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흘러가는 세상 - 영화부터 스포츠까지 유체역학으로 바라본 세계
송현수 지음 / Mid(엠아이디)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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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송합니다.”라는 인터넷 용어가 있다. 문과라서 죄송합니다의 줄임말로, 문과 출신이라서 취직이 안된다라는 뜻으로도 쓰이고, 고등학교 수준의 과학이나 수학 지식이 없음을 자조할 때 쓰인다. 문송한 나도 유체 역학의 정의를 이 책을 통해 정확히 알게 되었다. 모든 액체와 기체를 합쳐 유체라 부르고, 흐를 류를 쓰는 것처럼 이런 액체와 기체의 특성과 움직임을 연구하는 학문이었다. 그렇다면 유체 역학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영화 겨울왕국의 눈보라가 휘몰아 치는 장면, 인터스텔라에서 하늘까지 닿는 듯한 파도, 해운대에서 쓰나미가 몰려오는 장면. 모두 유체 역학의 한 분야다. 유체에 영향을 주는 압력, 속도, 점도, 밀도 등의 상관 관계를 통해 1800년대 프랑스의 천재 공학자 클로드 루이 나비에와 영국의 천재 수학자 조지 스토크스는 나비에-스트로크 방정식을 도출해냈다. 이 방정식은 지금도 일반해가 풀리지 않는 수학계의 7대 난제 중 하나다. 비록 일반해는 아직도 찾지 못했지만, 200년이 지난 우리에겐 슈퍼 컴퓨터가 생겼다. 슈퍼 컴퓨터를 이용해 나비에-스트로크 방정식의 일반해에 최대한 가까운 값인 근사해를 찾아냈고, 근사해를 그래픽으로 표현하면 영화에서 쓰는 사실적인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날씨 예측의 정확도도 올라간다. 그래서 우리나라 기상청에서는 5년 마다 슈퍼 컴퓨터를 도입하고 있다.

 

기체와 액체만 유체 역학은 아니다. 도로 위의 자동차들 역시 유체 역학이다. 도로 위에 자동차가 많아질수록 교통 흐름은 유체와 유사한 행동을 한다. 물 분자와 마찬가지로 앞뒤의 차량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그럼 교통체증도 유체역학을 통해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먼저 교통 체증은 왜 발생하는지 생각해보자. 1990년대 독일의 물리학자 카이 나겔과 미카엘 슈렌켄베르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연한 이유로 앞선 차량 한 대가 순간적으로 브레이크를 밟으면 뒤의 운전자들도 마찬가지로 제동을 걸데 되는데, 이것이 파동처럼 뒤로 계속 전달되어 결국 정체를 유발한다. 이를 유령 체증이라 한다.

 

그렇다면 교통 체증을 없애기 위해 새로운 도로를 건설하면 해결될까? 해결되지 않는다. 새로운 도로를 내면 인간은 잔머리를 굴리게 되고, 덕분에 기존보다 더 교통체증이 증가하게 된다.

오히려 도로를 없앨 경우 교통 상황이 나아진다. 1999년 남산 2호터널을 폐쇄하자 근방의 교통량 자체가 줄어 터널 주변 차량의 평균 속도가 약간 상승하게 된다.

 

참고로 생물학에도 히드라 역설이라는 비슷한 개념이 있다. 특정 생명체의 사망율이 높아지면 오히려 개체수가 늘어나고, 사망율을 낮추면 개체수가 줄어든다는 이론이다.

유체역학은 항공공학자나 해양학자들의 전유뮬이 아니다. 아는 만큼 세상은 보인다. 혈액, 호흡, 회화, 물감, 금융, 건축, 야구, 축구, 폭탄, 무기, 요리 등등 유체역학 공학도의 눈을 통해 이렇게 흘러가는 세상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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