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시 - 하
콘스탄틴 버질 게오르규 지음, 이선혜 옮김 / 효리원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홍신 번역본 보다는 가독성이 좋은데, 월등한 수준은 아니다.

하권 146p.
트라이안 : "지금은 구원을 받기에는 너무 늦어 버린, 그렇다고 죽기에도 너무 늦고, 살아가기에도 너무 늦은 25시입니다. 이제 무엇을 하기에도 늦었습니다."

32p. 독일 지휘관 : "비록 패배를 했지만 우리는 문화 민족이다! 부상자를 구급차에 태워라. 서둘러! 어서 여기를 떠나자." (효리원)
"우리들은 비록 패배는 했지만 문명국의 국민이야! 구급차에다 부상자를 싣고 빨리 출발해." (홍신)

76p. 트라이안 : "한 인간을 물고기에나 알맞은 조건과 환경 속에서 살게 한다면 몇 분도 못 가서 죽어버릴 거고, 또한 반대로 물고기를 인간의 조건과 환경에 놓아보더라도 마찬가지 결과가 오겠지. 서구는 지금 기계와 같은 사회를 만들어놓고 인간에게 그 사회 속에서 살면서 기계의 법칙에 순응하도록 강요하고 있소. 어떤 면에서 볼 때 서구 사회는 성공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지. 그러나 트럭과 정밀 시계를 지배하는 것과 똑같은 법칙으로 인간을 지배한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인간을 죽이고 있는 거요.(홍신 320p)

79p. 트라이안 : "나는 로봇과 같은 기능만을 갖게 된 "기계 인간"은 감당할 수 있어도 "기계화된 야수‘와 맞서 싸울 수는 없어. 그건 불가능해. 소련군 손에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 남은 수단을 동원해서 탈출을 시도하겠어. 만약 실패한다면 자살할 거야"

99p. 트라이안 : "‘시민’이라는 이름 갖고 있는 이 동물은 숲이나 밀림에 살지 않고 사무실에 살지. 하지만 그들은 밀림에 사는 야생동물보다 훨씬 더 잔인해. ‘시민’은 인간과 기계의 교배로 생겨난 잡종이야... 그들은 기계처럼 행동하거든. 그들의 가슴에는 심장 대신 정밀 시계가 들어 있어. 그리고 일종의 기계장치가 뇌를 대신하지. 그들은 기계도 사람도 아니야. 그들은 야수와 같은 욕망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야수도 아니야.

121p. 트라이안 : "재판관들은 무고한 사람을 벌할 때 관례적으로 양 옆에 죄인을 세워 두었어. 상투적인 일이었지... 예전에는 무고한 사람 한 명에 죄인 두 명을 들러리로 세웠지만, 이제는 1만 명이나 되는 죄 없는 사람들이 죄인 두 명 사이에 끼어 있어. 이런 대수롭지 않은 차이를 빼놓고 나면 방법은 똑같아. 더 편리해지긴 했지. 이젠 기계적인 방법을 이용해서 자동으로 십자가에 올라가게 됐어."

136p. 농사꾼이자 한 가정의 가장인 욘, 요한-야곱-얀켈-야노스 모리츠 (효리원)
한 집안의 가장이며 농사꾼인 모리츠 이온(요한, 야곱, 양켈, 야노스) (홍신)

152p. 미군 장교 : "우리나라의 법이 영구불변한 법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건가? 그런 비난을 듣는 게 처음 있는 일도 아니지. 하지만 당신들을 체포한 우리의 법에 불변성과 보편성이 결여돼 있다고 주장하는 당신들이야말로 우스꽝스러운 사람들이야! 첫째로, 어떤 나라건 자신들이 원하는 법을 만들고 적용할 권리가 있어. 우리한테 중요한 건 우리나라가 실행 중인 법이지. 둘째로, 영구불변한 법의 원칙이란 없는 거야. 정의란 인간의 손으로 만드는 거고, 인간의 손에 달린 것치고 영원히 변치 않는 건 없어. 전체적으로 볼 때, 모든 법은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있는 거야. 따라서 법이란 덧없는 동시에 영원하지. 이와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결국 자신을 기만하는 거야... 우리가 법을 만들 때 자네한테 조언을 구해야 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

154p. 미군 장교 : "사실, 이번에 죄수들을 심문하는 것도 일부 자료를 확인하고 죄수들을 유형별로 분류하기 위해서야. 체포와 석방에 관한 조항은 특정 부류에 속하는 사람 전체를 대상으로 적용되거든. 우리는 죄수를 분류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 이건 수학적인 정확성을 요구하는 작업이야."
트로이안 : "인간성을 무시하고 사람을 특정 범주의 일부분으로 간주하는 행위가 비인간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까?"
미군장교 :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이 같은 방법은 실용적이면서 신속하게 일을 처리하게 해 주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정해. 이 같은 절차를 따를 때 정의는 더욱 빛을 발하게 되는 거야. 정의는 수학적, 물리학적 방법, 다시 말해 가장 정확한 방법을 따라 움직이게 되지. 우리의 업무 방식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시인과 신비주자들뿐이야. 그런데 현대 사회는 신비주의와 시를 청산했지. 우리는 오차 없는 과학과 수학의 시대를 살고 있어. 감상주의에 빠져 왔던 길을 뒷걸음쳐 갈 수는 없어. 게다가 감정 따위는 시인과 형이상학자의 창조물에 지나지 않아."

161p. 아브라모비치 박사 : "우리는 예방 차원에서 각 부류별로 체포를 했어. 한번 예를 들어 볼까? 혹시라도 범죄자나 전범을 체포할 일이 생기면 더 이상 그 사람을 찾아서 이 마을 저 마을을 헤매고 숲 속을 뒤지고 다닐 필요가 없어. 벌써 우리 손 안에 있거든. 안 그렇다면 엄청난 시간 낭비를 해야 했을 거야. 하지만, 미리 체포를 해 둔 덕에, 찾는 사람 이름의 머리글자가 붙은 단추만 누르면 3초도 안 돼서 그 사람에 대한 정보를 사진과 함께 얻을 수 있어."

162p. "자네는 모든 걸 개인적인 사사로운 문제로 생각하고 있어. 뭐든지 자네 자신과 결부시키고 있단 말이야. 미개한 사람들이나 그렇게 하는 거야." (효리원)
"자네는 모든 걸 개인적인 문제에만 결부시킨단 말이야. 자네 생각밖에 할 줄 모르니 딱하네. 원
시적 인간에게나 어울리는 생각이야" (홍신)

165p. "승리 안에 아름다움이란 없으니
승리를 아름답다고 하는 자는
살육을 통해서 즐거움을 얻는 사람이니.
그리고 살육을 통해서 즐거움을 얻는 자는
세상을 통치하려는 야망을 이룰 수 없느니라.
민중 학살에는 가슴 찢는 통곡이 뒤따라야 하느니
승리는 장례식의 엄숙함으로 축하해야 하노라" (노자)

170p. 코루가 사제 : "서구 기계 사회는 삶에 객관적인 목표를 부여하려 하지. 삶을 무가치하게 만드는 데 그보다 좋은 방법은 없거든. 그들은 삶을 통계자료로 전락시켰어. 그렇지만 ‘모든 통계에는 그 나름대로의 예외가 있는 법이야. 그리고 인류가 발전할수록 각 개인과 각각의 경우만이 갖고 있는 유일성은 더욱 중요하게 여겨져야 해. 그런데 기계 사회는 정확히 그 반대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어. 서구 사회는 모든 가치 있는 것을 일반화하고 일반적인 것에서만 가치를 찾으려고 한 결과로 유일성 안에 내재하는 가치를 의미 없는 것으로 만들어 버렸어. 결국, 각 개인의 존재 가치마저 그 의미를 잃게 된거지. 바로 여기에서 그 위험한 소련식, 혹은 미국식 집산주의가 생겨난거야"(헤르만 카이저링 백작)

173p. 코루가 사제 : "그 어떤 교회나 국가, 대륙도 집단적으로, 혹은 부류에 따라 사람을 구하지는 못해. 종교, 인종, 사회적 지위, 정치적 성향과 아무 관계 없이 개별적으로 선택된 인간만이 구원을 받을 수 있을 거야. 어떤 부류에 속해 있는가로 사람을 판단해서는 안돼. 사람을 부류로 나누는 것은 인간의 머리에서 나온 가장 위험하고 야만적인 판단 착오야. 아무리 적이라고 해도 그 역시 어떤 부류로 나눌 수 없는 한 명의 인간임을 기억해야 한다."

179p. (단식을 결심한 트로이안) "원한다면 내 몫까지 먹어도 좋아" 잠시 후
"왜 내 몫까지 안 받아 왔어 늘 먹는 게 부족하잖아. 그 정도로 배가 찰 사람은 아무도 없어?"
"도련님 걸 먹을 수는 없어요. 그랬다가는 하나님이 벌하실 거예요. 도련님이 이렇게 고통 받고 계신데 제가 어떻게 도련님 걸 먹겠어요? 그건 나쁜 짓이죠. 그럴 순 없어요"

⇒ 상권 79p. 모리츠 혼자서 수잔나를 일으켜 차에 태웠기 때문이다. 아무런 도움도 안 되었지만 트라이안은 모리츠가 수잔나를 차에 태우는 내내 비를 맞으며 그의 곁에 서 있었다. 자신의 행동을 돌이켜보며 트라이안은 앞으로도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똑같은 행동을 하리라 생각했다. "내 행동이 실질적 도움이 안 되고 쓸데없는 것이었다고 해도 그건 내 곁에 있는 인간의 고통을 함께 나누기 위한 거였어" 사제가 거실로 들어왔다. 그 역시 흠뻑 젖은 채였다. 그의 이마와 볼, 그리고 수염에서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의 아들이 그랬듯이 아무런 소용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비를 맞으며 요한 모리츠를 마중 나갔던 것이다.
‘하나님 역시 세상을 창조하실 때 이처럼 공연한 수고를 하셨다.’ 트라이안은 생각했다. ‘하나님은 실제적으로 유용하지 않은 것들을 창조하셨다. 하지만 그런 것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것들이다. 인간의 생명 역시 쓸모 없는 창조물이다. 나의, 혹은 아버지의 행동만큼이나 부질없고 허황된 것이다. 하지만 그 열정은 장엄하기까지 하다. 그 무용성에 불구하고 인간의 생명은 무엇과도 비할 수 없다.’

272p. 엘레오노라 : "저는 969살이에요. 참, 여자는 언제나 실제보다 나이를 줄여서 말한다는 거 잊지 마세요... 우리들 사회에서 사랑에 빠진 남자들은 사랑하는 여인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세상의 다른 어떤 여자로도 그 여인을 대신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자살하는 사람이 빈번히 생겨나는 거죠. 그들의 이루지 못한 사랑은 다른 사랑으로 대체될 수 없어요. 진정으로 저를 사랑하는 남자라면 나 한 사람만이 그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여자라는 느낌이 들게 해 줄 거예요. 그리고 제가 이 세상의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유일한 존재라는 사실을 보여 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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