께 배설물과 관련한 역겨움까지 더해져서 비위가 약하다면 끝까지 읽기가 괴로운 그런 류의 소설이다.


​'살육에 이르는 병'은 우리나라에서 소설로는 보기 드문 '19세미만 구독불가'라는 딱지가 붙어있기 때문에 성인인증을 하지않으면 절대 구매할 수가 없는 책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런 제한 규제같은 건 없다. 이 책에 나오는 잔인한 장면이 전부 피의자의 진술에 의한 간접적인 묘사로 처리되어 있어서 충격의 강도를 많이 완화시키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 같다. 즉, 독자는 경찰이 기록한 진술서를 통해 당시 사건현장을 상상하게 되는 방식인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목그대로 그 '짐승의 성'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엽기적 행각들은 상상하는 것 자체가 더 고역인 수준이다.



​이 작품은 후반부에 과연 실질적인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반전을 가미한 추리소설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일본 특유의 사회파 추리물에 가까운 내용에 종국에는 열린 결말로 마무리짓는 점 등으로 미루어볼 때 작가는 미스테리보다는 우리가 믿기힘든 '인간성'의 또다른 면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자는 점에 촛점을 맞춘 것 같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완전히 통제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그리고 악마같은 인간에게 오랜 기간 구속당하면서 서서히 본인도 그 악마성에 동화된다는 것이 가능한가... 라는...


​이 소설의 내용만 놓고 본다면 이게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린가... 등장인물의 심리와 행동에 근거가 빈약해서 설득력도 없고... 아무리 상상력이라고 해도 작가가 너무 막 나가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놀라운 반전은 이 작품이 90년대말 일본 기타큐슈에서 일어난 일가족 감금 살인사건이라는 실화를 모티브로 하고있다는 점이다. 실제사건이 너무나 엽기적이고 잔혹하여 당시 일본 정부가 언론을 통제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 책을 다 읽고 자료를 찾아보면서 알게된 사실이다. 어이없게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임을 알고나면 다소 미흡했던 내용의 개연성이 오히려 완벽한 설득력을 갖게된다.


작가의 필력은 일본의 스타급 추리작가 범주에서는 비교적 평범한 수준이다. 개인적으로 일본 추리물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대부분의 일본작가들이 질릴 정도로 과도하게 디테일한 서술을 구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데 이 작가도 예외는 아니었다.



위와 같은 서술도 사실 전화를 건 행동이나 나머지 부분 전부다 굳이 독자가 알아야 할 필요가 전혀 없는 군더더기 묘사들이다.



이 부분 역시 빼버려도 전혀 문제없는 문장이다. 예의바른 성격임을 알려주려는 목적인지는 몰라도 이 작품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게 아니라서 그냥 극의 흐름을 늘어지게 할 뿐이다. 일본작가들의 이런 집착에 가까운 디테일은 물론 장단점이 있지만, 적어도 이 작품에서는 사건의 잔혹함과 긴박함에 비해 중간중간 도시락 먹는 장면을 포함해서 경찰들의 수사과정이 좀 태평스럽게 느껴진다.



그리고 위처럼 마치 작가 자신의 독백처럼 느껴지는 구절들이 있다. 3인칭 전지적 작가시점이면 등장인물들의 생각과 행동만 묘사하면 되는데, 이렇게 등장인물의 생각인지 작가자신의 개인적 소감인지 판단하기 애매한 문장으로 작가가 작품을 통해 하고싶은 말을 그냥 직접적으로 해버린다. 역시나 지나치게 디테일하고 지나치게 친절하다.


​비록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소설적 재미를 위해 작가가 상상력을 가미해 각색한 부분도 많고 교묘한 수위조절 및 교차편집을 통해 후반부의 서스펜스를 증폭시키는 테크닉은 꽤 인상적이다. 공포물은 상당히 좋아하는 편인데 다 읽고나서도 왠지 후련하지가 않고 찝찝한 뒷맛이 남는다는 점에서 살짝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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