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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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헌법은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손에 넣은 일종의 '후불제 헌법'이었고, 그 '후불제 헌법'이 규정한 민주주의 역시 나중에라도 반드시 그 값을 치러야 하는 '후불제 민주주의'였다-22쪽

김수현 선생이 사위를 보았을 때 어느 품격 있는 잡지와 인터뷰를 했다. 사위는 명문대를 나온 소위 수재 스타일 남자라고 보도되었다. 정확한 문장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와 기자 사이에 이런 대화가 이어졌다.

"사위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드세요?"
"맑은 사람이에요."
"머리 좋은 사람을 더 좋아하실 것 같은데......"
"명석하지 않은데 맑을 수가 있나요."-55쪽

대구에서 국회의원 선거를 할 때의 일이다. 어느 초등학교 앞 문방구에 인사를 갔는데 5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수수한 옷차림을 하고 역시 수수한 분위기를 지닌 여성 유권자 한 분이 나를 붙잡고 힐난을 했다. 지난 정권이 세금을 너무 올려놔서 힘들어 죽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런 대화가 이어졌다.

"아이구, 정말 힘드신가 봐요. 작년에 세금을 얼마나 내셨나요?"
"하여튼 많이 냈어요. 얼만지는 모르겠네."
"무슨 세금을 내셨죠?"
"글쎄, 그것도 기억이 안 나네......"
"법인세는 아닐 것이고, 소득세? 근로소득이나 종합소득이 얼마나 되셨나요?"
"그런 건 안 냈어요."
"부가가치세는 따로 내는게 아니니까? 혹시 주민세?"
"맞아요. 그거 냈어요."
"소득세를 따로 내지 않으셨다면 소득세할 주민세는 해당이 안 될 것이고...... 지자체에서 걷는 주민세 말이군요. 그런데 그건 옛날부터 5,000원이고 지난 정부에서는 올리지 않았습니다."

잠시 당황한 기색을 보이던 그 여성은 확신에 찬 어조로 반격했다.

"그거 말고도 많이 냈어요. 수도세, 전기세...... 아휴, 얼마나 많이 올랐는지 모른다니끼. 세금 폭탄이야, 폭탄!"-194쪽

1.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법률이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은 모든 것이 허용된다."
2. 권위주의 사회에서는 "법률이 명시적으로 허용하지 않은 모든 것이 금지된다."
3. 독재 국가에서는 "법률이 명시적으로 금지한 것은 금지되며 법률이 허용한 것도 금지된다."-204쪽

장하준
나는 제대로 공부한 경제학도가 아니지만 누가 제대로 된 경제학자인지 대충 알아볼 수는 있다. ...... 참여연대에서 맹활약하는 한성대 김상조 교수나 재벌 연구에 천착하는 방송대 김기원 교수, 홈페이지를 통해 중요한 정책 현안에 대한 독창적 분석을 시도하는 서울대 이준구 교수 같은 학자들이다. 내가 경제학의 기본을 배웠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경제학과 동기생들 가운데 제일 공부를 잘했던 것으로 기억하는 홍익대 전상익 교수도 내 마음에 공부를 더 하고 싶은 욕망을 일으키는 학자이다.
......
최근 눈길을 끄는 학자는 장하준 교수다.-349쪽

선의 여대와 민주주의 - 마르틴 니묄러 Martin Niemoller
나치가 공산주의자를 잡아갔을 때
나는 아무 말ㄷ 하지 않았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사민주의자를 가두었을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사민주의자가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노동조합원을 체포했을 때
나는 항의하지 않았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유대인을 잡아갔을 때
나는 방관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나를 잡아갔을 때는
항의할 수 있는
그 누구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니묄러는 이 '시'를 쓴 적이 없다. 이것은 애초부터 '시'가 아니었다. 독일 '마르틴 니묄러 재단'은 홈페이지에서 이 유명한 인용문이 만들어진 경위를 밝히고 있다.-37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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