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사람들을 노동에서 해방시키듯이 가난은 이들을 일반적인 행동 규범에서 해방시킨다.-10쪽
호텔 주인은 술에 대해서는 인색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에게 일인당 포도주 2리터씩 주었고, 만일 접시닦이에게 2리터를 주지 않으면 3리터를 훔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85쪽
배고팠던 경험이 나에게 음식의 진정한 가치를 가르쳐주었듯이 호텔 노동은 잠의 진정한 가치를 가르쳐주었다. 잠은 단순한 신체적 필요성이 아니었다. 그것은 관능적인 것이었고, 휴식이라기보다 폭식이었다. -120쪽
"제가 보기에 어떤 사람에게서 돈을 빼앗으면 그 사람은 그 순간부터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는 것 같습니다." 거리의 화가 보조 曰 "아니야. 그렇지도 않아. 마음만 먹으면 부자든 가난하든 똑같은 생활을 할 수 있어. 책 읽고 생각하는 것은 계속할 수 있어. 이렇게만 말하면 돼. '나는 이 안이 자유인이다.'(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자신의 이마를 톡톡 쳤다.) 그러면 아무렇지도 않은 거지"-217쪽
나는 자기가 부랑인이 아닌 것을 하느님께 감사하는 부랑인이 꽤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은 행락객들을 너무나 통렬하게 비판하는 행락객과 같다.-266쪽
부랑인은 우선 그들과 같은 사회적 수준에 있는 여자들이 극히 드물기 때문에도 여자들과 단절된다. ...... 이것은 결과가 어떠할지 분명하다. 그것은 예를 들면 동성애와 가끔 벌어지는 강간 사건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한 결과는 자신이 아예 결혼에 적합한 대상으로 간주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남자에게서 작용하는 품격 하락이다.-272-273쪽
부랑인은 여전히 결혼이나 가정 생활과는 단절되고 사회에 순전한 손실만을 안겨주는 극빈자로 남게 될 것이다. 필요한 것은 그를 극빈하지 않게 하는 일인데, 이것은 오직 그에게 일자리를 구해주는 것으로만 이루어질 수 있고, 그것도 일을 위한 일이 아니라 경제적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일을 주는 것이다.-275-276쪽
그렇지만 내가 돈에 쪼들리면서 확실히 배워둔 한두 가지는 짚어낼 수 있다. 나는 두 번 다시 모든 부랑인이 불량배 주정꾼이라고 생각하지 않겠고, 내가 1페니를 주면 걸인이 고마워하리라 기대하지 않겠으며, 실직한 사람들이 기력이 없다고 해도 놀라지 않겠고, 구세군에는 기부하지 않을 것이며, 옷가지를 전당 잡히지도 않겠으며, 광고 전단지를 거절하지도 않겠고, 고급 음식점의 식사를 즐기지도 않으련다. 이것이 시작이다.-2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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