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증인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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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은 작년에 발표되었고 올해 국내에 바로 번역된 신작인데, 이번에도 제법 긴 제목이다. 국내에 출간된 이전 작품들을 고려해볼때, 출판사 측에서 이 작가만의 차별화된 홍보전략의 일종으로 계속해서 일관성이 느껴지도록 의도적으로 긴 제목을 만들어주는 것 같다.

실제로 이 피터 스완슨이라는 작가가 미국 현지에서 어느 정도의 지명도와 판매량을 자랑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적어도 국내에서는 출판사를 잘 만난 덕분인지 장르소설 분야에서 나름 성공적으로 인지도를 쌓아가는 것 같다. 그의 작품들은 모두 노진선씨가 번역을 맡고있는데 이것도 어떻게보면 이 작가의 행운이자 복이리라...

이 작품 역시 그가 항상 동일하게 구사하기 때문에 이제는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진 등장인물들의 시점 전환 방식 서술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서술방식은 지루함을 보완하고 가독성을 높여주는 한편, 독자의 시야와 정보를 제한시켜서 서스펜스를 만드는 동시에, 작가가 가진 내공의 부족함도 슬쩍 감출 수 있는 아주 영리한 방법이다.

솔직히 필력이 뛰어난 작가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일단 문장에서 프로 작가다운 문학적인 감성이 별로 안느껴지고, 문장의 테크닉, 즉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문장력이 별로다. 필력이 좋은 프로 작가의 글에는 아마추어들이 결코 흉내내기 힘든 오랜 기간 글을 쓰면서 체화된 수준높은 문장의 기교가 있기 마련인데, 이 작가의 글은 비교적 단순하고 아마추어적인 냄새가 난다. 그리고 스토리를 펼쳐나가는데 있어 강약과 완급조절이 제대로 잡혀있지않아 중간중간 늘어지는 부분과 과감하게 생략해도 될 군더더기 표현들도 제법 눈에 띈다. 이런 것들은 프로 글쟁이로서의 노련미가 부족하다는 증거다.

 

또 한가지 아쉬운 점은 '전문성'인데, 예를들어 정신질환이 있는 캐릭터를 설정했으면 그 병에 관한 철저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한 상황묘사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이 미흡해서 디테일에 아쉬움을 보인다. 유년기의 트라우마도 마찬가지다. 상상력으로 대충 그럴싸한 트라우마 설정을 갖다붙인다해서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심리상태가 설득력있게 와닿는건 아니지 않는가...

그리고 범죄소설에서 필연적으로 등장하는 경찰이나 변호사 등, 관련 사법기관들의 시스템이나 절차 등에 대해서도 그다지 지식이 풍부하다는 느낌이 없고, 다른 소설이나 드라마, 또는 영화에서 본 듯한 장면들을 막연하게 대충 흉내내서 구현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형사나 경찰들의 행동을 보면, 실제 미국의 경찰들이 정말로 저런 대응을 할까 싶을 정도로 대화도 어설프고 생색내는 정도의 용도로 몇번 등장했다가 별다른 역할도 없이 사라진다.

이 작가가 소설가를 꿈꾸면서 정말 많은 책들을 읽었고, 또 영화도 많이 봤겠구나 하는 점은 그의 작품들을 읽다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등장인물들이 특정 책이나 영화를 언급하는 부분이 꽤 나오니까... 따라서 이 작가의 글쓰는 방식은 자신이 읽거나 보았던 수많은 고전 추리소설과 영화들을 밑천삼아 모티브를 얻어서 새로운 이야기로 재창조하는 스타일이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런 식으로 탄생시킨 새로운 스토리가 매우 기발하고 예측불가한 진행으로 시종일관 흥미로움을 자아내면서 분명 읽는 재미를 준다는 것이고, 이것이 몇가지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가의 작품을 다시 찾게되는 중요한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뉴트로 스릴러라 해야할까... 마치 히치콕의 고전 스타일에 현대적인 최신 감각이 더해진 느낌이다. 그러한 매력이 극한으로 발휘된 작품이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데, 이후에 단점들을 보완하여 계속 발전하기를 기대했지만 후속작들은 오히려 임펙트가 떨어지며 단점들이 더 많이 노출되는 느낌이다. 이번 작품은 특히나 설정상의 구멍이 너무 많다.

미처 검수가 안된 맞춤법의 오류가 두세군데 보이기는 하지만, 노진선씨의 번역은 여전히 깔끔하고 좋다. 앞서 말했듯 문장들에 문학적 기교가 별로 없어서 다른 작가들에 비해 비교적 쉽고 편하게 번역했을것 같긴 하지만...

경험과 지식의 부족을 상상력만으로 메우는 것은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칠수 밖에 없다. 다음에 이 작가의 작품을 또 읽을 지는 모르겠지만, 작가로서 좀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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