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999년 민주노동당의 슬로건은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 이었다. 2008년 창당한 진보신당의 슬로건은 '복지혁명 생활진보'였다. '복지'라는 게 소위 ‘좌파 정당’들의 공허한 외침은 아닌 듯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0년 12월 22일 "우리가 복지국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수준에 들어가고 있다."라고 말씀했고, 2007년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를 외치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12월 20일 '한국형 복지국가'라며 복지를 천명했다. 그리고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케임브리지 대학교 경제학과에 재직 중인 장하준 교수도 복지를 외치며 더 나은 자본주의에 대해서 말한다.
 
한국의 복지제도는 미국과 비슷하게 직장과 연계되어 있다. 정규직으로 직장을 다녀야 보험혜택을 제대로 받는다. 좋은 직장을 다니면 자녀의 학자금은 물론, 주택 대출까지 저리에 융자해준다. 큰돈이 들어가는 주택, 자녀 학자금, 의료보험이 해결된다. 따라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출 대기업과 내수 대기업 등 직종, 직업, 회사의 차이는 그 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다.
 
직장이 없으면 길거리에 나앉든지 부모에게 기생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에서 청년들은 결혼은 훗날로 미루고 의사, 약사, 변호사, 교사, 공무원이 되거나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을 배우자로 만나길 꿈꾼다. 설혹 결혼하더라도 출산은 기피한다. 출산율 급감과 고령화속도 1위의 대한민국은 경제의 효율성과 역동성이 심하게 떨어진다. 남편이 실직했다는 말에 아내가 유산을 하게 됐다는 이야기 전개는 전혀 억지스럽지 않다. 설상가상 직장은 물론 관련 계통의 산업이 쇠퇴해서 재취업도 막혔다면 어떨까? 퇴직금과 대출금을 부어서 치킨집을 차리든 택시를 모는 방법 외에는 없다.
 
하지만 유럽이라면 어땠을까? 의료비와 자녀 학비는 공짜에 가깝다. 심지어 병원과 학교에 오가는 교통비까지 지급해준다. 국가 임대주택 혹은 주거 보조금도 유지될 뿐 아니라 많게는 실직 전 월급의 80%까지 받으면서 정부의 지원으로 1~2년의 직업 재교육을 받을 수 있고, 구직 과정에서도 많은 도움을 얻는다. 때문에 해고나 실직으로 인한 노사 간의 강경 투쟁도 적고, 미국인이 기술 개발할 돈으로 무역 제재나 덤핑, FTA로 로비하고 있을 때 유럽에서는 직업적 성취를 이뤄 생산성이 높아진다. 결국 미국의 GM은 망했고, 독일의 BMW은 잘나간다.
 
세금을 많이 낼 거라고 두려워하지 말자. 누군가는 지금보다 많이 낼 수도 있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그래서 투표가 중요하다. 착한 국회의원을 많이 뽑아서 국민의 20%는 지금보다 많이 더 내고, 20%는 지금보다 약간 더 내고, 60%는 지금이랑 비슷하게 세금을 내게 제도를 만들면 된다.
세금이 내기 싫은 사람은 아프리카 어디 나라로 가면 된다. 그곳에선 세금을 징수할 수 있는 인프라 자체도 없다고 하고, 갖가지 규제도 없으니 편하게 사업을 할 수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우리보다는 조세 부담률이 높으니 피해가길 바란다.
가난한 사람에게 복지를 주면 그들이 일을 안 하게 된다고 주장하지만, 똑같은 논리로 생각해보자. 부자에게 돈을 너무 많이 주면 재능 있는(!) 부자들이 더 이상 일을 안 하게 되어서 사회 전체적으로 손해를 끼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내년 어떤 산업이 유망할까, 어떤 기업이 잘나갈까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또한 수혜자와 피해자가 너무 뻔한 한미FTA 같은 정책의 경우 조율 하기가 힘들다. 이럴 때 이익을 본 쪽은 세금을 많이 내서 손해를 본 쪽을 도와준다면 어땠을까? 사람들이 자살까지 하면서 극렬하게 저항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국가의 시혜와 은총으로 돈을 많이 번 기업과 계층의 세금을 깎아준다. 국가의 의도적인 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계층에겐 복지 혜택을 줄이며 "부자들 가슴에 못을 박지 말라고", "복지를 즐기지 말라고" 훈계하는 것은 과연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헌법 31조 1항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
헌법 31조 5항 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흥하여야 한다.
헌법 32조 1항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헌법 119조 2항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헌법 수호도 포퓰리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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