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힘들어도 결국에는 나 자신의 힘으로 견뎌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게 꽤나 힘들다는 것을. 하지만 그렇게 버티고 나서는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원래의 쾌활한 나로 돌아오는 듯했다. 종종 친구들 생각이 날 때 울음이 터져 나오는 것 빼고는.
첫 번째는 자살 이후 남겨진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돌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누가 자살했고, 왜 자살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자살했는지를 보도하는 수많은 뉴스들. 그 이면에는 항상 자살 후 남겨진 사람들이 존재한다. 자살은 한순간 이루어지지만 그로 인한 주변 사람들의 고통은 언제까지고 지속될 수 있다. 자살한 이들의 지인이었던 나도 많이 힘들었지만 가족들의 고통은 분명 더더욱 심했을 것이다. 그럴 때 주변 사람들이 애정을 가지고 관심을 보여야 정신적인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항상 관심을 놓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죽은 친구는 워낙 어른스럽고 믿음직했기에 그런 결정을 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지금 보면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 친구는 자기 나름의 신호를 계속 보냈던 것 같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고 해서 괜찮은 것은 아니라는 걸 그제야 알았다. 그 점을 알고 끊임없이 친구와 대화했더라면 상황이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지금도 많이 한다.
마지막으로 한 사람의 무게는 정말 크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자살률이 높다는 뉴스가 아무리 많이 나온다 한들 와 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세상에서 없어질 때마다 그들이 내 인생에서 얼마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사람이었는지 깨달았다.
시간은 분명 약이 맞다. 하지만 완벽한 약은 아니다. 시간만 믿었다가는 나처럼 언젠가는 울컥 쏟아져 나오는 감정 때문에 애를 먹게 된다. 그렇다면 완벽한 약은 뭘까? 애초에 완벽한 약이란 건 있기는 한 걸까? 지금의 나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 좀 더 공부하고 경험을 쌓다보면 알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만일 운 좋게 그 방법을 알게 된다면, 누군가의 예상치 못한 죽음으로 힘들어 하는 이들에게 꼭 귀띔해주고 싶다.
살면서 사람들이 생각 없이 내뱉는 한마디에 크고 작은 상처를 받아 그녀의 마음에 흉터가 생기고 두터워졌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늘 씩씩하고 긍정적인 미경 씨가 정말 대단해 보였고, 사소한 것에 불평하는 나 자신을 문득 발견할 때마다 보는 이 없어도 양심에 찔려 부끄러웠다. 사회초년생 시절에 미경 씨를 만난 덕에 나의 성격 개조에 많은 도움이 된 듯하여 그 또한 고맙게 생각한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던 것 같았다. 마음으로 응원하고 지지한다면서 어쩌면 나도 남의 일이라고 쉽게 이야기했는지도 모르겠다. 오해가 있었다면 사과해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지친 그녀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다독여주고 싶었다.
생각없이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고, 무심코 툭 던진 한마디에 누군가는 치명적인 상처를 받을 수 있는데… 곁에서 듣고 있기에도 가슴 아팠다. 그게 시발점이 되었을까. 미경 씨의 휘청거리던 마음은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요요현상 탓에 몸무게는 점점 늘어갔고 스트레스 때문인지 식이 조절도 안되어, 힘들게 버티고 반복했던 다이어트는 그렇게 끝나고 말았다.
늘 거기 있었던 미경 씨는 그곳에 없었다. 부디 거짓이길 바랐던 일이 사실임을 확인한 순간,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났다. 그러다가 이내 화가 났다.
만사가 싫고 혼자 있고만 싶었다. 밤엔 잠 한숨 제대로 못 자고, 꾸역꾸역 출근한 직장에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두통약을 달고 살았다. 불 꺼진 방으로만 자꾸 숨어들어가고 싶었다.
한 생명의 존재가 사라졌다는 것이 얼마나 어마어마한 일인지 알게 되었다. 이 세상에서 생명보다 소중한 것은 없으며 한 생명이 그저 숨을 쉬고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귀하고 대단한지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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