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치고 정치 - 김어준의 명랑시민정치교본
김어준 지음, 지승호 엮음 / 푸른숲 / 2011년 10월
장바구니담기


꽃미남이 대세였을 때, 부드럽고 친절한 꽃미남에 막 열광하다가 어느 날 문득 보니까 꽃미남이 너무 유약한 거야. 정말 보호해줘야 할 꽃처럼 대해야 하는 거야. 피곤한 거지. 보호받을 수 있는 씩씩한 수컷에 대한 아쉬움이 생기는 거지. 그래서 짐승남이 부상하게 되는 거지. 꽃미남이 결여한 그 무언가를 메우려는 거지.
그런데 그렇게 짐승남에 열광하다 보니 이번엔 목 아래로는 좋은데, 목 위가 부실한 거라.(웃음) 대화가 온통 헬스에 관한 거고.(웃음) 다시 한 번 짐승남의 결핍을 만회하려는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거지.
그러다 이번엔 좀 불친절하더라도 잔 근육 정도에 도회적인 세련된 남자, 차도남을 찾아낸 거야. 물론 차도남 역시 지나가겠지.-57쪽

이 이야기를 왜 했느냐. 대선 정도면 명실상부한 메가 트렌드라고. 5년에 한 번 대중의 마음이 국가적으로 움직이는 거니까.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느냐를 이 관점에서 예측할 수 있다는 거지. 5년간 대통령 하면, 그게 누구든, 어떤 방식으로든, 때론 그의 장점조차, 사람을 피로하게 만드는 부분이 반드시 있거든. 그로 인한 피로감, 그리고 그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결핍을 메우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고.-58쪽

선거에서 당선이란 정치인이 대중들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아왔던 부채 의식, 그 빚을 한 번에 찾아가는 거니까. 노무현이 갑자기 부상해 결국 대통령까지 됐던 건, 노무현이 오랜 세월 차곡차곡 사람들 마음에 예치해뒀던 마음의 빚을 한 번에 인출해 간 거라고. 그 관점에서 보자면, 6 2 지방선거는 진보신당이 사람들 마음에 결코 잊을 수 없는 부채를 안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고. 심상정과 노회찬 둘 다 특정 시점에 동반 사퇴를 선언했다고 생각해봐. 이념이고 나발이고(웃음) 사람들은 미안한다고. 그랬다면 지금쯤 불어난 이자가 엄청났을 거야.
그런 기억은 매우 큰 잔상을 남기거든. 그건 반드시 인출 가능하다고. 사람의 마음은 그런 식으로 작동해. 그런 마음의 빚을 먹고 정치인은 성장하는 거고. 그러니까 진보신당의 가장 큰 오산은 자신들의 최대 자산이 선명하고 차별화된 정책과 노선이라 여기는 거야.-18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