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벽 트루먼 커포티 선집 5
트루먼 카포티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집 강아지의 집중력이 부족한건 아마도 날 닮은 것일테다.
단편집만 읽으면 끝에 가선 대충 읽게 된다.
짧은 이야기들...지겨워...
그래서 책의 두께는 상관없이 끝에 가선 몇편쯤은 흘려보내게 된다.
이 책에서 다시 읽어야하는 이야기는,
추수감사절에 온 손님 과 모하비 사막
이다.
추수감사절에 온 손님은 오드의 이야기가 정말 맘에 들지 않아 읽다 버린 이야기다.

트루먼카포티 한 권이면 모든 사람의 글들을 읽을 수 있다.
셜리 잭슨, 크리스토퍼 이셔우드...
이런 사람들의 문체가 한 권 안에 들어있다.
시간도 아끼고 재미도 만끽할 방법으로 트루먼카포티를 추천한다.

다만 이 한 권을 읽고선 이 사람이 썼다는 실화 기반의 총기 난사사건 이야기 콜드 블러드는 읽을 수 없음을 감지했다.

읽을 수 없다.

이 섬세한 문체와 신경과민이라고 할 정도의 묘사들로
총기난사사건을 얽어 놓는다면
난 그 집 거실에서 총구를 본 것마냥 느낄테니
그런 경험은 하고 싶지 않아
미리 포기한다.

차가운 벽,
첫문장 ; ... 그래서 그랜트가 저 사람들에게 멋진 파티가 있는데 가지 않겠느냐고 한 거야. 글쎄, 그렇게 쉬웠다니까.


은화단지 중

수도관은 꽁꽁 얼어버렸고 많은 사람들은 꼼지락 거리며 잉걸을 쑤석이는 것도 귀찮아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퀼트 이불 밑에서 나오지 않았다. 하늘은 마치 폭풍우가 몰아치기 직전처럼 기묘하게 둔탁한 회색으로 변했고 태양은 그믐달처럼 희미했다.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이 불어왔다. 바짝 말라버린 가을 낙엽이 얼음이 깔리 땅 위에 뒹굴었고 법원 광장에 세워진 상록수는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벗겨져 헐벗었다.숨을 내쉬면 하얀 김이 구름이 되어 피어 올랐다.
-63

영하 16도의 추위속에서 위 문단을 읽었다.
겨울은 춥고 이만큼 그 추위와 아늑함이 고스란히 드러난 글을 본 적 없었다. 읽으며 춥고 아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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