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느 책, 어느 주인공이 마시는 술들을 메모해 놓고는 했다.
맥주나 막걸리, 정종만 마실 줄 아는 내게
어느날 더없이 심심한 날
하드보일드나 추리소설 속, 이를테면 레이먼드 챈들러나 매튜 스커더가 마시던 술을 따라 마셔보려고.
어느 날엔 아는체 하며 잔뜩 마실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책에 와선 그 짓도 접어야겠다
싶었다.
너무 많은 술을 너무나도 재미없게 낭비하는 주인공이란.
술에 대한 내 흥미를 떨어뜨린다.

대신 잭 테일러는 책을 읽는다.
습관처럼 그냥 읽는다는 그의 말은 보기에 좋다.
어디서든 뭐든 읽는단 사람들이 좋다.
적어도 그 시간동안은 남의 말을 듣고 있단 얘기니까.

이 책은 순전히 북플에서 만난 친구의 추천으로 사게 됐다.
그리고 결론은.
다신 그의 취향을 믿지 않으리라.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 이 책의 표지가 되기엔 거하다.
이 책 속 문장과 이야기는 외롭지만 에드워드 호퍼 정도는 아니다.
이 정도의 책은 아니다.
게다가 책이 연약하다.
아니 잘못 만들었단게 아니라
손에 닿는 그 감촉이 연약하다.
마치 책처럼.
잭테일러처럼

무엇보다 거슬리는 건,


그림
아파트
강아지

식의 글자 나열들이다.

그래도 이건 일종의 범죄 풀이 일기글이고
그래서 바른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책에 그나마의 신로가 가는건.
우연도 실마리도 빌미도 사는 법도
내가 사는 것과 크게 다르지않다.
어찌나 나는.
잘 못 사는건지.

어쨌든,
이 책은 만원 이상하면 안된다.
아쉬운 책이다.
아 글쎄 내 일기장도 이 정도는 한다니까.




성급한 용서는 사람을 바보같아 보이게 한다
24

지옥 가장 깊은 곳에 사는 이들만이 그런 순수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겁니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카프카˝
누구요?
그가 했던 말이잖아요.
그를 알아요?
이래 봬도 지옥에 대해선 빠삭하거든요.
35

나는 그의 웃음소리를 듣기 전까지 조롱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고 살았었다.
75


이상한 일이다.
별로라 생각했는데
또 보고싶다...
소개팅에 이런 남자가 나오면
전화목록에서 차단 시키고 기억에서 지운다.
술을 마신 이후 나도모르게 또보자고 할지 모르니
그런 카르마는 미연에 방지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어쩌나...
책을 다시 읽는다니...
진짜 그런 일 잘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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