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
서민 지음, 지승호 인터뷰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55p

지승호 : 의사들의 직업윤리나 당위성만 가지고 문제 해결이 안 된다는 거네요

서민 : 그럼요. 사실 돈이 중요하죠. 제가요. 한달에 한 번 하는데도 불구하구요. 그런제 제가 MBC '컬투의 베란다쇼'를 찍는 답시고 매주 올라온다는 말이죠. 일주일에 두 번 올라갈 대도 여러 번이에요. 그러니까 팟캐스트 방송은 출연료가 없고 '컬투의 베란다쇼'는 출연료가 많다는 게 진짜 이유죠.... 의대생들한테 돈에 초연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167p
'병원에 가지 말아야 할 81가지 이유'라는 책이 있어요. 정말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었어요. .... ' 이런 말도 안 되는 사이비가 판을 치는 것은 (의사가 10만명이 되는 시대에) 의사들이 책을 안 써서 이런 거다, 그래도 글발이 좀 되는 제가 각 분야 전문가와 손잡고 의학 관련 시리즈를 다 섭렵하자' 이런거죠.

169p
과학이라는 것은 확률의 게임이에요. '이 약을 먹으면 안 먹은 사람보다 병이 치료될 확률이 다섯 배 높다'면 그 약을 쓰는 게 이익인 거죠.

172p
저는 의학 사이트에 가서 논문 읽는 방법에 대해서 중고등학교 때 가르쳐주면 좋겠어요. 초록 중에서도 결론만 읽으면 되는 건데요, 중학교 정도의 영어 실력이면 가능합니다. 1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거든요. 그러면 무조건 의사한테 '알아서 고쳐주시오'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공부를 하면서 답을 찾아갈 수 있으니까요.
인터넷은 다 거짓말이면 괜찮은데, 진실과 거짓이 섞여 있어서 어는 것이 맞는지 모르는 거죠. 웬만한 지식이 없으면 이 정보를 취사선택하지 못하거든요.

==> 정치, 재테크 분야도 지식이 없으면 정보를 취사선택하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게임 매뉴얼은 정직하다.

174p
꽤 진행된 암이면 과연 항암제를 맞을 것인가, 저는 안 맞을 거 가터든요. 왜냐하면 몇 달 더 사는 것에 불과한데, 그 고통스러운 치료를 시작하는 게 무섭다는 거죠. 모르고 죽을래, 이런 마음. 의사들 중에서는 그게 일반인보다 비율이 좀더 높다는 겁니다. ............

지승호 : 병원에서 수술을 과잉 권장하는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그런 거는 아닌가요?

서민 : 꼭 그런 것은 아니에요. 자기 판단에 수술을 받고 항암제를 맞으면 2년 더 산다고 할 때, 과연 그 2년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가,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5년이면 다를 텐데, 2년이라고 하면 그 고통을 감내하기 싫다는 거죠. 하지만 입장을 바꿔서, 의사로서 환자를 보
는 입장이 된다면 2년을 더 살리려고 환자한테 수술과 항암제를 권하겠지요. 그런데 자기가 환자가 되면 달라진다는 건데요, 그렇게 살면 뭐해, 이런 생각?

202p
의사들이 일반인보다 약도 덜 먹고 수술도 덜 받는다는 거는 '의사는 수술 받지 않는다'라는 책에도 나와 있어요.

176p
제약 회사와 의사의 결탁으로 없던 병이 만들어지고, 진단이 남발되고는 하죠.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같은 병이 그렇습니다. 이 병이 어느 순간 생기더니 미국 아이들 10명중 1명이 이와 관련된 약을 먹고 있어요. 약을 먹으면 효과가 조금 있기는 한데, 그 약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거든요. 과연 부작용을 감수하고 아이들한테 약을 줘야 하느냐, 의문이 들죠.

183p
언론사에서는 의학 전문기자를 구색 맞추기로 생각하지 말고, 재량권을 줘서 탐사 보도가 나올 수 있게 했으면 좋겠어요. .. 결국 치질 수술에 대해서는 한겨레 기자가 환자로 위장해서 취재를 한 뒤 기사를 썼는데, 아주 충격적이었죠. 지금 의학 전문기자가 그런 역할을 잘 못 하는게 아닌가, 아쉽습니다.

195p
의사들이 하나로 뭉쳐서 거리로 나선 건 의약분업 때가 마지막 단합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의사라고 해서 같은 의사가 아니라서, 하나의 이익으로 뭉치는 집단이 아니에요. 과별로 다 다르고, 큰 병원하고 일반 병원이 달라요. 재벌 병원이 환자를 독식하는 것도 문제예요. ......... 제가 위암 수술을 단국대 병원에서 했거든요. 할인해주니까 그런 것도 있지만, 어디서 하나 다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서 그랬는데, 저한테 위암보다 덜한 병인데도 서울대 병원을 알아봐달라고 해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난히 큰 병원, 큰 기업, 삼성 휴대폰 이런 것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가 맥주 회사도 몇 개 없잖아요. 맥주 맛도 다 똑같구요. 외국은 안 그렇잖아요. 500~600개의 맥주가 경쟁하는데, 우리나라는 어떤 분야든지 빅3, 3등 안에 들어야 살아남는 구조잖아요. .... 삼성 병원에서 죽으면 당연하게 여기고, 다른 병원에서 죽으면 소송을 하잖아요. 시스템을 바꾸는 것은 진짜 어려운 것 같아요. 먼저 국민 의식이 바뀌어야 될 것 같은데, 그게 참 어렵죠.

===> 노동자라고 다 같은 노동자가 아니었다. 마르크스의 예언은 그래서 빗나갔다.

197p
대학 병원 세마나에 가면 '지금 1인당 1억 원씩 수익을 내는데, 2017년에는 2억원씩 수익을 내야 된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거든요. 이런 와중에 의사들이 꼭 필요한 검사만 하는 것이 참 어려워진다는 이야기죠. 그러니까 양심과 제도간의 싸움에서 양심이 이길 수가 없습니다.

198p
예를 들어 갑상선암은 사회문제라고 생각하는데요, 갑성선암을 수술로 떼어내면 그 사람은 평생 갑상선 약을 타러 병원에 와야 하거든요. 제가 아는 지인한테도 "나 같으면 안하는데" 이렇게 말했지만, 결국 떼어내드라구요. ..... 갑상선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의 92%가 수술을 한다더라구요.
비슷한 것 중 하나가 심장 CT예요. 건강검진을 위해서 CT를 찍는 것은 과잉이라는 거죠. 특히 심장 CT를 찍는 것은 더더욱 말도 안 되는데요.
우리나라 건강검진 중에서 가격이 비싼 검진이 있어요. 정밀검진이라고 하는데, 정밀검진은 알지 않아도 될 것을 굳이 알게 해주는 불필요한 검진이에요. 내 폐에 사마귀가 나 있다, 이런 것을 알아서 뭐하겠어요. 알면 괜히 이상하게 숨이 더 가쁜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안 좋잖아요. 아무 문제 안 읽으킬 일인데.
PET-CT는 암 환자를 찍어야 유용한 건데, 멀쩡한 사람에게 찍으면 암이 아닌 오만 가지 이유로 빨갛게 빛난다는 말이죠. .. 어떤 영상의학과 교수의 말은 '나도 이거 왜 직는지 모르겠어'라고 해요. 자기들도 그걸 알죠. 그런데 공식적으로 인터뷰를 해달라고 하면 절대 안 합니다.

200p
이런 불필요한 검사들을 하면서 고가의 정밀검진이라고 이야기하는 거죠.
류마티즘 인자라는 것이 있어요. 류마티즘에 걸린 사람들의 70%가 이걸 가지고 있어요. 30%는 안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류마티즘에 안걸린 사람 중에서도 이걸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이런 검사를 뭐하러 해요? 별 의미가 없잖아요. 자기 돈 쓰겠다는데 말릴 거야 없지만, 이게 낮은 수가를 보충하려고 병원에서 장난을 치는 거 아니겠어요?

203p
고혈압이 왜 문제가 되냐 하면 고혈압은 90% 이상이 원인을 몰라요. 그런데 원인을 모른 채 혈압만 낮추어주는게 바로 고혈압 약입니다. 원인은 놔둔 채 혈압만 무리하게 낮추니까 나중에 약이 안 듣게 되고 내성이 생기는 거죠.

206p
화이자라는 제약 회사가 콜레스트롤을 낮추는 약으로 우리나라 국가 예산에 해당하는 돈을 매년 벌어요. 그런데 이 콜레스트롤 약이 나와서 심장병이 줄어들었느냐, 잘 모르겠더라구요

216p
노무현 정부 때 실제로 의사들이 다 망했느냐, 그것도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의사들이 좋아하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다고 의사들 삶이 나아졌냐 하면 그것도 아니에요. ...
의사들이 1만 명이 있을 때랑 10만 명이 있을 때랑 같을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항상 기준이 너무 높아요. 타워팰리스에 내가 꼭 살아야 되는데, 지금 내가 거기 못 살고 있다, 이런 박탈감이 있는 거죠.

220p
"네가 새누리당을 지지한다고 해서 지금 의사들이 당하는 억울함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라고요, 그래도 의사들이 새누리당을 찍는 것은 이해합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거죠. 제가 어이없어 하는 것은 이거죠. 정말 돈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 사람이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거.

240p.
디스크 증세를 호소하며 병원에 갔을 때 일반 병원은 수술을 40~50% 정도 한다고 하면 공공 병원은 5~10% 밖에 안 하는 거예요. 왜 안 하냐 하면 교과서대로 진료하기 때문에 그런 거죠. 거기 사람들은 환자를 더 받는다고 해서 돈을 더 버는 것도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필요한 치료만 하는 건데요. 우리나라가 의료 수가가 낮잖아요. 그러니 당연히 적자가 나죠. 적자가 날 수 밖에 없는데, 적자가 난다고 (홍준표 경상남도 지사는 진주의료원)을 없애면 되겠어요? 공공 병원이 왜 필요하냐 하면, 돈 많은 사람들은 그런 데 안 가잖아요. 삼성, 아산 병원을 가지. ..... 저야 뭐 단국대 병원에서 VIP로 해줄 거니까 관계가 없는데요,

245p
건강보험 수가를 결정할 때, 의사 단체하고 소비자 단체하고 노조 대표가 만난서 합의하는데요. 노조 대표하고 경영자 대표하고 의견이 일치하는 것이 보험료를 올리지 말자는 겁니다. ... 그런데 노조 대표가 이런 생각을 해봐야 해요. '이게 아닌 것 같다. 내가 왠지 속고 있다" ///
저는 건강보험료가 올라가면, 예를 들어 국민 1인당 한 달에 3만원씩만 더 내면, 민영 의료보험 없이 완전히 건강보험료로만, 병원에 가서 우리가 최고로 많이 내야 1년에 100만원을 내는 그런 시대가 온다고 믿어요. ... 근데 웃기는 것이, 민간의료보험료를 1년에 십 몇만 원씩 내면서 건강보험료 조금 더 내는 것에는 인색하거든요.
(248p)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나 '의료보험 절대로 들지 마라'같은 책이 있거든요. 그것들이 20만부, 30만 부만 팔리면 정말 좋을텐데요.

246p
대기업 보험회사에서는 건강보험이 눈엣가시일 거잖아요. 제대로 된 언론이라면 국민을 계도해서 건강보험을 더 살려야 되는데요. 기업의 광고비 몇 푼 때문에. 어차피 신문사 기자나 이런 사람들도 병원에 가야 되잖아요

252p
대학 병원에서 교수 뽑을 때 누가 더 빨리 수술 부위를 꿰매는냐, 이런 것을 테스트하지 않거든요. ... 대학 병원의 순위를 매기는 기준도 환자 수, 오진율 이런 것보다 의사 1인당 논문을 얼마나 썼나, 이런 것으로 경쟁을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대학 병원에 대해서 좀 회의를 가지고 있어요.

이거는 외국의 경우지만, 어떤 의사가 선배한테 이런 말을 들었대요. "환자 보느라 네 장래를 망치지 마."

257p
지승호 : 어린 시절에 책 읽는 걸 아버지가 싫어하셨다는데, 왜 그랬던 같아요?

서민 : 아버지의 깊은 뜻은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어릴 때는 책을 많이 읽지 않는 게 좋겠어요. 어릴 때 책을 읽으면 거만해지고,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다른 애들을 무시하게 될 수 있어요. 저는 서른부터 읽었는데도 책을 안 읽는 다른 이들을 마음속으로 무시하고 그렇게 되더라구요.

===> 하하 철학박사 강유원 선생님과 비슷한 말씀. 20대에 철학책 읽으면 애늙은이 된다.

260p
(왜 책을 읽게 되었냐면) 소설 '마태우스'라는 쓰레기 책이 있거든요. 제가 그 책을 내고 난 뒤 혹시 제 책이 얼마나 팔리는지 보려고, 교보에 숨어서 보름 가까이 잠복을 한 적이 있어요. 퇴근하면 거의 거기 가서 살았는데요. 아무도 안 사는 거예요. 누가 사면 '제가 썼는데요'하면서 사인이라도 해드리려고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심심하잖아요. 그래서 베스트셀러는 왜 베스트셀러인지를 보려고, 잘 팔리는 책들은 얼마나 대단하기에 하고 보게 되었죠. 그러다가 책에 관심을 좀 갖게 된 것 같아요. 나중에 강준만 교수님 때문에 사회에 대한 책도 읽게 된거구요.
==> 96년에 강준만의 "김대중 죽이기"만 안 읽었어도...
내 윗세대는 리영희 "전환시대의 논리"를 읽었다던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