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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지음 / 사회평론 / 2010년 1월
평점 :
내부고발자라는 시선으로 김용철 변호사를 욕하는 사람이 있다. 죄와 비리를 눈감고 주인이 시키는 대로만 사는 사람을 사마천은 사기에서 ‘개’라 표현했다. 유교 사회에서도 충성은 백성에게 하는 것이었다. 근대 세계를 연 데카르트도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말을 통해 사유하지 않으면 인간이 아니라 말했다.
삼성에 있을 때 고발했어야지 왜 이제야 고백하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매일 3번 반성하며 사는 사람은 귀감이 되는 사람이지 결코 우리 대다수의 사람에게 요구되는 최소한의 덕목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이라도 자신의 잘못을 회개하고 이제껏 자신이 쌓아온 인간관계와 사회적 위치를 포기하는 그의 용기는 큰 감동을 준다.
“삼성을 생각한다”의 핵심은 인맥사회다. 인맥사회이기 때문에 연구 계발을 통해 실력을 쌓기보다 룸살롱 접대와 뇌물에 치중한다. 이는 공정한 시장 질서를 저해한다. 기업은 이윤을 목표로 하는 집단이기 때문에 법을 지키는데 드는 비용보다 인맥을 유지하는 비용이 싸다면 당연히 인맥을 유지하는 쪽으로 간다. 인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기업은 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계 부정을 한다. 회계 부정은 주식 시장을 교란한다. 투명하지 못한 회계와 인맥으로 커온 기업은 해외 시장이 열릴 때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고, 힘 없는 노동자는 제일 먼저 짤린다.
부시 대통령의 친구가 CEO로 있던 미국의 7대 대기업 엔론은 회계부정으로 24년형을 선고 받았다. 국가의료보험조차도 없이 시장의 경쟁을 강조하던 미국에서 회계부정은 국가 경제에 기여한 점을 참작할 수 없고, 사면도 받을 수 없는 큰 범죄이기 때문이다.
양심을 속여 가며 회사에 매달리는 이유는 해고되면 먹고 살길이 없는 사회 구조 때문이다. 노조가 강성인 이유도 회사에서 해고되면 먹고 살 길이 없기 때문이고, 경영자들이 야비하게 구는 이유도 이윤이 줄어들면 자신의 가족들이 먹고 살 길이 없기 때문이다. 경영이 안 좋으면 회사를 포기해야하는데,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무리하게 빌려서 부도가 날때는 친척, 친구, 은행까지 모두 망한다. 사회안전망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큰 병이라도 최대 1년 300만원 까지만 지불하고, 노후, 퇴직 연금으로 일 자리가 없어도 인간답게 살 수 있다면 어떨까? 국방의 의무를 위해 군대에 갈 때 총을 준비하지 않듯이 의무 교육을 받는 학생은 수업료는 물론 학용품, 교통비, 급식비도 국가가 지불해야한다. 대학등록금도 핀란드처럼 공짜도 아니고 프랑스 수준으로 한 학기에 50만원이면 어떨까?
그래도 OECD 최고의 자살율일까? 최저의 출산율일까? 아이의 어린 시절 추억을 영어로 날리고, 24시간 학원에 보내며 극성을 부릴까? 상사는 부하를, 대기업은 중소기업의 피를 빨아댈까?
국가가 사회안전망을 만들지 않으니 청년들은 모두 공무원 공부다. 구글이 10년 전에도 있었는가? 애플과 MS는 CEO들이 몇 살에 창업했는가? 천성적으로 객기를 부려야 할 청년이 도전과 모험을 못하게 만들어진 사회가 좋은 정치일까?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사람이 착하게 살 수 있도록 사회구조를 짜야지 훌륭한 정치라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공화국이고 국민이 주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